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후변화로 한반도 장마 아예 사라질 수도

  • 기자명 강찬수 기자
  • 입력 2025.07.06 13:57
  • 수정 2025.07.11 00:45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장마 ‘전통적 형태’와는 멀어
중국 ‘메이위’도 전형적 모습 상실
지루하게 내리던 비 폭우·폭염으로
인위적 요인 장마 변화 원인 80%
수자원 확보, 벼농사에 차질 우려

여름 장마. [연합뉴스]
여름 장마. [연합뉴스]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올여름 일찍 시작한 장마가 일찍 끝났다. 제주도의 장마는 지난달 26일, 남부지방 장마는 지난 1일 종료됐다고 기상청이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부지방의 경우 북한으로 북상한 정체전선이 일시적으로 남하할 가능성이 있어 장마가 끝났다고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기상청 전망을 고려하면 중부지방 장마도 사실상 종료됐다.

제주도의 경우 1973년 체계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일찍 장마가 종료됐고, 남부지방은 1973년 6월 30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이른 종료일이다. 장마 기간은 제주가 15일, 남부지방은 13일로 각각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장마가 가장 짧았던 해는 제주와 남부지방 모두 1973년으로 각 7일과 6일이었다.

올해만 장마가 유별난 것은 아니다. 최근 몇 해 동안 장마의 시작과 끝, 장마 기간이 들쭉날쭉하면서 장마가 예전의 모습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장마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돼 우려를 낳고 있다. 장마가 사라지면 수자원 공급이나 벼농사 등 농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팀 국제학술지에 논문

중국 난징 정보과학기술대 기상재해 중점실험실과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 저널인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National Science Review)’에 1961~2023년 사이 중국과 일본의 장마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온난화가 계속되면 장마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장마를 가리키는 말인 메이위(梅雨)와 바이우(梅雨)가 “전통적인 특징을 거의 완전히 잃었으며, 그러한 변화의 약 80%는 인위적인 온난화 탓”이라고 밝혔다. ‘메이위’는 중국 양쯔 강 상류 지역에서 매실이 노랗게 익어갈 무렵 내리는 비를 뜻한다.

연구팀은 장마(메이위-바이우)의 전통적인 특징으로 “오랫동안 온화하고 연속적인 비, 습도가 높은 환경, 그리고 짧은 일조 시간”으로 규정하고,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특징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안개처럼 약하게, 지루하게 내리는 비를 ‘장맛비(misty rain)’로 규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달라진 장마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메이위 지역으로 중국 양쯔강 유역(북위 28°~34°, 동경 110°~122.5°)을, 바이우 지역으로는 일본 본토(북위 28°~44°, 동경 129°~146°)로 정의하고 매년 6월 10일부터 7월 17일까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한국 장마의 경우 데이터가 부족해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3가지 지수로 전통적 장마와의 차이 계산

연구팀은 연도별로 장마가 전통적인 모습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정량화하기 위해 3개의 지수, 즉 ▶장마 기간 중 비가 오지 않은 연속 일수 ▶장마 기간 중 하루 강수량에서 상위 20위인 날의 강수 강도 ▶기온이 상위 30%보다 더운 날의 기온 합계를 정했다. 각각 맑은 날과 폭우, 폭염 등 전통적인 장맛비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지수다.

연구팀은 이들 세 지수의 값을 3개의 축으로 하는 3차원 공간을 설정하고, 연도별 수치를 좌표로 할당했다. 연도별 좌표와 표준 장맛비 좌표 사이의 거리(기하학적인 직선거리)를 계산했다. 연도별로 표준적인 장맛비 모습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즉 연도별로 장맛비 편차 정도(deviation degree of misty rain, D2MR)를 계산했다.

