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CEO “ESG투자를 사악한 행위로 묘사”
“좌우파의 부당한 비판과 오해에 적극 대응”

[ESG경제=이진원 기자] “ESG투자를 둘러싼 표현들이 추해진 건 물론이고 터무니없는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좌파와 우파 양쪽으로부터 블랙록이 ESG투자로 비판받는데 대해 이처럼 반발했다. 핑크 CEO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며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난 세력이 비즈니스 공격에 그치지 않고 인신공격까지 한다”며 “내 전 경력을 통틀어 이런 인신공격은 처음이다. 그들은 ESG 투자를 사악하고 위협적인 행태로 몰아가려고 애쓴다”고 덧붙였다.
블랙록, 좌우 진영로부터 협공 당해
블랙록은 좌파로부터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파로부터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기업들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블랙록의 투자정책이 석탄 연료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공격한다. 핑크 CEO의 발언은 양쪽으로부터 협공 당하는 딱한 처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핑크 CEO가 2020년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ESG를 투자 규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ESG투자가 글로벌 투자의 트렌드가 됐지만 이후 좌파와 우파 모두의 ‘정치적 샌드백(political punching bag)’이 됐다고 평가했다.
핑크 CEO가 이런 불만을 처음 터뜨린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블랙록의 ESG 정책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했을 때도 ”지금 좌파와 우파의 공격을 다 받고 있기 때문에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며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랙록, 투자금 회수 등의 위협에도 직면
친환경 등 ESG 관련 의제는 공화당 당론에 맞지 않는다. 또 당의 표밭인 주들이 친환경 에너지와 대치되는 석유·가스산업의 요충지라 공화당은 ESG에 반대해 왔다.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주 등은 블랙록의 ESG 활동이 투자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블랙록에 운용을 맡겼던 돈을 회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핑크 CEO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ESG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 미국 내 블랙록의 운용자산이 40억 달러(5조 원) 정도 감소했지만, 지난해 미국 고객들로부터 2300억 달러(285조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빠져나간 돈보다 들어온 자금이 여전히 훨씬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다만 2021년 말 10조 달러(1경 2400억 원)를 넘었던 블랙록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8조5900억 달러(1경 635조 원)로 적잖게 줄어든 상태다.
핑크 CEO “오해 푸는 노력할 것”
핑크 CEO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ESG투자를 둘러싼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과거 내가 CEO들에게 썼던 서한들을 다시 읽어보면 알겠지만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ESG투자를 강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블랙록은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미국 내 정치권에 기록적으로 많은 돈을 투자했다. 또 은퇴연금 운용 사업을 설명하기 위한 광고 캠페인을 강화하는 한편, 텍사스와 워싱턴에서 활동할 로비스트를 추가로 영입했다.
핑크 CEO는 “우리는 ESG투자를 둘러싼 갈등적 표현들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1분기 중에 희망이란 개념을 주제로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랙록은 희망을 팔려고 애쓰는 회사”라며 “(은퇴연금의 경우) 30년 안에 투자금이 더 불어날 거라고 믿지 않는다면 30년을 맡기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