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카본은 해양에서 흡수 격리하는 탄소
2050 탄소중립 할당 목표는 연 136만톤
현재 해조류 양식 흡수량은 11만톤 남짓
해양공간 경쟁 등 양식 확대에 제약 많아
연료·가축사료 등 새로운 용도 개발 필요
생산성 향상할 수 있는 기술 혁신도 시급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국민의 밥상에 늘 오르는 김 가격이 지난해부터 치솟고 있는데도 정작 전라남도 등 김 산지에서는 원료인 물김이 대량 폐기 처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마른김이나 조미김 가격은 예년보다 40~50% 인상됐지만, 산지의 물김 가격은 지난해보다 50~60% 낮게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등지에서는 올들어 물김이 3000톤이나 폐기 처분됐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김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양식 허가로 양식 면적이 2700ha가 늘어난 데다 작황도 지난해보다 27%나 좋았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불법 양식까지 늘었다. 경매에서 유찰된 물김은 생물이라 보관할 수도 없어 대부분 폐기 처분되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비도 못 건지고 물김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어민의 안타까운 사정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온실가스를 흡수 제거하는 ‘블루카본’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김 폐기, 블루카본 정책과 ‘엇박자’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는 용어는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정부 간 해양과학위원회(IOC-UNESCO)의 공동보고서에서 처음 제안된 용어로서, 일반적으로 해양 및 연안 생태계에 의해 포집되어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유기탄소(organic carbon)를 말한다.
![지난달 31일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가 화산면 구성리 김 위판장을 방문, 물김 위판 사항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해남군 제공]](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2/9873_13942_149.jpg)
쉽게 말해 삼림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것처럼 바다의 해조류나 해초 등이 광합성을 하고 자라면서 CO₂를 흡수, 제거, 격리하는 것을 블루카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해조류 등의 양식으로 CO₂를 흡수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탄소 포집 저장이고, 마이너스 배출이 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잘하면 탄소 배출권으로 거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연간 136만2000톤의 CO₂를 블루카본 형태로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처럼 블루카본의 역할을 꾸준히 늘려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애써 생산한 물김을 폐기 처분하는 상황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해조류 바이오매스(건조중량)에서 탄소 함량은 25~42% 범위이고, 물김 3000톤에 들어있는 탄소의 양도 200톤 정도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기껏 수확한 해조류 바이오매스(biomass, 생물량)가 썩어서 다시 CO₂로 방출되는 일은 정부 정책과 모순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전남대 김광용 교수 해조류 블루카본 논문
그렇다면 블루카본 중에서도 김이나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 양식을 통해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해양환경전공 김광용 교수는최근 한국조류(藻類)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조류(Alga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논문에 따르면, 해양은 인류가 배출한 CO₂의 약 26%를 흡수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해조류가 흡수한 양이다. 해조류는 CO₂를 흡수하며 자라는데, 그 결과로 유기물을 만든다. 해조류 유기물은 바닷물에 녹아있는 형태인 용존유기물(DOC)와 입자 유기물(POC), 그리고 바이오매스로 분류할 수 있다.
해조류의 유기물이 탄소 흡수 역할을 하려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저장돼야 한다. 용존유기물 중에서는 일부 난분해성 유기물(RDOC) 성분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입자 유기물의 경우 깊은 바다로 가라앉거나 산소가 없는 퇴적토에 묻힐 경우에 분해되지 않고 격리되면서 온실가스 흡수 제거 역할을 수행한다. 해조류의 바이오매스를 바이오연료나 바이오플라스틱, 숯과 비슷한 바이오차(biochar) 형태로 전환할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해조류를 가축 사료나 화장품 재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넓게 봐서는 온실가스 제거에 기여할 수 있다. 해조류를 먹인 소는 메탄가스를 덜 배출할 수도 있다.
