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대선 이후 소용돌이
그래도 EU는 지속가능성을 신성장 동력으로
기업에 2025년은 ESG 점검과 정비의 기회

이제 2024년도 두달 남았다. 기업들은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계획에 분주하다. ESG 지속가능경영 담당자들이 2025년 사업계획 수립에 참고할 만한 점검 포인트를를 다섯개로 정리해 본다.
1. 글로벌 경기침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일부에서 내놓기는 하지만, 각국이 경기를 부양할 특별한 이슈나 방도가 없는 상태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북한군 파견), 중동 갈등, 미중 패권 다툼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전쟁 위기를 더욱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각국의 권력자들 때문에 내년에도 평화로운 세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정세와 시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와 기업 또한 호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런 낌새를 알아차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재 꽤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거나 곧 실행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매출과 수익, 투자에 ESG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실행 수준은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SG 관련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유럽연합(EU)에 주요 사업장을 두거나 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EU 규정과 지침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내년에 올해 정도의 수준으로 ESG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2. EU는 지속가능성을 경기부양 전략으로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EU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장기 경기침체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공공경기부양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EU 집행위원회와 산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EU 그린 딜'의 적극적인 실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은 결코 기업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거나 시장경제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에너지·산업 전환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 재해 피해 복구와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EU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EU는 공공·민간 투자의 방향과 전략을 '지속가능성'으로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민간 산업과 기업,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공공 인프라 구축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부분에서 러시아 천연가스(LN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인프라 구축 등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많은 공공 자금을 쏟아 붙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EU 집행위원장의 임기인 2029년까지 이 기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미국 또한 EU의 지속가능성을 핵심 전략에 둔 공공 경기부양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가 뒤집어 놓은 오바마의 미국 중장기 지속가능성 전략을 다시 회복하는데 시간을 다 쓴 상황에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오바마의 장기 전략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글로벌 지속가능성 ESG 정책의 리더십은 EU의 외로운 독주가 향후 4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의 ESG 관련 정책은 일시 정지 상태
얼마전 국감에서 금융위원장은 'ESG 의무공시' 시행에 대해 '글로벌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답변을 했다. 즉 우리 스스로, 우리의 필요에 따라 실행할 생각은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마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ESG를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을 생각이고, 해리스가 당선되어 미국 증권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이 연방 차원에서 다시 활성화되면 그 뒤를 따라갈 것 같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모든 국가는 매 5년마다 실행 성과와 향후 실행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이것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라고 하며 바로 내년 2025년에는 지난 5년 간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2035년까지의 감축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각 기업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별도의 넷제로 계획이 없으면 NDC를 따라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NDC를 실행할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너무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U와 미국, 심지어 중국도 매우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원자력 발전'에 목을 메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라면 EU와 미국의 기업들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2030 RE100 달성'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RE100이 투자 또는 거래 조건에 필수가 되는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공장을 RE100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로 옮겨야 한다.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세금, 지역 경제는 보장되지 않는다.
확실히 현 정권은 ESG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실기'하고 있다. 때를 놓칠 뿐만 아니라 기회도 잃고 있다. 정부가 기업을 열심히 지원해도 글로벌 경쟁에서 잘 될까 말까 싶은데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 싶다.
4. ESG 데이터, 대충 넘어가면 큰일
기업이 어렵게 '각자도생' 해야하는 상황에서 ESG를 보는 외부 인식과 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ESG 보고서 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기업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졌다. 그리고 그 데이터에 대한 검증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올해 6월과 7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난 후,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반응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부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첫째 모든 보고서가 '자화자찬'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며, 둘째 보고서에 공개된 데이터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ESG 보고서를 연례 사업보고서 만큼 책임성을 가지고 만들지 않고, 단순히 PR용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 정보공개에서 필수적인 기업의 경제, 환경, 사회, 사람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부분은 거의 생략하거나 희미하게 처리하고 잘한 부분만 강조에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데이터 부분은 EU나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가 많거나 유럽 연기금의 투자와 연결된 기업들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도 하고 내부 역량도 높이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ESG 정보공개 가이드 라인이 요구하고 있는 데이터의 요구 내용과 수준, 범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자꾸 뒤로 미루면 안된다. ESG 관련 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된 ESG 목표와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실행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를 한 번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ESG 데이터의 정확성은 기업 전략과 경쟁력의 기본 바탕이며 외부로부터 기업 평판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5. ESG 점검과 재정비의 시기
2020년 말에 시작된 ESG 돌풍 때문에 어지간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목표를 수립했다. ESG 위원회와 실무체계를 만들고 관련 원칙과 내규를 제정하고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렇게 3~4년을 보냈고, 이제 초반 러쉬는 끝났다.
2025년은 점검과 재정비의 시기다. 트렌드에 따라 깊은 생각과 고민없이 ESG 전략과 목표를 만들었던 기업들은 2025년에 반드시 정비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더구나 초기에 외부 컨설팅업체가 제대로 된 내부 분석없이 외부 벤치마킹 방식으로 만들어 주었던 전략체계(비전,전략,목표 등)에 대한 재정비를 해야만 한다.
트렌드에 휩쓸려 남들을 따라하는 초기 단계가 끝났다. 이제 내재화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전략체계, 의사결정체계, 실행체계, 모니터링 체계 등을 다시 정비하고 정말 우리 회사에 적합한 것들로 수정하거나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 2~3년 동안 외부에 보여주기식 ESG만 했다면 내부에서 ESG에 대한 반발과 회의가 심할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고 돌이킬 기회가 바로 내년이다. 반면 그동안 지속가능경영과 ESG를 제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했다면 초기에 세운 계획, 전략, 목표들이 뭔가 부족하거나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계획과 전략의 기본적인 특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3년 주기로 점검하고 정비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바뀐 내외부 상황에 맞는 계획과 전략으로 재정비하는데 반드시 해야 할 일이 경영진과 실무부서의 적극적인 참여다. 아마도 대부분의 회사가 2~3년 전 ESG 전략 수립 당시의 경영진과 실무부서 인원들이 많이 교체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바뀐 경영진과 실무부서 직원들은 ESG에 대해 잘 모르거나 각 부서와 담당자의 ESG 관련 R&R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경영진과 실무부서들이 직접 참여하는 ESG 전략 재정비 워크숍, 교육 등을 2025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주요 대기업들에서 대규모 감원과 예산 축소의 소식이 매일 들려오고 있다. ESG를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은 기업과 ESG 관련 업체 모두에게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과 ESG 관련 종사자들이 2025년을 지속가능경영 ESG를 질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시기와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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