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기후공시 법적 유효성 법정에서 적극 방어"
금융전문 로펌 채프먼, "미국 기후공시 불확실성 커졌으나 기후 정보공개는 필수"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4일 소송전에 휘말린 기후공시 도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SEC는 이런 결정이 기후공시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SEC는 당초 2025년 정보에 대해 2026년부터 대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기후공시를 의무화했다. 국내 기업인 포스코와 KB금융그룹, 신한금융, 한국전력, SK텔레콤, 우리금융그룹, KT, LG디스플레이도 2026년 공시 대상이다.
하지만 더힐(The Hill)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SEC는 성명을 통해 “제8 순회항소법원에 의한 기후공시의 사법적 검토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후공시 최종안의 시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5일 미국의 천연가스 시추기업 리버티 에너지(Liberty Energy)와 노마드 프로판트(Nomad Proppant)가 제기한 SEC 기후공시 정보 공개 규정(이하 기후공시)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지해 달라는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효력 정지는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행정 기관의 결정이나 조치의 시행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SEC가 지난달 기후공시기준을 확정, 발표한 후 SEC를 상대로 보수 성향의 25개주와 에너지기업, 환경단체 등이 제5, 6, 8, 11, 2 순회항소법원과 DC 항소법원에 총 9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보수성향의 25개주나 에너지 기업은 기후공시기준을 제정해 기업에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SEC의 권한 밖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에 환경 단체인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은 SEC의 기후공시기준이 스코프 3 공시를 제외시키는 등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DC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달 22일 추첨을 통해 SEC 관련 소송을 제8 순회항소법원에 배정했다. 따라서 제8 순회항소법원이 모든 SEC 관련 소송을 병합 심리하게 됐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 있는 제8 순회항소법원은 미국 중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이다. 17명의 판사 중 민주당이 지명한 판사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법원이다.
SEC, 소송에 적극 대응
SEC는 성명을 통해 “(기후공시기준) 최종안의 법적 유효성을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해 나갈 것”이라며 “신속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집권한 18개주 법무장관들은 제8 순회항소법원에 SEC의 기후공시의 법적 유효성을 방어하기 위해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 이들은 “투자자와 상장사가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방법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비교 가능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기후공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달 초 기후공시의 안착 여부는 SEC의 소송 대응능력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SEC의 기후공시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낮추도록 유도하기 위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법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SEC는 공시기준을 만드는 기관이자 증권감독기관이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일은 SEC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기후공시 불확실성 커졌으나 기후 정보공개는 필수"
미국의 금융전문 로펌 채프만(Chapman)은 홈페이지에 올린 코멘트를 통해 “(소송에 의해) 현재 법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고”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SEC 기후공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운명과 시행 시기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로펌은 그러나 “소송과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 가능성에도 기후 관련 정보 공개는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많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이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한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SEC 기후공시외에도 유럽연합(EU)이 ESRS기준에 의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기후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로펌은 “투자자의 요구와 다른 지역(국가)의 규제 강화는 이런 변화(기후 정보 공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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