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가입 25개사, 탄소감축 인정받는 REC 구매는 한 곳
12개사는 탄소감축 인정 못받는 녹색프리미엄 매입에 그쳐

[ESG경제=이신형기자] 재생에너지 전력만 100% 사용하는 'RE100' 가입 25개 국내 기업의 실제 재생에너지 구매 실적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RE100 가입을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이행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단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25개 RE100 가입 기업 중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REC(재생에너지공급인정서)를 매입한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 해당 기업이 어딘지는 한전 등이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이 기업은 지난 4월 2억3362만원에 1만3362메가와트의 REC를 구매했다.
12개 기업은 RE100 이행수단으로 인정받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녹색프리미엄만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RE100 가입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자 지난해 한국형 RE100 이행수단을 도입했다.
한국형 RE100 이행수단은 ▲녹색프리미엄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사업 지분 투자 ▲자가 발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6개 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REC VS 그린프리미엄
REC는 정부가 재생에너지사업자에게 발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인증서다. 전기 소비자가 REC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인정해준다. 바이오매스를 제외한 수력과 풍력, 태양광 발전에 대한 REC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된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REC구매 상위 30개 기업에 RE100 가입 기업은 1개에 불과하지만, 볼보그룹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코리아, 한국니토옵티칼, 소니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과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같은 공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쌓기 위한 구매로 추정된다.
RE100 가입 기업이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쌓으려는 기업은 상시적으로 열리는 ‘장외거래’ 방식으로 REC를 구매하거나 월 2회 플랫폼에 등록되는 REC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자가 높은 가격에 장기계약을 체결하려 해 가격이 비싸고 가격과 수급 변동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국내 RE100 가입 기업은 녹색프리미엄을 선호한다. 전기 소비자가 한전에 기존 전기요금에 프리미엄을 추가로 납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 제도다. 가장 먼저 생긴 제도인 데다가 이용하기도 쉽고 REC 매입보다 단기적인 비용도 낮다.
기후문제와 에너지전환을 연구하는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녹색프리미엄은 실제 이행비용 자체는 낮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감축 의무를 지닌 기업의 입장에서 증가하는 탄소 가격의 부담을 상쇄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다른 이행수단에 비해 비용이 비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들어 9월까지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한 기업은 SK(주)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LG이노텍,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다.
제도도 기업 의지도 문제
다른 RE100 이행수단을 이행한 기업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다만 제3자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의 경우 아모레 퍼시픽이 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 거래가 시작되지 않아 구매실적이 없는 상태다.
3자 PPA는 한전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직접 PPA는 한전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3자 PPA의 경우 한전에 전력망 이용료를 포함한 부대비용으로 KWh 당 약 50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직접 PPA도 유사한 전력망 이용료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가지 PPA 모두 이격 거리 규제나 복잡한 인허가 규제 때문에 발전설비 공급에 제한을 받는 문제가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자가발전도 유사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종전의 30%에서 21.5%로 낮췄다. 전력 소비가 많은 삼성전자의 9월 RE100 가입을 계기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및 금리 등 인센티브 지원, 재생에너지 거래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다각도로 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제도상의 문제도 있지만,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의 임장혁 연구원은 "RE100은 자발적 캠페인이고 당장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은 데 대한 불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국내 RE100 가입사들이 달성 시점을 2040~50년으로 잡은 것도 재생에너지 구매를 서두르지 않는 사유다.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리스트와 이행 현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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