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 분야 주주제안 증가, 지지율은 하락
ISS, "한국의 불균형한 기업 구조,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갈등 야기"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지난해 미국에서 ESG 이슈에 대한 주주제안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SS는 '2024년 주요 지배구조 및 스튜어드십 이슈(Top Governance and Stewardship Issues in 2024)'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ESG 공세가 거세졌으나, ESG 주주제안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ISS는 올해 주총에서도 ESG 주주제안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제출된 E(환경)과 S(사회) 관련 주주제안은 총 643선으로 2022년의 608건보다 증가했다.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외면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쪽으로 SEC 규정이 변경됨에 따라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주주제안은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지난해 안건으로 채택돼 주총 투표에 부쳐진 환경·사회 분야 주주제안 수는 총 372건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50건에 불과했다.

다만 주주제안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지난해 환경·사회 분야 주주제안의 지지율은 16%였다. 2022년에는 22%, 2021년에는 29%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반 ESG에 해당하는 안건을 포함한 수치다. 반ESG에 해당하는 안건 역시 낮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주제안의 지지율은 2022년 평균 27.7%에서 2023년 20.8%로 하락했다. 2022년 총 37건이었던 환경과 사회분야 안건의 통과 건수는 지난해 8건으로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에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기후변화 및 DEI와 관련된 주주제안이 가장 많이 나올 전망이다. DEI는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어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뜻한다. 이는 장애 혹은 성별, 성 정체성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가치다.
ISS는 지난해에도 인권, 직장 내 생활 등 DEI와 관련된 주주제안에 다수 나왔으며, 플라스틱이나 삼림 벌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주제안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안건들에 대응하는 반ESG 안건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ISS는 미국의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도 지속적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초를 기준으로 S&P 500 기업 중 단 2개 기업만이 소수 민족 출신 이사회 구성원이 한 명도 없다. 러셀 3000 지수 기업 전체에서도 이 같은 다양성 수준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2023년 초 약 14%였던 수치보다 개선됐다.
한국에서도 최근 주주 행동주의 태동
ISS는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독특한 경제 발전 과정은 지배주주와 소액 주주간의 권력 불균형을 만들었으며, 불균형한 구조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과거에는 외인 투자자의 문제제기가 없는 한 국내 증시에서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도 주주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거버넌스 관련 주제는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경영권 분쟁,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 등이다. 주주제안은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 주를 이뤘다. 2023년 주주총회 시즌에는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본 반환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 건수가 전 해 대비 30% 증가했다.
ISS는 주주 제안 건수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승리하는 경우는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ISS는 변화하는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와 소액주주들의 커져가는 영향력이 2024년에는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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