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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지속 땐 항공기 이륙도 힘들어진다"

  • 기자명 강찬수 기자
  • 입력 2025.04.27 07:31
  • 수정 2025.04.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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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밀도 낮아지고 이륙 거리 길어져
기온 치솟으면 항공기 총중량 제한돼
활주로 못 늘리면 탑승객 숫자 줄여야
여름 휴가 대목 항공사 이익 줄어들 듯
국내 가덕도신공항 등 영향 분석 필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금처럼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항공기가 이륙하는 데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원활한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연장하든지, 아니면 항공기 탑승객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면 항공기는 이륙할 때 더 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

공기 밀도가 감소하면 엔진의 공기 흡입량이 감소해 항공기가 느리게 가속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양의 양력(揚力)을 얻기 위해서는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만일 활주로 거리가 충분하지 않다면 항공기 중량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 30개 공항 대상으로 분석

영국 리딩대학 기상학과의 조니 윌리엄스 교수팀은 기후변화가 항공기 이륙 필요 거리(TODR)와 최대 이륙 질량(MTOM)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항공우주(Aerospa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25곳과 활주로가 짧아 소음 민원이 많은 공항 5곳 등 30곳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모델(CMIP6)을 적용,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1985~2014년)와 미래(2035~2064년)의 일 최대기온을 예측했고, 이를 이륙 필요 거리와 최대 이륙 질량 계산에 활용했다.

이륙 필요 거리 계산에서는 에어버스 A320 항공기(140~180명 탑승)가 평평한 활주로를 달린 뒤 지면에서 10.7m 높이까지 상승하는 데 필요한 거리를 계산했으며, 여기에 안전 범위 15%를 추가했다.

최대 이륙 질량은 이륙 필요 거리로부터 역산(逆算)했는데, 반복적으로 승객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이륙 필요거리와 현재의 활주로가 동일해지는 지점을 찾아냈다.

2060년대 이륙 거리 50~100m 증가

연구팀 분석 결과, 2060년대 중반에는 항공기 이륙 필요 거리가 기후 예측 시나리오에 따라 지금보다 50~100m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로 억제하는 시나리오(SSP1-2.6)에서도 기온 상승의 영향이 나타났다. 이 시나리오에서도 2060년대 중반까지 항공편당 약 5명의 승객에 해당하는 중량만큼을 최대 이륙 질량 계산에서는 줄여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이륙 필요 거리의 변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이륙 거리도 길어진다. [자료: Aerospace, 2025]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이륙 필요 거리의 변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이륙 거리도 길어진다. [자료: Aerospace, 2025]

연구팀은 “중량 제한 조건 발생일이 현재는 100일 중 하루 꼴이지만, 배출량이 많은 시나리오(SSP5-8.5)에서는 전체의 60%까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여름 전체로 하루 정도 발생했던 일이 2060년대에 이르면 일주일에 3~4일씩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폭염이 심화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해 항공사들은 항공기 중량을 줄여야 하고, 항공사의 이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은 단순히 승객 수를 줄이는 것 외에도 공항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항공사들은 하루 중 기온이 낮은 시간대로 항공편 일정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고, 극심한 더위 속에서 표면이 더 빨리 손상됨에 따라 활주로 유지 보수 필요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연구에서는 113~222m 증가

이에 앞서 중국민항대학교 항공기상학과 연구팀은 중국 내 공항을 대상으로 비슷한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 2023년 1월 국제 저널인 ‘대기(Atmospher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 내 8개 공항을 선정, 과거(1991~2000년)의 기후와 온실가스 고(高)배출 RCP8.5 시나리오로 예측한 미래(2071~2080년)의 기후를 비교했으며, 이러한 기후변화가 항공기의 최대 이륙 중량과 이륙 필요 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가로축애 표시된 대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세로축에 표시된 대로 필요한 이륙 거리도 길어진다. [자료: Atmosphere, 2023]
가로축애 표시된 대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세로축에 표시된 대로 필요한 이륙 거리도 길어진다. [자료: Atmosphere, 2023]

연구팀의 분석 결과, 해발고도가 낮은 공항에서 보잉 737-800 기종(160~184명 탑승)의 이륙 거리는 1991년~2000년 대비 2071년~2080년에는 평균 약 6.2% 증가해 여름철에는 113~222m의 추가 이륙 거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온 상승으로 항공기 중량 제한 일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항별 온도 한계치에 도달하거나 초과하면, 항공기는 총중량에서 1000파운드(약 450kg)에서 5000파운드(약 2700kg)까지 덜어내야 한다. 5000파운드의 중량 제한은 항공기 탑재량의 약 10%를 의미한다.

2070년대 쿤밍 공항 중량 제한일수 연간 48일

온난화가 지속한다면 이러한 중량 제한 일수가 현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1000파운드 제한 일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쿤밍 창수이 국제공항(KMG)으로, 과거 2일에서 미래(2070년대)에는 48일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71~2080년 기간 동안 1991~2000년 대비 여름철 평균 일 최고 지표 기온 변화.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Atmosphere, 2023]
2071~2080년 기간 동안 1991~2000년 대비 여름철 평균 일 최고 지표 기온 변화.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Atmosphere, 2023]

하얼빈 타이핑 국제공항(HRB),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SHA),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CAN)에서는 과거에는 제한일이 없었지만,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2070년대에는 1000파운드 제한일이 각각 19일, 15일, 10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2070년대에는 5000파운드까지 줄여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길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온난화로 인해 고도가 낮은 곳의 공항(베이징 수도 국제공항(PEK)과 하얼빈, 상하이 공항)은 교통량이 많아 고도가 높은 공항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항공사의 경제적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위탁 수하물과 기내에 직접 반입하는 수하물을 포함한 여름철 승객 무게는 평균 약 106kg이다. 기온 상승에 따른 무게 제한이 적용되면 탑승객을 주여야 해 항공사는 매년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화물량이 많은 항공편은 극심한 더위를 피해 일정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면서 “공항은 더 긴 활주로를 새로 건설하거나 현재 활주로를 확장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길이 검토 필요

한편, 국내 공항에서도 이러한 기후변화 영향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최근 국내 여러 곳에서 공항 건설을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논문에 따르면 베이징과 광저우 공항 활주로의 길이는 각 3800m이고, 상하이는 3300m, 하얼빈 3200m다.

국내 공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이 3750~4000m로 긴 편이고, 김포국제공항이 3600m, 김해국제공항 3200m, 제주국제공항이 3180m, 무안국제공항 2800m, 청주와 대구 국제공항이 각 2743m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3500m의 활주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후변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 중국 광저우 공항의 활주로 길이 3800m보다 짧은 편이다.

가덕도 공항의 경우 해안에 위치해 여름철 폭염의 영향이 덜할 수도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미래 기후 변화를 고려했을 때 가덕도 공항의 3500m의 활주로 길이가 적절한 수준인지 지금부터 따져볼 필요도 있다. 깊은 바다를 매립해 건설해야 하는 만큼 나중에 확장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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