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군사비와 CO2 배출 강도 비교
군사비 1%p 오르면 GDP 1달러당 0.04㎏↑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영향 나타나
IPCC 저배출 시나리오에선 영향 큰 편
미국, 나토회원국에 군사예산 증액 요구
군사부문 CO2 배출량 보고 의무화해야
![우크라이나 공수부대가 지난 2021년 11월 훈련 중 대형을 갖추고 서 있다. [자료:우크라이나 공수 강습군 사령부]](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6/11457_16284_2328.png)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 등으로 각국이 앞다퉈 군사 예산 증액이 추진되는 가운데 군사비 지출이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군사비가 늘어나면 온실가스 배출 강도가 높아져 장기적인 지구 기온 상승을 1.5℃ 혹은 2.0℃로 억제하는 '기후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중산대·베이징사범대·칭화대 등에 소속된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군사비 지출 증가가 기후 목표 위태롭게 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1995~2023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MILEX)과 CO2 배출 강도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CO2 배출 강도는 GDP 1달러당 0.04kg 증가했다고 밝혔다.
![1995~2023년 사이 전 세계 군사비 지출과 이산화탄소 배출 강도. 3년 이동 평균으로 표시된 군사비 비율(붉은색 실선)이 경제 상황과 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이 군사비 비율에 따라 CO2 배출 강도도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파란색 실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5]](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6/11457_16285_2528.png)
1995~2023년 군사비 지출 추세 분석
논문에서는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글로벌 GDP 대비 비율(이하 MILEX 비율)로 표시했다. 글로벌 CO2 배출 강도(kg/USD)는 토지 이용 변화를 제외한 화석연료 소비와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CO2 배출량을 글로벌 GDP(구매력평가 기준 2017년 USD)으로 나누어 계산했다.
전 세계 MILEX 비율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5년간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MILEX 비율을 '3년 가중 평균'으로 표시했을 때, 1960년부터 1990년까지 평균 4.5%였던 것이 1995년에는 약 2.5%로 줄었다. 이 비율은 2001년에는 2.25%까지 줄었다.
하지만 미국이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2011년에는 글로벌 MILEX 비율이 2.62%로 늘어났다. 2001년 대비 0.37%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한 ‘항구적 자유 작전(2001~2014)’과 이라크 전쟁(2003~2011)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쟁 기간에 미국의 MILEX 비율은 2001년 대비 2011년에 1.72%포인트 증가했고, 이라크의 MILEX 비율은 2004년 대비 2010년에 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MILEX 비율의 급상승에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한몫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세계 경제 침체였던 당시 금융 위기로 GDP는 줄었지만, 군사비 지출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에도 반복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세계 MILEX 비율이 급등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MILEX 비율은 0.1%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동유럽의 군사비 증가 때문으로 평가됐다.

군사비 지출이 CO2 배출 강도 변화의 27% 차지
연구팀은 전 세계 CO2 배출 강도를 분석했는데, 연구기간 CO2 배출 강도는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 최적화에 힘입어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3년 가중 글로벌 MILEX 비율과 CO2 배출 강도 사이에는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글로벌 MILEX 비율이 1%포인트 증가(또는 감소)할 때마다 CO2 배출 강도는 0.04 kg/USD만큼 증가(또는 감소)했다.
연구팀은 “1995~2023년 글로벌 MILEX 비율의 증감으로 인한 CO2 배출 강도의 변화는 전체 CO2 배출 강도 변화의 27%를 차지한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글로벌 CO2 배출 강도가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군사비 지출의 증가는 이러한 감소 추세를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글로벌 MILEX 비율이 배출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글로벌 갈등이 심해질수록 기후 변화 완화 노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유사회경로(SSP) 시나리오에서 영향 크게 나타나
연구팀은 군사비 지출 규모가 미래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예측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AR6)에서 제시한 공유 사회경제 경로(SSP) SSP1-1.9 및 SSP1-2.6 시나리오를 예측에 활용했다.
이들 시나리오는 지속가능한 개발, 신속한 탈탄소화, 그리고 탄탄한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인데, 21세기 중반에 지구 기온 상승이 1.5°C 또는 2°C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더라도 세기말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성공하면서 1.5°C 또는 2°C 기후 목표를 달성(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시나리오다.
연구팀 분석 결과, 전 지구적 MILEX 비율이 증가하면 기후 목표 초과 이후 다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미만으로 되돌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MLIEX 비율이 SSP1-1.9 시나리오의 기준값(2.3%)에서 5%포인트 증가하면 1.5°C 기후 목표 달성이 13년 더 지연된다.