중국 난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장맛비 편차 정도(D2MR)'의 연도별 좌표. 1961년부터 2023년까지 난징의 D2MR(점) 세 하위 지수를 바탕으로 표시. 노란색 마름모는 전형적인 장마의 수치 좌표를 나타낸다. [자료:  National Science Review, 2024]
중국 난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장맛비 편차 정도(D2MR)'의 연도별 좌표. 1961년부터 2023년까지 난징의 D2MR(점) 세 하위 지수를 바탕으로 표시. 노란색 마름모는 전형적인 장마의 수치 좌표를 나타낸다. [자료:  National Science Review, 2024]

연구팀은 “분석 결과, 전통적인 장마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D2MR 값이 1961년~2023년 동안 유의미한 상승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장맛비 특성이 확실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장마는 주로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나타났지만, 중국에서는 극심한 고온-건조한 해와 폭우 해가 2010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1990년부터 전통적인 장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중국에서는 3가지 지수 중에서도 강수 강도 강화(폭우 발생)가 전통적인 장마에서 벗어나게 된 원인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약한 비가 지루하게 내리던 양상에서 폭우와 폭염으로 분리돼 나타나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본 연구에서는 자료 부족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장마도 유사한 변화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적인 요인으로는 변화 추세 설명 못해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CMIP6(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Phase 6, 결합 모델 상호비교 프로젝트 6단계)의 24개 기후모델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탓인지, 아니면 태양이나 화산활동 탓인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요인을 적용했을 때는 메이위와 바이우의 D2MR 상승을 잘 설명해지만, 자연현상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메이우와 바이우의 변화 추세에서 각각 82.5%와 81.1%가 인위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전통적인 장마에서 멀어지는 추세는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미래의 변화도 예측했다. 중간 배출 시나리오(SSP2-4.5)에 비해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D2MR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을수록 전통적인 장마에서 더 많이 벗어난다는 얘기다.

1961~1970년의 D2MR 평균값과 2081~2100년 D2MR 평균값을 비교했을 때, SSP2-4.5 시나리오에서는 미래에 메이위 지역에서 9.3배, 바이우 지역에서 3.0배 더 높았다. SSP5-8.5 시나리오에서 그 영향은 각각 16.7배와 6.4배로 더욱 강화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기온이 더 따뜻해질수록 D2MR 값이 크게 증가할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전통적인 장마 특성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한다”고 밝혔다.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그런 변화가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이위-바이우의 전통적 특징이 사라진다는 것은 양쯔강 유역과 일본 열도에서 폭우와 가뭄과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이 심화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습하고 곰팡이가 피는 환경과 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극심하지 않고 파괴력도 적은 전통적인 장마 대신에 폭우나 가뭄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폭우로 유입된 물이 토양과 호수에 저장되기 어려워 재산과 인간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심각한 가뭄은 또한 토지 생태계, 수력 발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맛비. [연합뉴스]
장맛비. [연합뉴스]

국내 장마도 헝클어져 해마다 들쭉날쭉

국내에서도 장마가 들쭉날쭉하다. 지난 2020년 장마를 보면 제주도에선 평년보다 이른 6월 10일 시작됐고, 중부지방은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간 이어지면서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중부지방 장마 강수량은 851.1㎜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물난리 피해도 컸다.

2021년에는 평년보다 늦은 7월 3일 시작해 7월 19일에 일찍 종료됐다. 장마 기간도 17일로 평년 31~32일보다 짧았고, 강수량도 227.5㎜로 평년 356.7㎜보다 작았다. 강수일수도 9.9일로 17.3일보다 적었다.

2022년에는 7월 25일 장마가 종료됐지만, 장마철이 지난 이후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마철과 장마철 이후부터 8월 말까지의 강수량은 각각 284.1㎜, 335.3㎜로 여름철 전체 강수량(672.8㎜)의 42.2%와 49.8%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정체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강하고 많은 비를 뿌렸는데, 7월 13~18일 엿새 동안 충북·충남·전북에서는 연평균 강수량의 약 3분의 1이 쏟아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6일 동안 누적 강수량이 522.5~665.0㎜에 이르렀다.

지난해 장마는 6월 1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7월 27일 전국에서 동시에 종료됐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474.8㎜로 평년 356.7㎜보다 32.5%(118.1㎜) 더 많이 내렸다. 지난해 장맛비는 좁은 영역에서 강하게 내리는 특징을 보였는데, 7월 10일 서해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00㎜를 넘는 사례가 9개 지점에서 관측됐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지난해 장마에 대해 “시간당 강수량 100㎜ 이상인 호우가 나타나는 등 과거 상상할 수 없던 현상이 이어진 것은 기후변화로밖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에서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달 19~20일 5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지난달 21일부터 5일까지 내린 비의 양은 전부 합쳐도 13.1㎜에 불과하다.

