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 ‘50년까지 전세계 지열발전용량 최대 800GW 전망
가변적인 풍력-태양광 발전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 가능
화석연료기업 기술과 공급망으로 지열에 쉽게 접근 가능
지진 유발 우려가 걸림돌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셰일 시추 기술을 이용한 지열 발전이 미국과 인도의 전력 수요를 합친 양 만큼의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 나왔다.
IEA는 지난 13일 발표한 ‘지열 에너지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IEA는 현재 지열 발전이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1% 미만을 충족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선과 프로젝트 비용 절감으로 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최대 800GW의 발전용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발전 용량은 2050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최대 15%를 충족하는 수치이며, 현재 미국과 인도의 전기 수요를 충족하는 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지열 에너지가 향후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지열은 지표면 밑에서 생성·축적돼 땅 표면으로 흘러나오는 열을 말한다. 지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거나 냉난방을 할 수 있다. 지열 발전은 땅 속의 고온 지하수나 수증기를 끌어올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환경오염이나 연료 고갈 염려가 없어 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또 좁은 면적에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고, 24시간 내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지열 에너지에 대한 열망의 원동력 중 하나는 데이터 센터 전력의 필요성”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연중무휴 24시간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 센터에 지열이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열은 24시간 전력을 생산, 저장할 수 있다. 지난해 전세계 지열 용량은 2023년에 75%가 넘는 활용률을 보였으며, 풍력 발전은 30% 미만, 태양광 발전은 15% 미만이었다. 보고서는 “지열 발전소는 전력망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작동해 수요를 항상 충족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 및 풍력과 같은 가변적인 재생 에너지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 투자금액과 지진 위험 등은 단점으로 꼽혀
지열 발전 프로젝트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기술과 공급망을 이전해 운영된다는 점은 비용 효율적이지만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새로운 지열 프로젝트를 개발하려면 많은 업스트림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프로세스와 유사한 지표면 평가, 모델링, 시추 및 지표면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석유 및 가스 서비스 기업은 지열 자산 개발의 기술, 설계 및 워크플로 측면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열 발전 운영과 관련하여 ▲지열 출력 최적화 ▲시설 안전성 모니터링 ▲유정 성능 저하 개선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이 석유 및 가스 생산 운영의 관행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보건, 안전 및 환경 관리 관행과 설계 및 엔지니어링 원칙은 차세대 지열 프로젝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업계는 (지열 발전을 위한)차세대 재료, 화학 물질 및 자극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연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열 발전에 대한 모든 투자 요소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 기존 지열 사업에 투자되는 금액의 평균 약 3분의 2가 석유 및 가스 산업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향상된 지열 시스템(Enhanced Geothermal Systems, EGS)은 미국의 셰일 가스 생산에 사용되는 수압 파쇄 기술 및 시추 기술을 통해 지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정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석유 산업의 기술 등이 지진과 수질 오염 같은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운동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높은 비용도 지열 발전의 장애물로 꼽힌다. 비롤 사무총장은 “지열 에너지는 일정한 전력 공급원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전망(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최대 800GW의 지열 발전 용량을 배치)대로 지열 발전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지열 발전에 1조 달러(1436조 4000억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자돼야 한다. 2050년까지는 2조8000억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IEA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