한국 스마트팜 수출액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스마트팜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행농보다 높아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력 문제 해결하는게 관건

[ESG경제=김연지ㆍ김현경 기자] 한국의 새 수출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스마트팜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스마트팜'과 '수직농법'에 관심을 호소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신통치않다. 농민 단체들은 ▲농산물 수급 및 가격보장책이 전제되지 않았다는 점 ▲기존 영세농가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 ▲대기업 유통체계에 편입된다는 점을 들어 스마트팜을 비판한다.
특히 스마트팜의 높은 에너지 수요가 생산 비용을 높이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근혁 정책위원장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자원을 덜 쓰는 농업으로 가야 한다"며 “스마트팜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 환경을 제어하는 방식은 기후변화에 단기적으로 적응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스마트팜 수출액 3000억원 넘어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8월까지 한국의 스마트팜 수출액은 2억4000만달러(한화 약 317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스마트팜 수출액 1억달러(한화 약 1324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농업 분야에 접목해 작물 재배 환경을 통제하고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팜은 온실 내 생육환경 제어를 통한 ‘지능형 온실’과 다단의 구조물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수직농장’으로 구분된다.
스마트팜은 기후위기로 인한 작물 재배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외부 환경과 분리되어 최적의 조건으로 작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년 138억달러에서 ’25년 220억달러(약 29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 평균 10%에 달하는 성장세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 시장도 ’25년에는 4억9000만달러(약 6450억원)로 연 평균 15% 성장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시설원예 재배 면적 8만 2,810헥타르 중 약 7.8%의 면적에서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5년까지 시설원예 분야 스마트팜 적용 면적은 8,000헥타르까지 확대하고 스마트농업 전문인력 1만 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팜, 전기 잡아먹는 하마다? 전기 사용은 늘지만 다른 투입재는 줄어

이마트와 엔씽(N.THING)이 발간한 <미래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스마트팜과 리테일러의 역할>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팜 1㎥에서 생산된 작물 1kg당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30.25 CO2eq/kg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 기준에 따르면, 스마트팜이 아닌 관행농 토마토의 경우 1kg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92 CO2eq/kg에 그쳤다.
보고서는 제조단계에서 ‘태양을 대체하는 식물생장용 LED 사용’을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전기 이외 폐기물과 배수, 비료 사용 등의 환경영향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팜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투입량을 집계한 공식 데이터는 아직 없다”면서도 “스마트팜은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고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는 많이 쓰지만 물이나 비료, 농약같은 투입재는 관행농보다 줄어 정량적인 에너지 사용 비교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자립형 스마트팜 구축이 지속가능성 좌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팜은 지속가능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력 수급과 관련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관련 기술 발달과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팜 규모가 증가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에너지 자립 기술 개발 등 제도적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 의하면, 스마트팜의 환경영향에 대한 주요 이슈가 전력 소모인만큼 장기적인 기술 개발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개선과 극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전력의 50%를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탄소발자국이 약 44% 감소, 100% 대체하면 약 8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스마트팜의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에너지자립형 스마트팜’ 지식공유워커숍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중인 스마트팜 에너지 공급기술은 ▲태양열, 지열에너지 융복합 활용 기술 ▲겨울철 자연냉열을 이용한 하절기 시설하우스 냉방 공급 원천기술 개발 ▲주야간 복사냉각 냉열생산기술 등이 있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팜의 확대를 두고 에너지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차경훈 에코에이블컨설팅 대표는 “스마트팜 기술은 지속가능한 식량공급을 목적으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영향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위하여 제품의 전과정 동안에 투입되는 자원과 배출되는 배출물을 정량화하고,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인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활용한 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환경성 평가가 요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김관수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역시 보고서에서 “(스마트팜은) 에너지 과소비 문제, 필요 데이터의 축적 및 활용 문제, 협소한 관련 소재 부품 및 장비 시장 문제 등 스마트 농업의 발전에 있어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