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주지사 "한국의 가스 구매, 관세협상과 연계" 구매 및 투자 요구
기후솔루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수십년간 무산...경제성·안전성 의문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참여할 시 64조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비롯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향후 30년간 약 3300조 원에서 최대 6300조 원에 이르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2023년 공개된 미국 에너지부(DOE)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최종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구 협의체(NGFS)가 제시한 연도별 탄소비용 데이터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사업은 CCS(탄소 포집 저장 기술) 적용 여부에 따라 총 탄소비용이 약 3300조 원에서 최대 63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총 부채 수준에 맞먹는 규모로, 향후 30년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비용이 막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 던리비 미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 25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을 비롯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해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던리비 주지사는 26일 방한 인터뷰에서 "핵심은 한국이 알래스카산 가스를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관세 협상 등 다른 모든 사안이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모든 것은 '가스 구매'에서 출발한다"고 한국의 LNG 구매와 사업 참여를 압박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번번이 무산…경제성 입증 못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북쪽 가스전에서 남부까지 1300km 길이의 가스관 건설을 통해 가스를 이송하고, 선박을 통해 일본, 한국 및 기타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려는 구상이다.
알래스카 북부에서 가스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파이프라인 구상에서 시작되어 수십 년간 이어졌지만, 높은 난이도와 낮은 경제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2010년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의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설립된 이후, 2011년 BP-코노코필립스, 2014년 엑손모빌-트랜스캐나다 등이 참여했으나 모두 중단되었다.

BP,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3사는 알래스카 AGDC와 함께 LNG 수출형 프로젝트(AKLNG)를 재추진했지만 2016년경 모두 철수했다. 2017년에도 중국과 62조원 규모 공동개발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2019년 또다시 무산됐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지난 수십 년간 민간 기업들이 참여했다가 하나같이 철수하며 번번이 좌초됐다”면서 “장기계약으로 수요처 확보가 필수적인 사업임에도, 시장에 경제성과 안정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은 “여기에 더해 높은 개발비용, 낮은 가격 경쟁력, 에너지 전환 흐름,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구조적 리스크가 고스란히 중첩되며, 이 사업이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은 수차례 입증돼 왔다”고 밝혔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이 시점에 한국이 핵심 투자자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동안 시장에서 모두가 외면해온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사업비와 탄소비용을 감수하며 LNG를 확보하더라도, 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LNG 수요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DOE의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알래스카 북부 슬로프에는 가스 자원이 총 41.1 Tcf(약 9억 3480만 톤) 존재하며, 빠르면 2029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약 27.8 Tcf(6억 3230만 톤)를 각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가스 도입량(4411만 톤)의 약 1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해당 환경영향평가서는 LNG 수요가 향후 30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배출량과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서 “IPCC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들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유·가스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2015년 이후 화석연료 투자를 꾸준히 앞질러 왔으며, 2024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2조 달러를 돌파했다”면서 “정부는 보다 앞으로 비용이 커질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SJ, "일본과 한국 알래스카 프로젝트 주저"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일본과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에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경우 알래스카 LNG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나 중동 국가들이 3~4년 안에 LNG를 공급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상황에서 아직 개발이 본격화되지 않은 알래스카 LNG와 계약을 맺을 경우 리스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에 합의한 것도 대형 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에 부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분석했다. 테라자와 타츠야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 소장은 WSJ에 "현재 LNG에 대한 수요가 막대하지만, 10~15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LNG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