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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고려아연 '폭탄 유증' 통할까…지분율 MBK연합에 0.5%p 앞서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4.10.30 16:33
  • 수정 2024.10.3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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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유증, MBK·영풍 지분 희석 노림수...우리사주 20%, 3% 청약 제한
'KCC-현정은' 현대엘리 분쟁 '데자뷔'...경영권 방어 무관 증명이 관건
공개매수가 대비 30% 낮은 유증...고려아연 주가 공시직후 하한가 급락
유증대금 92% 차입금 상환…'주주돈으로 경영권 방어 빚 갚는다' 비판직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 격화 와중에 단행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폭탄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KCC로부터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할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습 유상증자'와 닮아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당시 현 회장의 유상증자 시도는 법원의 제동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고려아연은 30일 이사회를 거쳐 신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총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시가대비 3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해 총 공모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넘겨 우군을 늘리겠다는 행보다.

고려아연은 주주 기반 확대와 개방적인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자본시장 안팎에선 사실상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률 희석과 우리사주를 통한 우군 확보를 노린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우리사주조합 외 일반 청약자들에게는 3%(11만1979주) 청약 제한 조건을 둔 데 대해 MBK·영풍의 지분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청약한도 조건에 대해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일반공모 증자 시 1인당 청약 한도를 정해 놓는 실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지분 경쟁 구도 속에서 사실상 상대방의 지분 희석을 겨냥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로 소각이 예정돼있는 204만30주를 제외하고 남은 발행주식총수 1866만3253주 기준으로 지분율을 따져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엔 4%를 배정할 수 있지만, MBK·영풍 연합은 아무리 청약 금액을 많이 써내도 0.6%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증자로 MBK와 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3.9%에서 36.4%까지 희석된다. 최 회장과 백기사 베인캐피탈의 합산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기존 40.4%에서 33.5%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신주를 확보한 우리사주물량 3.4%가 최 회장 편을 들면 의결권 지분율은 36.9%까지 늘게된다. MBK 연합을 0.5%포인트 앞서게 되는 것이다.

일반 공모서 청약 물량 3% 제한...법적 논란 가능성

시장에서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을 다수 우군으로 두고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특별관계자로 묶이지 않은 우호 세력들이 유상증자 청약에 응한다면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 기회를 주는 일반공모 방식을 택하면서 청약 물량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을 뒀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증권 인수업무 규정 등에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응모를 하고 싶어도 회사가 자의적으로 물량을 제한한다는 건데 일반공모 취지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경영권 방어 위해 차입하고 '주주 돈으로 빚 갚는다' 비판

또한 유상증자로 마련한 2조5000억원 가운데 90%가 넘는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목적이라고 밝혀 '주주 돈으로 빚 갚는다'는 비판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지난달 23일까지 MBK·영풍 연합에 맞서는 자기주식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켰다.

이날 제출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하나은행(4000억원), SC은행(5000억원), 메리츠증권(1조원), 한국투자증권(2000억원), KB증권(2000억원) 등에서 총 2조3000억원을 빌렸다. 이들은 모두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 대금에 단기대출, 회사채 발행 등으로 차입을 제공한 금융사들이다.

사실상 최 회장의 개인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이 이를 대신 갚아주는 모양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직후 하한가(46만2000원)를 맞으며 급락한 채 108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MBK측, 유상증자 막기 위한 가처분 나설듯...치열한 법적 공방 예상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MBK파트너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MBK파트너스

법조계에선 MBK 측이 즉각 유상증자를 막을 가처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 2003년 실패한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 목적 일반공모 유상증자 사례와 이번 유상증자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증자 목적과 경영권 방어간 연관성을 둔 양 측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당시 현정은 회장은 KCC가 사모펀드 등과 함께 현대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를 장내에서 매집해 경영권을 위협하자 일반공모 방식으로 1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깜짝 발표했다. 당시 발행주식(561만주)의 178% 달하는 막대한 물량인 데다 신주 가격도 기준 가격보다 30%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KCC의 대규모 유증 참여를 막기 위해 1인당 청약한도도 300주로 제한했다.

KCC는 즉각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유상증자를 막아세웠다. 하지만 이후 KCC가 5%룰 위반 등으로 증선위로부터 주식처분명령을 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 측이 이번 증자가 현대엘리베이터 사례와 다른 점을 법원에 증명해야 법원의 제동을 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한지 7일만에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유상증자를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증자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것을 증명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우리사주를 통한 의결권 부활로 MBK 측과 지분율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점도 재판부에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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