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267개사 분석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 발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34%·여성 이사 비율 9%에 불과

[ESG경제=박가영 기자] 이사회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 등이 필수적이지만, 실제 국내 상장사 이사회들은 다양성과 독립성 측에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최근 자산 총액이 1조 원 이상인 267개 비금융권 코스피 대형 상장사를 분석한 ‘2023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했다. 분석대상 기업 가운데 별도 재무제표 기준 2조 원 이상인 회사는 142개 사,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인 회사는 125개 사다.
독립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 많아...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비율 불과 34%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51%였으며, 2조 원 이상 회사의 경우 60%, 2조 원 미만 회사는 42%로 차이가 났다. 거버넌스센터는 이러한 차이가 상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비율(2조 원 이상 회사는 과반수, 그 외 4분의 1 이상)에 영향을 받아 요건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비율은 34%에 그쳤다. 2조 원 이상 회사는 39%, 2조 원 미만의 회사는 29%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회사 경영진을 대표하는 CEO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의 의장을 동시에 맡아, 본인이 본인을 '견제ㆍ감시'하는 모순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회사들의 경우에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회사는 42%인 반면,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경우는 46%로 오히려 더 높았다.
거버넌스센터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여 경영 감독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를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 상장사의 이러한 수치는 모범규준에 따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는 회사들도 여전히 독립적인 경영 감시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국ESG기준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여 공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는 선임사회이사를 둬 사외이사들만의 독립적인 회의 소집과 의사소통 기능을 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거버넌스센터에서 추가적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한 회사는 단 5%에 불과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미분리한 회사 중에서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한 회사는 4개 사에 그쳤다. 거버넌스센터는 미기재한 회사 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율은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 회사 중 한번이라도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개최했다고 공시한 회사의 비율도 24%에 불과했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곳은 겨우 3개 사였다.
이사회내 여성 비율 9%...미국 영국 프랑승 등 선진국 비해 현저히 낮아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가야할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 이사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이 중 사내이사의 비율은 2.5%밖에 되지 않았다. 2조 원 이상의 회사는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13%였으며, 2조 원 미만의 회사 중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회사는 5%, 미설치된 회사는 3%에 그쳤다.
또한 분석 대상 중 여성 이사가 없는 회사는 44%로 절반에 가까웠다. 1명의 여성 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48%, 2명 이상 보유한 경우는 8%에 그쳤다.

한국의 여성 이사 비율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아도 현저히 낮았다. 자본시장법에는 이사회 전원이 특정 성별로만 구성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를 위반하고 여성 이사를 두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 별도의 제재 규정은 없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상장기업이 비상임 이사의 40% 또는 전체 이사회의 33%를 여성으로 구성해야 하도록 하는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 부과나 명단 공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 SEC도 2021년에 나스닥(NASDAQ) 상장사의 경우 여성 이사 1명과 소수 인종 혹은 성소수자에 해당하는 이사 1명을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을 승인했다. 일본은 지난 6월 대규모 상장사에 대해 2025년까지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하도록 노력하고 2030년에는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목표를 명시한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거버넌스센터는 “국내 법의 제재 여부를 떠나서 성별 다양성에 관한 국제 자본시장의 관심은 매우 높으며,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은 다양성 규정의 위반과 관련하여 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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