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탠퍼드대 연구팀 149개국 2050년 전망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나리오와
BAU 조건에서 탄소 포집·저장하는 경우 비교
에너지 비용과 대기오염· 기후 피해 비용 추산
재생에너지 전환하면 총비용 10분의 1로 줄어
한국은 해상풍력 62%, 태양광 37% 충당 전망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에너지 안보와 대기오염, 기후 위기라는 세 가지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탄소 포집·저장(CCS)에 비해 재생에너지에 ‘올인’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낫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면 탄소 포집·저장에 비해 사적(private) 에너지 비용과 대기오염·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더한 총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적 에너지 비용은 기업이나 개인 등 각 경제 주체가 에너지 소비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도시환경공학과 마크 Z. 제이콥슨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49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50년 탄소 포집·저장 기술이 완전히 보급되면 연간 60조~80조 달러(8경6300조~11경5000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탄소 포집·저장 기술의 전면적 보급은 정책 변화가 없는 상황(Business as usual, BAU)에 비해 비용이 1.1~25.6% 낮출 수 있을 뿐”이라며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했을 때와 비교하면 사회적 비용이 9.1~12.1배나 된다”고 덧붙였다.
극단적인 두 가지 상황 설정, 비교·분석
연구팀은 세계가 직면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에너지 불안정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향후 에너지를 짚었다.
연구팀은 분석의 편의를 위해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다.
먼저 모든 부문 에너지의 100%를 풍력-물-태양광(wind-water-solar, WWS)에서 얻은 전기와 열로 충당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기존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없는 상황(BAU)을 바탕으로 하는데, 에너지 부문에서 나오는 모든 이산화탄소(CO2)를 포집(carbon capture, CC)해서 저장하는 시나리오다.
이때 CO2를 압축해 파이프라인으로 이송, 저장할 때 추가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추가 에너지를 기존 방식(BAU)의 에너지로 공급하느냐, 아니면 재생에너지(WWS)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다시 시나리오가 나뉜다.
연구팀은 각각 WWS와 BAU-CC-BAU, BAU-CC-WWS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BAU 시나리오와 비교했다. 한국을 포함한 149개국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수요 등에 대한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사적 에너지 비용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비용,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추산했다. 이들 149개국은 현재 세계 화석연료 CO2 배출량의 99.75%를 차지한다.
WWS 시나리오: 에너지 수요 절반 이하로 감소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한 다음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WWS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 149개국의 연간 최종 사용 에너지 수요가 평균 54.4%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18.9TW(테라와트, 1TW=100만 MW)에서 절반 이하인 8.6TW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1000MW 원전 1만기가 덜 필요하다는 얘기다.
줄어드는 전력 수요 54.4% 가운데 36.8%p는 연소에 비해 재생에너지 전기의 사용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고, 10.9%p는 화석연료와 우라늄 채굴·운송·정제 등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6.74p는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른 에너지 사용 감소와 최종 에너지 사용 효율 개선 효과다.
WWS가 최종 사용 에너지 수요는 줄이지만, 에너지 소비의 거의 전부 전기(나머지는 직접 열)이므로 BAU에 비해 세계 평균 전기 소비량은 8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적으로 100% WWS로 전환하는 데 드는 자본 비용은 약 58조2000억 달러(2020년 USD)로 추산됐다.
WWS 시나리오에서 2050년 전 세계 연간 사적 에너지 비용은 6조8000억 달러로, BAU의 사적 에너지 비용 16조5000억 달러보다 59.6%(9.7조 달러/년) 낮다.
WWS 자본 비용 58조2000억 달러를 연간 사적 에너지 비용 절감액 9조7000억 달러(16.5조 달러에서 6.8조 달러를 뺀)로 나누면 WWS로 인한 2050년 사적 에너지 비용 회수 기간은 5.9년이며, 국가별로는 회수에 1.1~15.1년이 걸린다.

대기오염·기후변화 피해 비용 연간 75조 달러 줄여
여기에다 WWS 시나리오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바탕으로 2050년까지 BAU 기준에 따라 사망률을 추계했다. 그 결과, 149개국에서 2050년 연간 54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산되고, 대부분이 에너지로 인한 사망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한 건강 피해 비용이 연간 33조8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WWS 시나리오에서는 이 비용이 0로 줄어든다.
연구팀은 또 2050년에 149개국에서 에너지 관련해서 배출하는 CO2 및 기타 온실가스의 양이 약 55.3기가톤(553억 톤, CO2 환산)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2050년 탄소의 평균 사회적 비용이 CO2 1톤당 558달러인 것을 기준으로 하면, 이러한 배출량은 2050년 연간 약 30조9000만 달러의 기후 피해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WWS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관련 CO2 배출로 인한 피해 비용은 0이다.
이처럼 이처럼 BAU의 연간 사적 에너지 비용(16.5조 달러), 건강 비용(33.8조 달러), 기후 비용(30.9조 달러)을 합산하면 2050년 총 BAU 사회적 비용은 연간 8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100% WWS로 전환하면 에너지 관련 건강 및 기후 비용이 사라지고, 사적 에너지 비용은 연간 6조67000억 달러로 줄어든다.
