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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역풍 있어도 끝은 없다…빠른 전환이 이기는 길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4.03.03 16:57
  • 수정 2024.03.0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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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성과 부진하고 공시 유예 움직임 일자
ESG 끝났다고 안도하는 경영자 적지 않아
ESG 전환의 근본 이유 따져보면 답은 분명

ESG 투자 성과가 부진하지만 ESG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진= 픽사베이
ESG 투자 성과가 부진하지만 ESG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진= 픽사베이

“ESG 경영 역풍을 맞다” 라는 제목의 한 국내 일간지 기사가 눈길을 끈다. “ESG는 끝났다” 이라는 제목의 글들도 자주 눈에 띈다. ESG 경영이 무엇이고 왜 해야하는지를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끝이라니. 한편으로 혼란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않을 것 같다. 마지못해 ESG 경영을 선포한 뒤 미적미적 눈치만 보던 경영자들이다.

기업에 ESG 경영을 압박하던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행보도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투자의 성과가 좋지 않다. 그래서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고 기존 투자도 줄고 있다. 탄소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재생에너지 투자는 상대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 멈출 기미 없는 전쟁들로 인해 무기 관련 산업들이 호황을 맞는 상황도 ESG 투자에 대한 회의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ESG 공시 의무화는 예정된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를 전후하여 ISSB와 ESRS 등 ESG 공시 국제기준이 공표된데 이어 올 상반기 중에는 국내 기업을 위한 공시기준도 공표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ESG 공시를 위한 사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국내 공시 의무화도 그렇지만, 수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ISSB와 ESRS 등을 면밀히 살피며 무엇을 공시할지, 어떤 방법으로 공시할지, 공시 후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예정대로 라면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시를 시작할 기업들이 갖는 의문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예정된 의무공시 일정에 추가로 변화가 있을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할 개별 기업들의 ESG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다.

첫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예스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개별기업의 ESG공시 일정은 국가별로 정해진다. 각국의 규제기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다. 4월 총선 직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ESG 공시 로드맵에서도 공시 일정의 추가적 변화 가능성이 막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ESG의 성격상 주요 국가들이 제각각 완전히 다른 길을 가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세계 경제를 끌고 가는 미국과 유럽의 판단과 결정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 국가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ESG 공시에 항시 적극적이던 유럽이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제도의 시행시기를 연기한 사례들이 여럿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미국은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오는 4월쯤 기후공시 기준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스코프3 완화 방안을 놓고 막바지 논의 중이다. 연말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ESG가 ‘올스톱’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미국의 SEC는 사법적 권한을 갖는 독립적 국가기구로 대통령도 일단 시행에 들어간 SEC 정책을 거스를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ESG 전략, 공격적 전환이 정답

두번째의 의문, “불확실성하에서의 기업의 ESG 전략”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ESG 이니셔티브(Initiative)의 추진력이 약화되고 공시제도의 시행시기 역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은 기업들에게는 하나의 불확실성이다. 이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과연 전략적인 후퇴이어야 할까? 아니면 공격적 전환이어야 할까?

각국이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궁극적 목표는 기업들의 ESG 전환 유도다. 시장의 관찰과 감시를 통해 ESG 전환을 가속시키는 것이다. ESG 전환이란 기업들이 변화를 통하여 환경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에 호응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ESG 전환이 ESG 공시제도의 속도조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감시가 느슨해지면 행동도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ESG 전환, 즉 환경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청정기업으로의 거듭나야 하는 근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바로 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활동이 바로 ESG 전환인 것이다.

ESG 전환은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종속변수가 결코 아니다. 국내의 기업들이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ESG 공시를 적극 준비하며 ESG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ESG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다. 특히 수출과 제조업으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가 그렇다. 제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도화가 국가적인 숙제이고 해외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국내 기업에게 ESG 전환은 빠를수록 좋아 보인다. 결국 맞아야 할 매라면 빨리 맞고 뛰는 게 낫다는 얘기다.

ESG 투자에 대한 자본시장의 일시적 실망이나 혼란이 우리 기업들의 ESG 전환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공시 일정의 변동성도 마찬가지다. ESG 역풍을 만난 자본시장이 머뭇거리는 동안 청정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은 더 속도를 내야만 한다.

[김의형 PwC컨설팅 고문/전 한국회계기준원장]

                         김의형 전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김의형 전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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