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탄소포집·저장 물꼬 터야
2월 시행 CCS 법엔 세부 규정 미흡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사업특성 반영을
장기 모니터링, CO2 누출 대책도 필요
CCS 총괄부처가 해외사업까지 맡아야
‘기후에너지부’가 컨트롤타워 맡을수도

[ESG경제신문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난 2023년 4월 윤석열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7억2760만 톤에서 2030년 4억3660만 톤으로 40%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포집·사용·저장(CCUS) 방법으로 1120만 톤을 처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산업 및 에너지 관련 부문에서 배출된 CO2를 분리 포집해서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은 CO2를 저장 장소로 운반해 장기간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염분층이나 고갈된 원유 및 가스전과 같은 적합한 지하 지질구조에 저장하는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실제 CCS 사업이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로 인해 육상이 아닌 해상에서 CCS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국내 사정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2030년 이전에 바다 밑에 온실가스를 저장하기가 빠듯하다.
정부도 지난 2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실제 사업 수행에 필요한 법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를 포집해 수송하고 저장하는 해상 CCS 사업을 관장하는 통일된 기관도 없고, 전체 과정을 규제하는 포괄적인 체계도 없다는 것이다.
호주 울런공대학 국립해양자원안보센터 정다운 강사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모영동 선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국제법 저널(Asian Journal of International Law)’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현행 한국의 법률 체계를 분석한 결과, 해상 CCS 사업, 특히 해저 지질 구조 내 CO2 격리 공정을 규제할 세부 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법적 공백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해상 CCS 사업의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해상 CCS의 경우 CO2 누출 등 해양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안전하고 영구적인 저장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CS에 따른 해양환경보호 정부 책임 빠져
연구팀은 지난 2월 시행된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분석했는데, 특히 법 제3조 ‘국가 등의 책무’를 주목했다.
이 조항은 CCS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 및 추진하고,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교육 및 홍보 활동을 활성화할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지만,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의무를 정부에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상 CCS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방지와 관련된 사항을 다루는 조항이 빠졌다는 것이다.
물론 ‘포집 등에 관한 기본 계획’의 범위를 담은 이 법의 제5조에서 저장소의 안전관리와 모니터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9조 안전관리 규정에서 CO2 누출 사고 발생 시 긴급대처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법 제14조 저장 후보지 선정에서 사업자가 안전성·환경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모니터링이나 비상계획 등을 담고는 있지만 이러한 사항을 강제하기 위한 세부적인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상 CCS 사업이 영구 저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운영자에게 장기 모니터링을 요구할 필요도 있다. 물론 개별 운영자가 아닌 공공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CO2 해양에 투기하는 폐기물로 간주
한편 해상 CCS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히려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제10조 ‘이산화탄소 스트림의 해양 지중 저장 및 관리’에서 CO2 격리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법은 1996년 런던 의정서의 내용을 반영한 국내법으로 포집한 CO2를 해양에 투기하는 폐기물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법에서는 해상 CCS 사업 가운데 저장과 관련한 허가 권한이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또, 적합한 저장 후보지를 선정해 고시할 권한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 퇴적물 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해상 CCS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해저면으로부터 800m 이상 깊이에 형성된 공극(孔隙, 공기 또는 액체로 채워질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은 암석층으로서 상부가 진흙 등으로 덮여 있어 외부로부터 물질 이동이 차단되는 구조 ▶천연가스·원유 등 광물 채굴을 완료하고 남은 저류층(다공질 투수성의 지층) ▶해양수산부 장관이 CO2 영구 저장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구조물 등이다.
사업 신청서 90일 내 검토 허가
CO2를 해저 지질구조에 처분하려는 사업자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사업 내용 외에도 ▶운송 및 저장 안정성 확보, 프로젝트 모니터링 계획 ▶해저 지질구조로의 CO2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완화 조치 ▶해양수산부 장관이 요구하는 추가 세부 사항 등의 증빙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장관은 관련 기관과 협의해 신청서를 검토한 후, 90일 이내에 신청자에게 허가 발급 여부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해상 CCS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90일 이내에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CO2 저장 공정은 해양 환경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부지를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는데, 현행 시행규칙에는 해상 CCS 부지 선정 시 환경적 고려 사항에 대해 세부적 기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시행규칙에 모니터링 방법, 비상 계획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요건 등을 추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부지 선정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규제 체계는 저장 용량과 지질구조 특성을 기반으로 부지를 정하도록 했지만, 높은 환경 건전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신중한 부지 선정이 필요하다. 과학적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과 적합성 여부를 결정할 구체적인 기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과학적 합의 없으면 사업 취소해야
해상 CCS 사업의 경우 유엔해양법협약(LOSC) 206조에 따라, 그리고 국내법인 ‘해양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법률’과 ‘해양이용영향평가법’에 따라 전략환경평가(SEA)와 환경영향평가(EIA)를 실시해야 한다.
