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탄소중립연구원 대표 인터뷰, '전과정환경영향평가' 설명
"데이터 기반으로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정밀화, 감축전략 고도화"
EU, 일본 등 LCA 기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도입 예정
국내도 자동차 부문 LCA 기반 배출량 규제 도입 예고돼 있어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최근 자동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LCA(전과정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산업 부문에서 가장 먼저 LCA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의 LCA 내재화를 위한 제도적· 기술적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MW는 지난해 전기차 i5에 대한 LCA 보고서를 발간하고, 제품의 수명주기 동안의 ▲물발자국 ▲지구온난화 잠재력 ▲비생물적 자원 소비(ADPe) ▲산성화 가능성(AP) ▲질소산화물(NOx ) 등의 다양한 환경영향을 보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홈페이지에 “반도체 제품의 수명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제품 탄소발자국을 산출하고자 ISO 국제표준에 의거하여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프로세스를 정립”했다면서 “원자재 추출, 원자재 운송, 제품 생산, 제품 사용, 제품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SG경제는 LCA 솔루션 프로그램 링크(Lync)를 출시한 탄소중립연구원 이민 대표와 만나 LCA의 정의와 중요성, 규제 동향에 대해 물었다.
LCA, 스코프 3·PCF와 무엇이 다른가?
이 대표는 “LCA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원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고, 이 원료를 어떻게 가공했는지, 그리고 제품이 출하된 이후에 어떻게 사용되고 어떻게 폐기되는지까지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밀한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LCA를 측정하는 이유다.
LCA는 제품탄소발자국(PCF)를 포함하고 있어 스코프3에 포함된 ▲구매한 상품과 서비스 ▲판매제품의 가공 ▲판매제품의 사용 ▲판매제품의 폐기 카테고리의 배출량을 보다 정밀하게 보고할 수 있다.
LCA는 또한 PCF뿐 아니라 물발자국, 미세먼지 형성, 자원발자국 등 다양한 범주의 환경영향도 함께 평가한다.
이 대표는 탄소중립연구원이 이러한 LCA 데이터를 ▲측정 ▲관리 ▲보고 ▲검인증을 도와주는 4단계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데이터 측정 단계에서는 제품의 ▲제조전 ▲제조 ▲유통 ▲사용 ▲폐기 단계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제조전 단계에 해당하는 원료 구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했을 때, 해당 원료 구매량·수송 거리·수송 방법 등이 필요한 데이터에 포함된다.
수집된 데이터들은 환경부가 규정한 LCI DB(제품전과정평가 기본데이터) 혹은 해외 LCI DB가 제공하는 다양한 배출계수에 대입해 결과값을 산출한다. 데이터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존층 고갈 ▲미세먼지 형성 ▲물 사용 ▲토지·금속·광물·화석연료 이용 ▲발암·비발암 독성물질 등 각종 환경 영향 범주에서 해당 제품이 미치는 영향이 결과값으로 도출된다.
도출된 결과값을 토대로 관리가 시작된다. 제품의 생애주기 내에서 어떤 단계 혹은 어떤 요소가 가장 많은 환경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탄소중립연구원은 고배출 요인이 되는 핫스팟 식별을 통해 향후 감축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LCA 솔루션이 내부 보고를 위한 보고서,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춘 보고서, 검인증을 위한 보고서까지 모두 자동 생성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ync는) 제3자 검증과 글로벌 환경성적표지(EPD) 같은 검인증을 좀 쉽게 할 수 있도록 보고서만 작성해주는 것이 아닌, 보고서에 올라가 있는 데이터들 즉 증빙 자료들을 별도로 취합을 해서 관리한다"면서 “선제적인 통합 관리를 통해 검인증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Lync의 이러한 4단계 솔루션이 LCA 데이터 진단과 측정에만 머물렀던 기존 LCA 서비스와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 시마프로(SimaPRO), 오픈 LCA 등이 제공하던 서비스는 가장 앞단에서 데이터를 측정하는 단계에 머물러있었다"면서 “LCA가 비즈니스 단계로 넘어오면서 이 데이터를 가지고 관리, 검인증 기능까지 수월하게 수행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코프3 데이터 정밀화·감축전략 고도화 위해 필요
국내수출기업들이 주된 고객사라고 밝힌 이 대표는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에 LCA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화된 스코프3 데이터을 보고하고, 고도화된 감축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나이키, 애플, BMW,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해서 여러 고객사들이 스코프3 공시를 위한 제품의 정확한 탄소 발자국 데이터를 요청한다"면서 “업종별로 별도의 환경 영향 데이터를 요청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물을 많이 사용하는 패션이나 뷰티 관련 기업들은 협력업체의 물발자국 데이터를, 독성 물질에 민감한 바이오 계열 기업은 제품의 독성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은 물론 물발자국, 자원발자국, 독성 등의 다양한 환경영향범주를 모두 평가하는 LCA 데이터가 유용한 이유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LCA 데이터를 한번 측정하면 원청기업의 요구와 활용 목적에 따라 알맞은 데이터를 취사 선택해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객사 중 하나인 국내제지사 A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애플에 제품사용설명서를 납품하고 있는 A가 LCA를 측정해 애플에 보고하면 애플은 스코프3 카테고리 1번에 대한 데이터를 A가 준 데이터 값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면서 “애플은 A가 납품하는 제품에 대한 평균적인 배출량 데이터가 있을 수 있지만, 직접 데이터 보고를 받음으로써 정확성과 정합성을 높이고, 향후 감축 전략을 세울 때도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2016년부터 스코프3 측정을 시작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 애플은 매년 제품의 LCA 측정을 위한 수명 주기 평가와 자사 제품의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추적해 감축 전략을 세워왔다. 그 결과 2017년 2733만 톤(tCO2e)이던 스코프3 배출량은 2021년 2313만 톤으로 5년 새 15%나 감소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LCA 도입에 적극적...국내서도 움직임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전주기평가(LCA) 기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국외 정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 부문은 LCA 규제 도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산업 부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자동차 분야에 LCA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 6월부터 자동차 제작사가 LCA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승용차 및 경상용차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평가 및 일관된 데이터 보고를 위한 방법론을 2025년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 「에너지 합리적 이용법」을 근거로 자동차 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자동차용 연료(휘발유, 전기 등) 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 전 및 생산 단계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을 고려한 평가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자동차 제작업체들은 일본자동차제조사협회를 중심으로 기존 ISO에서 규정한 전주기평가 방법(ISO 14040:2006)에 따라 자발적으로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정환수 박사(연구사)는 "국내도 이러한 국제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 자동차 온실가스 전주기평가를 위한 관련 법규 및 방법 마련과 공급망을 포함한 스코프3 수준의 LCA 관련 데이터베이스 확보 등 국내 자동차 LCA를 위한 제도적·기술적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한국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 추진 방안으로 자동차 전주기에 걸쳐 배출량 총합을 평가하는 LCA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0년 「자동차 평균 에너지 소비 효율 기준·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서 2026년 이후의 자동차 온실 가스 배출 기준은 환경부 장관이 온실가스 전주기평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고려하여 중간 검토를 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 (2023.4)」에서도 환경부가 주관이 되어 LCA를 고려해 자동차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형 그린앤캡(Green NCAP, 자동차 안전도평가)에서도 2026년부터 전기차나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서 LCA 숫자를 매겨서 점수를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전기차도 연료는 탄소 배출이 없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배터리를 만드는데 LFP(리튬·인산·철) 등 배출량이 많은 원료가 포함된다. LCA를 측정하면 단순히 연료만으로 친환경이다 아니다 판단하는게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전기차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