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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프리카 그린수소 생산에 6조 지원...'녹색 식민주의' 우려도

  • 기자명 박가영 기자
  • 입력 2023.11.27 22:45
  • 수정 2023.11.2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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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그린수소 생산 도입 기지로 아프리카 적극 활용
생태계 파괴, 물 고갈, 에너지 부족, 자원 남용 등 비판도

G20 아프리카 정상회의 '아프리카와의 콤팩트' 사진=연합뉴스
G20 아프리카 정상회의 '아프리카와의 콤팩트' 사진=연합뉴스

[ESG경제=박가영 기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오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의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생산에 40억 유로(약 5조 7,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비즈니스 투자 포럼에서 독일이 204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대량의 그린수소를 수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그린수소의 약 50~70%를 수입해야 한다.

투자 포럼은 주요 20개국(G20)과 아프리카 연합(AU)간의 정상회의인 ‘아프리카 콤팩트(G20 Compact with Africa, CwA)’에 앞서서 진행됐다. CwA에는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이집트, 에티오피아, 가나, 베냉, 기니, 르완다, 토고,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1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2017년에 창설돼 5회차를 맞이한 CwA는 개혁 의지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한 개발 의제를 조정하는 한편,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해 가난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에 대한 민간 투자 촉진을 목표로 한다.

숄츠 총리는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초기 자본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투자는 원조 공여국과 수혜국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다. 아프리카가 독일을 파트너로 믿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말 취임 이후 아프리카를 다섯 번이나 방문한 바 있다.

숄츠 총리가 약속한 40억 유로는 아프리카-EU 녹색 에너지 이니셔티브(AEGEI)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독일보다 먼저 해당 이니셔티브에 34억 유로(4조 84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EU 녹색 에너지 이니셔티브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며, EU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이니셔티브(Global Gateway Initiative)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제 경제벨트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대응한 EU의 개도국 개발 프로젝트다.

AEGEI는 ▲아프리카 그린에너지 생산 및 투자 환경 조성 ▲아프리카 내 국가간 전력망 연계 등을 골자로 한다.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 재생에너지 설비 50Gw를 설치하고, 최소 1억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EU는 해당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저렴하게 생산한 그린수소 등을 역내로 수입할 계획이다. 이는 ‘유럽수소파이프라인(EHB)’와도 연계가 되어 있는데, 총 5개의 수소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며 북아프리카와 유럽 역내 본토를 연결하는 라인도 포함된다.

서방 세계는 지정학적 영향력이나 희귀광물 등 아프리카 대륙의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놓고 중국 및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 항만과 공항, 철도, 주택을 건설하고, 원자재를 수출하는 한편 대출을 해주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크리스찬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도 이번 회의에서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무장관들과 만난 후 “세계의 질서가 바뀌고 있으며, EU와 독일은 더 이상 방관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과 아프리카 간의 교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독일의 대 아프리카 무역은 지난해 600억 유로(약 85조 6천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1.7% 증가했다. 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독일 기업 수가 5년 만에 3배로 늘어났다고 밝혔고, 아지즈 아크한노우치 모로코 총리는 2015년 이후 독일 투자가 6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녹색 식민주의인가?

독일을 비롯한 EU의 개발 지원이 녹색 식민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는 고소득 국가들이 저소득 국가들을 상대로 친환경, 녹색 전환 등을 명목으로 그들의 자원을 독점하고 비용은 전가하는 행태를 말한다.

그린수소 사업은 사업 대상 지역에 토지 분쟁,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재정난 등을 불러와 녹색 식민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전력을 이용해 물을 분해해 생산한다. 1톤을 생산하는데 9톤의 물이 필요하며, 정제 과정을 고려하면 약 20톤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다. 또한 생산 기술도 아직은 실증 단계에 있어 많은 비용이 든다.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6월 2050년 넷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녹색 수소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의 지원을 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부하베이의 대규모 그린수소 산업단지는 약 16만 헥타르의 토지를 수용하면서 현재 지역 주민과 토지 분쟁을 겪고 있다. 그린수소 수출을 위해 항구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설비 건설로 인해 해양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2050년 그린수소 무역지도 및 물량 전망 사진=하인리히뷜재단
2050년 그린수소 무역지도 및 물량 전망 사진=하인리히뷜재단

독일 하인리히뵐재단은 지난 1월 18일 해당 사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현재 남아공 전체 발전용량보다 많기 때문에 이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아공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미비아도 EU의 지원을 받아 2030년까지 EU역내로 200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의 그린수소를 수출하기로 했다.

탐사보도매체 옥스페커스와 클라이밋홈뉴스는 11월 15일(현지시간) 그린수소 계획이 추진될 예정인 '뤼더리츠'에 직접 방문한 뒤 그린수소 계약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를 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그린수소 생산시설 및 항구 건설 등으로 인해 뤼더리츠의 육상과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한다. 뤼더리츠는 과거 '다이아몬드 러시'가 벌어졌던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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