따라서 WWS는 2050년에 연간 사회적 비용의 91.8%(연간 74.4조 달러)를 줄인다. 전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회수 기간은 0.78년으로 줄게 된다.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총 58조2000억 달러를 투입했을 때, 2050년에는 연간 74조4000억 달러씩 회수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CO2 압축· 이송에 추가 에너지 투입 많아
BAU-CC-BAU 시나리오와 BAU-CC-WWS 시나리오에서도 효율 개선으로 인한 최종 에너지 수요가 BAU보다 6.74% 줄어든다고 가정한다.
6.74%를 제외한 2050년 BAU 에너지 소비 가운데 9.8%는 재생에너지가, 2.3%는 원자력에너지가 담당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원자력 에너지에서도 우라늄 채굴 등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일단 ‘무탄소’에너지로 가정했다.
탄소 포집 장비의 포집 효율을 80%로 가정하고, CO2 압축 및 파이프라인을 통한 CO2 이송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추가로 고려했다.
이에 따라 탄소 포집 시나리오에서는 최종 에너지 사용 수요가 33%(18.9TW에서 25.3TW로) 증가한다. 이들 두 시나리오에서 사적 에너지 비용은 모두 연간 19조7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BAU-CC-BAU 시나리오에서는 CO2 압축·이송으로 인해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가 추가로 늘어나면서 대기오염 사망률과 건강 비용이 오히려 늘어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전 세계 연간 대기오염 사망이 490만명에서 680만명으로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CO2 배출량은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인해 먼저 6.74% 감소한 다음 포집 저장으로 인해 68% 더 감소한다. 68%라는 계산은 포집 효율 80%, 온실가스 중 CO2가 차지하는 비중 85%를 고려한 수치다.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줄면서 이 시나리오는 BAU 대비 기후 비용을 56% 줄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CO2 압축·이송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포집·저장 되기 이전의 애초 발생량 자체는 증가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총 사회적 비용은 2050년 연간 80조4000억 달러로 BAU와 거의 같고 WWS 시나리오의 12배에 해당한다.

CO2 압축·이송에 재생에너지 써도 효과 작아
BAU-CC-WWS 시나리오에서는 CO2 압축·이송으로 인해 늘어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우선 최종 에너지 사용 효율 개선으로 인해 BAU 대비 화석연료 소비가 6.74% 감소하고, 이것이 대기오염 사망률과 건강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사망자는 450만 명으로 약간 감소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CO2 배출량은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인해 먼저 6.74% 감소한 다음 탄소 포집·저장으로 인해 68% 더 감소한다. 다만, CO2 압축·이송으로 인해 추가되는 에너지 부분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때문에 CO2 배출이 추가되지는 않아 BAU 대비 기후 비용은 70% 감소한다.
이 시나리오의 총 사회적 비용 2050년 연간 60.4조 달러로 BAU보다 25.5% 낮지만 WWS 시나리오의 9.1배에 해당한다.
한편, WWS 시나리오 하에서 149개국의 2050년 연간 최종 사용 에너지 수요는 7만5580TWh이고, 연간 송배전 비용은 약 2조7200억 달러로 예상된다.
탄소 포집 저장 시나리오의 경우 더 많은 전기, 즉 연간 10만7750TWh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 경우 연간 송배전 비용은 3조8800억 달러로 WWS 시나리오보다 43% 더 높다.
연구팀이 제시한 논문의 보충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2050년 기준 전력 사용량을 237.5GW로 예상했으며, 해상풍력이 62.05%, 육상풍력 0.27%, 태양광 36.82%, 수력 0.37%, 지열이 0.3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구팀이 전 세계 육상풍력 비율을 35.13%, 해상풍력을 13.65%로 전망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에너지 안보 위험 줄이고 신규 일자리 창출”
연구팀은 “WWS 시나리오에서는 연료를 채굴할 필요가 없어 석탄과 우라늄 채굴로 인한 폐질환과 라돈 노출도 줄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연료 운송과 관련된 에너지 안보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면서 “WWS로 전환하면 2050년에 149개국에서 2290만 개의 장기적 정규직 일자리가 순증가할 수 있다”고 추가적인 장점을 제시했다.
WWS 설치에 필요한 면적은 149개국 육지 면적의 약 0.51%(62만3900㎢)에 해당하는데,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곳에서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함께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신속하게 구현할 수 없다고 탄소 포집 저장을 운영하면 기존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국가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해 국가 재정만 고갈될 뿐이라는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 포집 저장에 필요한 파이프라인을 100%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유다.
연구팀은 “일부에서 철강이나 시멘트 산업처럼 에너지 소비가 아닌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CO2 때문에라도 탄소 포집·저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비(非)에너지 배출원은 기술이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멘트 생산 중에 방해석을 현무암으로 대체하거나 지오폴리머 시멘트로 전환하면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에서 화학적 CO2가 제거된다. 철 정제 중에 석탄을 녹색 수소로 대체하면 강철 생산에서 CO2가 제거된다는 것이다. 시멘트 산업 등에서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하지 않고 탄소 포집저장에 투자하면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연구팀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감안할 때, 탄소 포집·저장을 촉진하는 정책은 매년 수백만 건의 불필요한 대기오염 사망을 초래하고, 장단기적으로 상당한 기후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탄소 포집을 촉진하는 정책은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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