연구팀은 해상 CCS 사업이 기존 해상 개발사업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상 CCS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서는 해저 지질구조의 특성, CO2 누출 가능성,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도록 하는 등 세부 사항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 기준이 없을 경우 해양 환경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예방하는 데 미흡할 수도 있다.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당사국들은 해상 CCS와 관련된 여러 기술 지침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06년 ‘해저 지질 구조물 CO2 격리 위험 평가 및 관리 프레임워크(Risk Assessment and Management Framework for CO2 Sequestration in Sub-Seabed Geological Structures)’를 채택했다. 한국은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 당사국이다.
이 지침은 “CO2 누출과 관련해 인간 건강, 해양 자원, 종, 군집, 서식지 및 과정의 민감성, 그리고 기타 해양의 합법적 이용에 대한 CO2 농도의 영향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996년 런던 의정서 부속서 2는 “처분 옵션(해상 CCS 사업)의 가능한 영향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이 옵션은 더 이상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사전 예방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도 CCS 사업에 대한 의사 결정을 포함해서 전체 과정에 이 사전 예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생각이다. 과학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해양 환경에 CO2 격리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더 이상 검토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계별로 책임 소재 자세히 규정해야
연구팀은 “현행 법적 체계에서는 해상 CCS 사업에 따른 책임 문제, 특히 프로젝트의 건설 또는 운영 중 CO2 누출로 인한 해양 환경 피해에 대한 책임 관련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주입 시설 폐쇄(사용종료) 후까지를 포함해서 어떤 단계에서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세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운영자가 해저 지질구조에 격리된 CO2의 유지 및 모니터링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지만, 무기한으로 저장될 해상 CO2 사업 책임을 운영자에게만 부담시킬 경우 투자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해상 CCS 프로젝트의 수명 주기 동안 운영자와 규제 기관 간에 광범위한 잠재적 책임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가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지침에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운영자의 책임을 규제기관(관할기관)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CO₂가 완전히, 영구적으로 저장되었을 것 ▶최소 20년이 경과했을 것 ▶운영자가 모든 재정적 책임(보증, 복구비용 등)을 다 이행했을 것 ▶주입 장소가 안전하게 봉인되고, 주입 시설이 제거되었을 것 등의 조건이 충족하면 운영자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구팀은 국내 법 체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CCS 사업을 총괄하는 통일된 정부 기관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각 기관이 각기 다른 단계를 담당하고, 육상 및 해상 CO2 저장 절차가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상 CCS 사업의 경우, 해양수산부는 해저 지질구조의 CO2 저장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굴뚝에서 배출되는 CO2를 포집하고 수송하는 단계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구조다.
연구팀은 “현행 규제 체계하에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정부 기관이 해상 CCS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운영자의 책임 이전을 포함한 총괄적인 책임을 어느 부처가 담당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CO2를 해외로 보내 격리하는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아닌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 2009년 런던협약 제6조가 개정됐고, 2019년 런던의정서 당사국이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CO2의 국가 간 수출이 가능해졌다. 한국은 이 개정안을 수용했고, 인도네시아 등지로 CO2를 보내는 방식으로 해상 CCS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기후에너지부를 설치한다면 이 기후에너지부가 국내외 CCS 사업까지 맡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내 해상 CCS 저장 잠재력은 7억3000만 톤 규모
CCS 혹은 CCUS는 기후위기 완화 기술 중 하나로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노력의 핵심 축으로 CCUS를 강조하고 있다. 2070년까지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는 IEA 지속가능 개발 시나리오에 따르면, CCUS는 누적 CO2 배출량의 약 15%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정부가 최초로 해상 CCS 후보지를 발표했다. 당시 동해 울릉분지 인근 퇴적층(수심 800~3000m)에서 CCS 후보지를 찾아냈다. 2021년 K-CCUS추진단은 동해 가스전(울릉분지)과 서해 군산분지 등 국내 해역에서 CO2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약 7억3000만 톤에 달하며, 이를 통해 연간 CO2 2400만 톤씩 30년간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하기도 했다.
해양법협약(LOSC) 규정에서는 연안국이 12해리 영해 내에서는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도 CCS 프로젝트를 수행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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