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미국, 별도의 공시 기준 고집...3개의 공기 기준 경쟁
기준 제정 기관들 협의 지속, 공시 통합 보다는 '호환성'에 무게

{ESG경제=이신형기자] ESG 공시 기준의 난립을 막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의 지지를 받는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ISSB)가 설립됐고 예상보다 일찍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별도의 공시 기준을 고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이처럼 3개의 공시 기준이 경쟁하면서 기업이 공시 비용 부담과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와 기업은 단일한 공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일한 기준으로 ESG 공시가 이루어지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투자자는 기업의 공시 내용을 비교하기에 용이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이르면 2023년부터 기업은 ESG 공시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기준 제정 시점의 차이와 기준 자체의 차이, 정책 목적의 차이 등으로 이 기준을 활용할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7000개 기업이 속한 기업 연합체 위 민 비즈니스(We Mean Business)는 규제당국에 공시 기준을 확정하기 전에 정의와 용어, 개념을 올 연말까지 통일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 민 비즈니스의 제인 소스러프 자그드 넷제로 금융 담당 부국장은 로이터 기자에게 “(이런 요구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과 EU에 모두 상장된 기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회계기준과 ISSB의 모기관인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의 회계기준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실패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재무적으로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SSB의 기준은 기업의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는 글로벌 기준으로 제정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공시안은 기후 공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연합의 ESG 공시기준인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은 가장 포괄적이고 다양한 정보 공시를 요구한다. 기업의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뿐 아니라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공시해야 한다.
ESG 데이터 제공업체 ESG 북(ESG Book)의 다니엘 클리에르 CEO는 로이터 기자에게 3개 기준 사이에 호환성이 부족하면 녹색투자에 대한 자금 유입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관련 컨설팅업체 보빌(Bovill)사의 마크 스파이어 파트너는 “지역별로 다른 규제를 만족시키는 게 매우 힘든 일”이라며 “통합된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기준 제정 기관 협의 지속
ISSB와 EU는 양 기관과 SEC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ESG 공시 기준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슐리 앨더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의장은 이달 열린 한 규제당국 포럼에서 “우리는 완벽한 조화에 이르지 못했다”며 “3개의 기준이 경쟁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이들 기준의 상호 운영이 충분히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파버 ISSB 의장은 "ISSB가 최근 중국과 EU, 일본, 영국, 미국이 ESG 공시 기준에 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실무그룹을 구성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당국과 시장참가자의 지속적인 관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U의 ESG 공시 기준을 제정한 유럽금융보고자문그룹(EFRAG)의 사스키아 슬롬프 CEO는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로 협력하고 함께 할 의지가 있지만 속도와 (주목하고 있는) 주제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SEC는 국제적인 ESG 공시 기준 인정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나, EU는 EU 기준과 국제 기준의 호환성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리드 맥귀네스 EU 집행위 금융서비스 담당 위원은 “EU 기준은 글로벌 기준을 바탕으로 제정되고 글로벌 기준과 호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단일한 기준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여러 ESG 공시 기준이 난립했던 과거에 비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EY의 마리 로라 델라루 부회장은 3개의 기준으로 좁혀지면서 진전이 있었다며 “종전보다 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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