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주주 기업은행, 사장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 반대
행동주의펀드 FCP, "거버넌스 개선 시급" 기업은행 지지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표심 따라 승패 갈릴 전망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KT&G의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회사측과 1대주주인 기업은행 간 찬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KT&G의 최대주주(지분 7.11% 보유)인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KT&G 이사회가 추천한 신임 사장 후보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방 수석 부사장 재임 기간 중 회사의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돼 경영 능력이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업은행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하며 주주들에게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반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은행 측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는 14일 기업은행이 제출한 이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해, 사실상 방경만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업은행은 표대결을 위해 KT&G에 주주명부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는 상법에 따라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KT&G측은 기업은행이 주주명부 열람의 목적과 기한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요청을 발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 때도 반대 표결을 한 바 있다. 당시에는 국민연금이 중립을 취하고, 외국계 투자자들이 정부 개입을 반대하며 백 사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KT&G와 추천 후보들 둘러싼 논란은

기업은행은 방 수석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후 KT&G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비판했다. KT&G측은 이는 사실과 다르며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2021년 영업이익이 1조 3384억 원에서 2023년 1조1679억 원으로 12.7% 감소했으나 이는 수원 분양사업 종료 등 부동산 부문 사업 악화에 따른 일회성 현상으로 경영 능력과는 상관 없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결의 등으로 미뤄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KT&G의 사외이사들이 2012년부터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한차례씩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도 지나친 호화 외유였다고 기업은행은 문제 삼았다. KT&G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회사 내규를 철저하게 지켰고, 해외 현지 사업장 시찰을 위한 이사회의 정상적 활동이었다고 해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FCP, "KT&G 거버넌스 개선 필수적"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도 14일 국내 주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해 KT&G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경영진이 재무적·사업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가 너무 많으며, ESG경영과 거리가 먼 거버넌스 때문이 KT&G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이상현 FCP 대표는 "시가총액의 약 58%가 현금성 자산으로 자본 배치가 비효율적이고, 영업이익 절대 금액도 지난 2016년 1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FCP측은 “KT&G는 자사주 기부로 경영권을 공고화했다”며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해 2001년부터 이사회 이사들이 KT&G 자사주 1000만여주를 현직 사장이 이사장인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주주가치제고, 주가 안정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한 뒤 소각하지 않고 다른 곳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반복된 자사주 '셀프 기부'로 경영진이 12%나 되는 지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최대주주가 됐다"며 "주총 때마다 이 12% 지분을 통해 경영진 스스로를 '셀프 지지'했고 이번 주총에서도 이를 반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FCP는 KT&G의 거버넌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KT&G측이 추천한 후보들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한편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국민연금·외국인 투자자 표심 향방은
한편, KT&G의 3대 주주는 국민연금(6.29%)이다. 국민연금이 과연 기업은행과 동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4.2%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KT&G의 새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는 최대 의결권 자문 기관 ISS가 FCP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관련기사
- 한국 간판 기업들, ISSB‧ESRS 기준 ESG 공시에 "신속 대응”
- 올 정기주총 관전 포인트는...'행동주의 펀드'와 'ESG 리스크 관리'
- KT&G 백복인 사장 4연임?...행동주의펀드 제동 나서
- ISS, KT&G 주총에서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 후보 지지
- 유한양행 28년만에 회장직 부활...이정희 의장 회사 '사유화' 포석인가
- [주총 현장] 행동하는 주주 공세, JB금융지주ㆍ금호석화와 전면전
- 한국ESG평가원, KT&G 주총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 후보 "찬성"
- 국민연금, 방경만 KT&G 사장 후보 찬성
- [주총 현장] KT&G, 새 대표이사에 방경만·사외이사에 손동환 선임
- KT&G, 신입·경력사원 공개채용…15일까지 접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