기상청도 과거에는 5월 말에 장마 시작 시기를 예보했으나, 2009년부터는 장마 시작 시기를 예보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하루 이틀 전에야 장마 시작을 알려준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마 변화의 구체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연구 대상

장마가 예전과 달라진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드넓은 중국 화북(華北) 지역 농경지에서 이모작이 확대되면서 장마가 변덕스러워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화북 평원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밀과 옥수수 이모작이 확대되고 있다. 농민들은 5월에 밀을 추수하고, 6월 말에 옥수수 씨앗을 뿌린다. 밀 수확 후에 옥수수 씨앗을 심기 전까지 이 지역은 일시적으로 거대한 사막이 되다시피 한다. 이모작이 확대되면서 초여름 기온이 상승하는 시기에 빈 땅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식물이 없는 지표면에 태양에너지가 내리쬐면 지표면 온도가 크게 상승한다.

허 교수팀이 1985년~2005년 중국 지역 기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모작이 확대되면서 해당 지역 최대 일교차가 1.3도 정도 상승했다. 이 같은 기온 변화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여름철 장마 강수량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강수량이 적은 해에는 더 적게,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더 많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마 기간인 6~7월 국내 강수량이 적은 해에는 120㎜ 감소했다. 반면 장마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120㎜ 정도 증가했다.

중국 칭다오 해양과학기술연구소와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2019년 4월 미국 기상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구로시오 해류의 위치 변동이 장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구로시오 해류가 남쪽으로 처지면 북부 동중국해와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은 물론 상공의 기온까지 떨어지면서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구로시오 해류 변동은 북태평양 아열대 해수면의 기압 변동 탓이고, 이는 다시 북극진동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벌어졌다 줄었다 반복하는 변동인 북극진동은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팀은 지난 2020년 '지구 물리 연구 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수증기가 상승하고 비가 돼 내리는 과정이 빨라지고, 수증기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 강한 비가 내리는 빈도가 커진다”면서 “한반도와 일본 남부에서는 장마철 폭우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매우(梅雨)를 주제로 한 중국의 옛 수묵화. (a) 〈연강첩장도(烟江叠嶂图)〉 — 송나라 시기인 약 1084년에 심왕(沈王)이 그린 작품. (b)〈산수도(山水图)〉 — 명나라(1368–1644) 시기의 송강(宋江)이 그린 작품. (c)〈서산우관도(西山雨观图)〉 — 명나라 시기인 약 1487년에 주신(周申*이 그린 작품. (d)하산연우(夏山烟雨)〉 — 청나라 시기인 약 1915년에 오청운(吴清云)이 그린 작품.  [자료: National Science Review, 2024]]
전통적인 매우(梅雨)를 주제로 한 중국의 옛 수묵화. (a) 〈연강첩장도(烟江叠嶂图)〉 — 송나라 시기인 약 1084년에 심왕(沈王)이 그린 작품. (b)〈산수도(山水图)〉 — 명나라(1368–1644) 시기의 송강(宋江)이 그린 작품. (c)〈서산우관도(西山雨观图)〉 — 명나라 시기인 약 1487년에 주신(周申*이 그린 작품. (d)하산연우(夏山烟雨)〉 — 청나라 시기인 약 1915년에 오청운(吴清云)이 그린 작품.  [자료: National Science Review, 2024]]

 기후변화에 오랜 문화 전통 사라질 수도

서기 760년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는 ‘매우(梅雨)’라는 시를 썼다. 장마철의 습기와 음울한 분위기를 서정적으로 담은 시다.

南京犀浦道(남경서포도), 四月熟黃梅(사월숙황매)。

湛湛長江去(담담장강거), 冥冥細雨來(명명세우래)。

茅茨疏易濕(모자소이습), 雲霧密難開(운무밀난개)。

居人空嘆息(거인공탄식), 三日一徘徊(삼일일배회)。

남경(南京) 희포(犀浦)의 길에, 사월이면 매실이 익는다.
깊고 푸른 장강은 흘러가고, 아득한 세상엔 가랑비가 내린다.
띄엄띄엄 엮은 초가는 쉽게 젖고, 짙은 구름과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사는 이들은 그저 한숨짓고, 사흘에 한 번쯤 마당을 서성인다.

두보의 시는 지난 10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대대로 전해져 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오랜 시간 장마의 문화를 공유해왔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는 한결같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장마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오랜 전통을 가진 동아시아의 문화도 인류가 일으킨 기후변화 탓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