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전용기 탄소 배출 논란 휘말려
2022년 유명인 탄소 배출량 1위 차지하기도
일부 전문가 “젊은 여성이라 더 비판” 지적도

[ESG경제=이진원 기자]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전문지인 ESG 뉴스는 1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제58회 슈퍼볼 경기가 열리기 전날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슈퍼볼 경기 관람이 여러 가지 지속가능성 이슈를 해결해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사회적 차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스위프트의 다양한 팬층은 전통적으로 남성 시청자가 주를 이루던 미국프로미식축구(NFL)에 새로운 시청자로 부상하며 스포츠의 포용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젊은 여성들도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거버넌스 차원에서는 스위프트의 참여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 광고주의 윤리적 마케팅 관행이 힘이 실리고, 결국 광고주는 공정한 노동 조건, 다양한 대표성 보장, 유해한 고정관념 회피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환경적으로는 NFL이 탄소 상쇄 프로그램과 같은 지속가능한 여행 솔루션과 협력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슈퍼볼 개최 도시인 라스베이거스가 재생 에너지원 활용, 폐기물 감축 전략 실행,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홍보 등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내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ESG 뉴스도 스위프트의 전용기 이용으로 탄소 발자국 논란이 커질 수 있지만 언급한 이런 여러 장점 때문에 논란이 희석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런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났다.
달궈진 스위프트 전용기 탄소 배출 논란
슈퍼볼이 끝난 후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ESG적 측면에서 슈퍼볼이 일으킨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스위프트의 전용기 이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탄소 배출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ESG 경제 확인 결과 슈퍼볼이 ESG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켰다는 점을 다룬 언론은 사실상 없었고, ESG의 E, 그중에서도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기사들만 넘쳐났다.
관련 논란이 소셜 미디어도 뜨겁게 달군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위프트가 젊은 여성이라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주요 언론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스위프트에 대한 비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강했다.
이 모든 논란은 스위프트가 월드투어 도중인 11일 남자친구 트레비스 켈시가 출전한 슈퍼볼 경기를 관람하러 자신의 전용기를 띄운 게 발단이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스위프트가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현지 시각으로 11일 밤 공연을 마치자마자 전용기에 올라 12시간 동안 약 8900㎞를 이동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고, 다시 오는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이어가려고 전용기로 약 2만 2000㎞를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추산해 보니 스위프트가 보유한 전용기인 다소사의 팔콘900 제트기가 이 거리를 이동하는 데 사용되는 연료는 약 3만 9000리터이며, 이로 인해 배출된 탄소의 양은 약 90톤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뉴스위크지가 지난해 12월 “최근 3개월 동안 스위프트가 켈시를 만나러 오가느라 배출한 탄소 배출량이 무려 138톤이나 된다”는 보도를 내보낸 직후 나온 비판적 보도다.
환경운동가인 레아 토마스는 BBC에 “스위프트의 탄소 배출량은 극단적으로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탄소 배출은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대기 중 탄소가 지구를 따뜻하게 하여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비난했다.
스위프트가 잦은 전용기 이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로 비난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마케팅 에이전시인 야드(Yard)는 연구해 보니 2022년 스위프트의 탄소 배출량이 일반인의 1100배에 달하며, 이는 유명인 중 1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스위프트 측 대변인은 ‘잘못된 정보’라며 부인했다.
다만 이는 트위터에서 제공되는 비행 데이터에 의존한 분석으로 검증을 거친 건 아니다. 실제로 유명인의 전용기 사용을 일일이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스위프트의 탄소 배출량이 이렇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심각한 탄소 배출원인 유명인 전용기
일반적으로 항공 여행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항공은 미국 내 탄소 관련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스위프트만 전용기를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미국에서만 해도 많은 유명인이 전용기를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스위프트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녀의 유명세만큼이나 그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스위프트 입장에서는 과도한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프 콜건 브라운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는 AP에 “전용기를 이용하는 유명인 중 50세 이상의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스위프트가 그토록 많은 분노의 대상이 된다는 건 놀랍다”고 지적했다.
올림픽부터 매년 개최되는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행사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전용기 이용자들이 더 강하게 비판을 받는 건 전용기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모든 항공 여행은 탄소를 배출하나 전용기는 상업용 비행에 비해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최소 10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탄소 상쇄 배출권을 구매하고 청정 기술 및 기타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는 점을 들며 전용기 이용을 옹호해왔다.
스위프트의 홍보 담당자 역시 투어가 시작되기 전에 AP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모든 투어 여행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탄소 배출권을 두 배 이상 구매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담당자는 이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토마스는 BBC에 ”부유할수록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가 더 쉽다는 건 스위프트에게 긍정적인 일“이라며 ”유명인은 지속가능성에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위프트는 기후 위기에 대해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지속가능한 이니셔티브를 홍보하거나 콘서트 수익금을 환경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자신이 걸어온 틀린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