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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 “ESG 용어 쓰지 않겠다”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3.06.27 10:41
  • 수정 2023.06.28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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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ESG 둘러싼 정치 논쟁 부끄럽다”
다만, “블랙록의 ESG 활동은 변함없이 추진”
미 공화당과 민주당, ESG 놓고 정치적 대립 심화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의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 중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의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 중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세대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ESG(환경·사회·거버넌스)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ESG가 극단적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 무기화(politically weaponized)’되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한 ESG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게 "부끄럽다(ashamed)"고도 했다.

운용 자산이 9조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경 2000조 원에 달하는 블랙록을 이끌며 활발한 ESG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이 ESG 경영에 나서도록 만드는데 앞장서 왔던 핑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ESG 업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핑크는 25일(현지시간) 열린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 행사에 참석해 "ESG라는 단어는 극좌파와 극우파 모두에 의해 ‘무기화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해서 ESG에 대한 블랙록의 입장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블랙록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과 해결해야 할 ▷탈탄소화 ▷기업 거버넌스 개선 ▷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ESG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지구 환경과 자본주의 체제,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ESG 활동은 과거와 다름없이 적극 펼쳐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SG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불만 표출 

핑크 회장이 언급한 ‘무기화’는 ESG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세력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현재 미국 정치권을 비판한 말로 해석된다.

탄소 배출 억제부터 직장 내 차별 해소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관행을 포괄하는 용어인 ESG는 서구 세계, 특히 미국에서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소재로 변질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지난 몇 년 동안 ESG에 대한 반대 수위를 높여오며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ESG 경영이 부상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기후변화, 인종 차별, 사회 정의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하자, 전통적으로 친(親)기업 성향이 짙은 공화당은 이를 두고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깨어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라며 비난해온 것이다.

이러한 압박을 못 이긴 일부 월가 기업들은 ESG경영 약속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의 보험사들이 유엔이 지원하는 기후 동맹인 ‘넷제로 보험연합(NXIA)'에서 탈퇴한 것이 최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 악사와 독일 알리안츠, 프랑스 재보험사 SCOR은 NXIA 탈퇴를 선언하는 등 이 단체 창립 멤버 8개사 중 5개 사가 떨어져 나왔다. NXIA는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 환경계획(UNEP)의 주도로 설립된 금융회사 연합체다.

블랙록, ESG 반대하는 공화당 공격 받아 

블랙록도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 시련을 겪었다. 일부 주에서는 조사를 받기도 했고, 심지어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는 주정부로부터 투자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ESG 요소 중 특히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일정 부분 지속하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 계획을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등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핑크는 투자 전략과 기업 경영진 평가에서 기후변화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높여왔다.

블랙록은 2030년까지 자사가 하는 전체 투자의 4분의 3 이상을 온실가스 순배출량 감축을 위한 과학적 목표를 세운 유가증권 발행사에 투자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핑크는 지난 1월에 블랙록이 ESG에 대한 반발로 인해 운용자산에서 약 40억 달러(약 5.2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블랙록이 운용 중인 총자산 규모를 감안했을 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핑크, ESG 정치적 논란에 강경대응 분석도  

핑크가 ESG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의식한 발언이나 행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해 3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이전 서한에서와 달리 기후변화와 환경 같은 ESG 이슈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反)ESG 흐름을 의식한 행동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보다 두 달 전인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ESG 비난 세력이 비즈니스 공격에 그치지 않고 인신공격까지 한다”며 “내 전 경력을 통틀어 이런 인신공격은 처음이다. 그들은 ESG 투자를 사악하고 위협적인 행태로 몰아가려고 애쓴다”며 ESG를 둘러싼 정치 논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핑크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 정치적 논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ESG 투자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정공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교수가 지난해 12월 집필한 ‘ESG의 종말(The end of ESG)’이란 논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ESG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됐다"며 그저 일상 경영과 생활 속에서 실행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구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6일 발표한 ESG공시 기준이 내년부터 시행되고 2025년부터 의무화되기 시작하면 이런 흐름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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