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관할하는 제8순회항소 법원에 배정
17명 판사 중 민주당 지명 판사 1명 뿐
‘26년 첫 공시 대상 한국 기업도 8곳, 실행 여부 불투명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반발해 미국 화석연료 기업과 보수 성향 주정부가 제기한 소송이 보수 성향의 제8 순회항소법원에 배당됐다고 블룸버그로(law)가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를 상대로 미국 25개주와 에너지기업, 환경단체 등이 제5, 6, 8, 11, 2 순회항소법원과 DC 항소법원에 총 9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열린 추첨을 통해 SEC 관련 소송을 제8 순회항소법원이 병합 심리하게 됐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 있는 제8 순회항소법원은 미국 중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이다. 17명의 판사 중 민주당이 지명한 판사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법원이다.
기후공시 규정 효력정지
이에 앞서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15일 미국의 천연가스 시추기업 리버티 에너지(Liberty Energy)와 노마트 프로판트(Nomad Proppant)가 제기한 SEC 기후공시 정보 공개 규정(이하 기후공시)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지해 달라는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효력 정지는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행정 기관의 결정이나 조치의 시행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이 공개한 승인 문서에서는 행정 보류 인가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리버티 에너지는 법원에 제출한 효력 정지 신청에서 “명백하게 SEC는 (기후공시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기후공시는 "엄청난 양의 정보,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추측성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공시를 위해 기업들은 누적 40억 달러(약 5조 3500억 원) 이상을 지출할 것”이라며 “(기후공시 시행은) SEC를 기후 정책에 개입시키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로는 SEC 기후공시 관련 소송을 병합해 맡게 된 제8 항소법원은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받아들인 효력정지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으나, 그럴 권한이 있다는 언급일 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에 대해 SEC는 “2026년 3월 이전에는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기후공시 시행을 일시 중지하는 조치는 불필요하다”며 “(기업이 주장하는) 기업에 대한 잠재적인 피해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SEC는 기후공시가 “기후공시 규정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권한 내에서 적절하며 기후 위험에 대해 ‘일관되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기업이나 보수성향의 주정부와 달리 환경 단체인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은 SEC의 기준이 미흡하다며 DC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에라 클럽은 SEC가 확정한 기후공시 기준이 “스코프3 배출량 공개 의무가 삭제되면서 초안에 비해 지나치게 약화됐다”며 “기업의 기후 관련 리스크 노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협의회(Natural Resouces Defense Council)도 SEC를 상대로 제2 순회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공시 불확실성 커져"...그래도 "기업 경영에 필수”
SEC는 2025년 정보에 대한 2026년부터 대기업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기후공시를 의무화했다. 국내 기업인 포스코와 KB금융그룹, 신한금융, 한국전력, SK텔레콤, 우리금융그룹, KT, LG디스플레이도 2026년 공시 대상이다. 잇따른 소송이 미국의 기후공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의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가 환경규제를 도입하는 것에 제동을 걸어왔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이달 초 기후공시의 안착 여부는 SEC의 소송 대응능력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SEC의 기후공시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낮추도록 유도하기 위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법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SEC는 공시기준을 만드는 기관이자 증권감독기관이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일은 SEC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미국의 금융전문 로펌 채프만(Chapman)은 홈페이지에 올린 코멘트를 통해 “(소송에 의해) 현재 법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고”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SEC 기후공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운명과 시행 시기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로펌은 그러나 “소송과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 가능성에도 기후 관련 정보 공개는 기업 경영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많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이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한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SEC 기후공시외에도 유럽연합(EU)이 ESRS기준에 의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기후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로펌은 “투자자의 요구와 다른 지역(국가)의 규제 강화는 이런 변화(기후 정보 공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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