전 지구적 MILEX 비율이 12%를 초과하면 세기말까지 1.5°C 기후 목표 회복이 불가능해지고, 2099년까지 군사비 지출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은 기준 대비 0.12°C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전 지구적 MILEX 비율이 SSP1-1.9 기준 대비 2%포인트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인류가 지구 기온 상승을 1.5°C 미만으로 제한(회복)하는 목표를 원래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MILEX 비율이 늘어나도 24% 미만으로 유지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금세기 동안 2°C 미만으로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지출 비율 24% 증가와 관련된 온도 초과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 세계 MILEX 비율이 24%를 초과한다면 금세기 말까지 2°C 기후 목표는 달성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결과적으로 2099년까지 군사비 증가만으로 인한 지구기온 상승은 0.28°C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SP2-4.5, SSP3-7.0, SSP5-8.5와 같은 중배출 또는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MILEX 비율 변화가 지구 기온 상승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SSP1-1.9 및 SSP1-2.6 시나리오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이미 배출량이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군사비 지출 변화가 향후 지구 평균기온 추세에 미치는 영향이 더 미미하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국제 환경 조성 시급”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군사 지출 증가가 기후 목표를 위협한다”면서 “지구 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욱 평화로운 국제 환경을 시급히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전 세계 MILEX 비율이 시나리오별 12%(SSP1-1.9의 경우) 또는 24%(SSP1-2.6의 경우)의 한계값을 초과할 경우 해당 시나리오의 기후 목표인 1.5°C 또는 2°C를 세기말까지 달성(회복)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1.5°C 또는 2°C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극한 기온의 위험을 완화하려면 안정적인 국제 환경과 강력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군사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제 기후 체계에 통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체계에 따라 군사 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맞춤형 정책을 통해 군사 부문의 녹색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쟁 및 군사부문과 관련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로를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군사기지 및 작전에서 발생하는 배출이고, 두 번째는 차량이나 무기 및 장비 생산을 포함하는 군수 산업에서 배출되는 양, 세 번째는 분쟁 후 재건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 네 번째는 산불 등 탄소 저장소 파괴로 인한 배출 등이다.
‘세계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배출원에서 배출하는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토 예산 2%p 올리면 배출량 2억톤 증가
한편, 지난달 29일 영국에 기반한 ‘분쟁·환경 관측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2%포인트 올릴 경우 연간 8700만∼1억9400만 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보코니 대학교에서 발표된 보고서 '군사화가 배출량과 녹색 전환에 미치는 영향'에서 사용한 계산법을 이용해 이같이 추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자료: 위키피디아]](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6/11457_16286_2929.png)
당시 이 보고서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1%포인트 올라갈 경우 국가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0.9%∼2.0%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31개 회원국에서 2023년 배출한 온실가스가 전체 48억6100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비 지출을 2%포인트 올릴 때 최대 2억 톤의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50개국에서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등 세계 구석구석으로 폭력과 갈등이 번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분쟁 감시 비정부기구 ‘무장 분쟁 위치 및 사건 자료 프로젝트(ACLED)’와 스웨덴 웁살라대학 분쟁 자료 프로젝트(UCDP)의 자료, 호주 싱크탱크 경제·평화 연구소(IEP)가 발표한 세계평화지수(GPI) 등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해 보고된 분쟁 사례는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부터 미얀마 내전, 멕시코 마약 카르텔 간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50개국에서 최소 56가지에 이른다. 56개 분쟁은 1946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한 해 전인 2023년의 59개가 최고 기록이다. 적어도 지구상 인류의 6명 중 한 명은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나토 회원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군사비를 GDP 5%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DP 5% 국방비 지출’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에 줄곧 요구해 온 목표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다른 회원국들의 몫까지 부당하게 국방비를 짊어지고 있다면서 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대만에 대해 GDP의 5%, 일본에 대해서는 GDP의 3%를 국방예산으로 배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 세계 연간 군사비 지출 현황. 단위 10억 달러. 지난해 지출액은 총 2조7180억 달러에 이른다. [자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6/11457_16288_312.png)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 국가별 비중 현황. 한국은 1.8%를 차지한다. [자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6/11457_16289_327.jpg)
이에 따라 대만은 국방예산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지난 3월 수도 타이베이의 한 행사에서 현재 대만 국방예산은 GDP 대비 2.5%라면서 "우선 특별예산을 편성해 국방예산을 GDP의 3% 이상 목표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최근 발간한 ‘2024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GDP의 2.8%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한국의 국방비 총지출액은 479억 달러로 전 세계 11위를 기록했으며, 2020년부터 GDP의 2.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envirepo@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