"한국은 대규모 해조류 양식 선구자 될 수 있어"
김 교수는 논문에서 “해조류 양식에 적합한 전 세계 수역은 약 4,800만㎢로, 전체 해양 면적의 약 13%, 전 세계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의 약 35%를 차지한다”면서 “가장 생산적인 EEZ 100만㎢ 이상에서 해조류를 재배하면 연간 수십억 톤 규모의 바이오매스 생산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비해 전 세계 해양의 70%는 철분 부족으로 해조류 양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물고기나 조개 등 다양한 생물을 동시에 양식하는 다중 영양단계 양식 시스템을 도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설물 등을 통해 필요한 영양물질을 상호 교환한다면 수심이 더 깊은 바다에서도 해조류 양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해조류를 양식하고, 그 바이오매스를 심해에 가라앉혀 탄소를 격리,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에서는 2000m 이상의 깊은 바다 속으로 해조류를 투입할 경우 94% 이상의 탄소가 분해되지 않고 격리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온실가스 제거 전략으로 대규모 해조류 양식을 도입하는 데 있어 선구자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약 1만5000㎞의 해안선을 따라 개발된 얕은 지역과 연안 지역으로 해조류 양식에 이상적인 자연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서해와 남해의 리아스 해안은 다양한 양식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8~2022년 연간 양식 해조류 생산량은 170만~190만 톤(생중량)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역, 다시마, 김이 각각 연간 50만~60만 톤이 생산되고, 톳, 파래, 청각이 뒤를 잇는다. 전국적인 양식 면적은 약 2만3000㏊(230㎢)를 차지하며, 연간 약 27만6000톤의 유기 탄소를 생산한다. 국내에서 해조류 양식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고, 정부의 뒷받침도 갖춰져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연간 171만500톤의 해조류를 생산, 중국 1850만5700톤과 인도네시아 932만300톤에 이어 해조류 생산량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북한도 55만3000톤으로 필리핀 147만8300톤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2030 CO₂ 감축목표의 0.04%에 불과해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있다. 김교수는 “탄소 격리 측면에서 국내 해조류 양식은 연간 약 11만1300톤의 CO₂를 격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한국의 2030년 국가 GHG 감축 목표인 2억 9100만 톤의 0.0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해조류 양식으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대 정익교 명예교수와 부경대 최장근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11개국 20개 해조류 양식장 아래 퇴적토의 유기탄소량을 측정한 결과, 양식장의 운영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운영기간이 최장 300년, 규모가 최대 1만5000㏊에 이르는 양식장을 조사했는데, 가장 오래된 양식장의 경우 ㏊당 140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해조류 양식장 하부의 퇴적토는 평균적으로 연간 ㏊당 연간 1.87톤의 CO₂를 저장하는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일반적인 퇴적토의 2배에 해당한다. 양식장 퇴적토는 평균적으로 연간 1㏊당 1톤가량, 최대로는 연간 8톤의 CO₂를 추가로 저장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연구팀의 최대 저장 수치를 국내 양식장 면적에 적용하면, 국내 해조류 양식장 아래 퇴적토에 저장되는 CO₂의 양은 연간 최대 18만톤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국제연구팀은 “해조류 양식은 현재 지역보다 몇 배 더 큰 해양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해조류 양식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해조류 생산 전체 생애주기에 대한 평가(LC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 배출권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부족한 지식을 채울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와 평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식장 확대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 줄 우려도
온실가스 제거 외에도 따져봐야 할 것이 더 있다. 무엇보다 양식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 해조류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운송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투입되고 온실가스가 나올 수 있다. 재배한 해조류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산화질소나 메탄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나올 수도 있다.
대규모 해조류 양식장 설치로 인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해조류 도입 과정에서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에 해를 미칠 수도 있다. 물론 해조류 양식이 해양 생태계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추가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해양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잠재적 갈등도 고려해야 한다. 해안 지역에서 어업과 관광, 산업 활동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서 해조류 양식장 확장에 필요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갯벌의 간척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단지 설치도 공간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반면 도시 발전으로 오폐수가 유입될 경우 해조류 양식에 치명적일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해조류 양식 규모를 확대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깊은 바다에 해조류 양식장을 설치할 경우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수확물을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식량 안보 강화 등 장점 고려해 해조류 양식 늘릴 필요도
이런저런 연구 결과를 보면 해조류 양식을 통해 저장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2050 탄소중립 달성 계획에 맞추려면 국내 해조류 양식장 면적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
다만 해조류 양식은 육상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해양 환경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이점을 제공한다. 해조류 양식은 탄소 격리의 주요 목표 외에도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해양 생태계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추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조류 양식은 사회적, 생태적으로 더 매력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동화된 해상 양식 시스템을 도입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등 기술 혁신을 통해 해조류 양식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오연료 및 건축 자재와 같은 해조류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면 경제적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후변화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조류 양식을 통해 해조류 양식의 탄소 회계, 즉 표준화된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의 개발도 시급하다. 해조류 양식의 탄소 격리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검증하려면 포괄적이고 표준화된 방법론이 필수적이며, 특히 DOC 배출 및 POC 매몰과 같은 주요 탄소 흐름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측정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원격 감지 기술과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김 교수는 “정부, 학계, 산업이 협력하여 혁신을 주도하고 해조류 양식의 지속 가능한 확장을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찬수 ESG경제신문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envire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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