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ESG 퇴조? “열심히 대비 안 하면 큰일 난다”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3.02.06 18:03
  • 수정 2023.03.08 19:55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태영 ISSB 위원, ESG 퇴조론에 일침
기업부담 완화 요구 많아 방안 준비 중
제각각 ESG공시 기준들 "결국 수렴될 것"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초대 위원인 백태영 성균관대 교수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초대 위원인 백태영 성균관대 교수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ESG경제=이신형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 위기로 ESG가 퇴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14명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위원으로 선임돼 ESG 정보공시의 글로벌 표준안을 만들고 있는 백태영 위원(성균관대 경영학 교수)은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갖고, ESG 퇴조론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놨다. 

기업들이 앞에서는 ESG 공시기준 적용을 늦추거고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겉으론 이렇게 얘기해도 “뒤로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만 ESG 공시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부응해 ISSB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공시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 위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한 완화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에 대해 특정 공시요구를 면제해주거나 단순한 조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2. ISSB 기준을 적용해 공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지원한다. 

3. 기본공시와 고급공시 기준을 기업별로 차등 적용한다.

1번 방안은 특정 공시요구에 대한 수용 능력이 떨어지는 저개발국 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조치다. 해당 기업은 특정 공시 완화 조건을 충족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런 기업을 위해 단순화한 새 기준을 제정하는 대신 이런 조치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번 방안은 추상적이고 원칙주의적으로 만들어진 ISSB 기준을 좀더 적용하기 쉬운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 가공하는 일이다. 다른 지속가능성 관련 프로토콜이나 프레임워크 가이드라인 등도 제공한다.

3번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ISSB 공시 기준을 차등 적용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쓸 ISSB 기준을 ‘기본’과 ‘고급’ 공시로 구분하고 어떤 기업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는 국가별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ISSB는 또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공시 시행 후 최소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 제공하는 온실가스 배출 정보의 측정 기간이 공시 기업의 공시 기간과 일치하지 않아도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코프 1, 2 배출량 공시에서는 재무제표상 연결기업의 배출량 공시와 비연결 투자대상 기업을 분리해 공시하도록 했다.

SASB 기준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관련 지표 공시는 68개 산업 유형별로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공시는 당분간 자발적 공시로 하되 종국적으론 의무화할 예정이다. 반면에 금융권 보유자산에 관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의무화됐다.

이 밖에 자산운용 및 수탁업무, 상업은행 업무, 보험업에 대해 보유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finance emissions)을 스코프3 배출량의 일부로 간주하고 공시 의무화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는 보유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방법론도 공시해야 한다. 다만 파생상품은 공시 대상 자산에서 제외됐다.

ISSB는 'S1'으로 불리는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General Requirements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Climate-related Disclosure)을 지난해 3월 공개한 후 석 달 간의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쳤다. ISSB는 이 기간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는데 보완 작업에 예상보다 많아 최종 공시안 발표 시기를 올해 6월경으로 늦췄다.

다음은 백태영 ISSB 위원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내용. 기자회견에는 백 위원의 활동을 돕고 있는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재단 지속가능센터장이 배석해 보충 설명을 했다.

문) ISSB가 S1과 S2에 이어 내놓을 공시기준 제정 대분류 주제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인적 자본, 인권 등을 제시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답) 현재 언급된 3개 연구 주제는 대분류 주제로 3개 주제 내에 세부적으로 다양한 주제가 존재한다. 작년 7월부터 계속 논의하고 있다. 거버넌스까지 보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빠졌다. 앞으로도 다루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 전 세계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이를 기반으로 추후 후속 기준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ISSB 기준으로 공시하기 어렵다는 기업이 많다.

답) 어려움을 말씀하시는 건 상당히 귀한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의 애로를 반영하려고 한다. 투자자는 정보를 많이 달라고 하는데 공시 작성자(기업)는 불확실한 미래 예측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할 경우 법적 부담 등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부담을 줄곧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고민이다.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하는데 토론하고 싶다. 한국 기업이 말하는 한국적 상황을 제가 얘기할 때는 잘 안 가르쳐 주신다. 한국적 상황 반영해 달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하는 게 없다. 그런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고 다양한 완화 조건이 들어갔다.

(이웅희 센터장)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이고 밸류체인에 더 많은 기업이 들어가 있어 (ESG 공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완화 검토안이 나왔지만 무한정 완화해줄 수는 없어서 이런 정도의 완화안이 나왔다.

문) 기업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ISSB 공시 도입을 늦출 예정인가?

결정된 게 없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 KSSB도 현판식만 했지 아직 회의도 안 했다. 회의하면서 논의 내용이 공개될 것이고 그걸 보면서 분위기를 봐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전 세계가 무섭게 움직이고 있다. 확실한 건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선제적 대처 아니면 기업이 어려워진다. 압박이 선제적으로 올 것이다. 기업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일 우려하는 것은 이것(ESG)이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 때문에 퇴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ESG 대비 안 하면 안 된다. (앞에선 비판 하면서도) 뒤로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안 그러면 큰일 난다.

문) ISSB 기준과 유럽연합(EU)의 ESRS, 미국 SEC 기준 간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높이는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선 용어와 개념을 통일해야 한다. 공시 기준의 틀(구조)은 달라도 내용은 같아야 한다. ISSB 기준은 거버넌스와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이런 구조로 돼 있지만 공시를 이런 구조로 할 필요는 없다. 공시안이 요구하는 내용만 담기면 된다.

(규정을 통일적으로 만드는) 상호운영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 유럽은 이중중대성을 채택해 ISSB보다 더 많은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의 중요성(금융중대성 또는 단일중대성)에 따른 공시는 거의 일치하도록 해 ISSB 기준이 글로벌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상호운영성을 위해 디지털 택소노미(Digital Taxonomy)가 중요하다. 디지털 택소노미는 재무정보를 디지털 태깅(tagging)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공시해도 디지털 태깅된 정보를 서로 비교하기 쉽게 하는 것이다.

상호운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유럽, 일본, 영국, 미국 등으로 구성된 JWC(Jurisdictional Working Group)이 매달 회의를 하고 있다.

(이웅희 센터장) 기후 공시에 관해서는 미국이나 EU나 ISSB나 거의 비슷해졌다. 다만 EU ESRS 기준이 좀 더 강하다.

문) 재무제표 공시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치는데 ISSB 기준은?

ISSB는 인증 가능한(assuarable) 공시 기준을 만들고 외부 인증을 권고하지만 이에 대해 결정하거나 다루지 않는다. 인증은 규제당국의 결정사항이다. 한국은 금융위 등 정부기관에서 정할 문제다.

(이웅희 센터장) ESG 공시에서는 감사가 아닌 인증이 필요하다. 이미 인증 기준이 있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기준을 만든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가 새로운 인증 기준을 만들고 있고 ISSB도 협력하고 있다. ISSB를 겨냥했지만, 다른 기준에도 적용할 수 있는 포괄적 인증 기준이다. IOSCO는 전 세계 감독당국에 IAASB에서 개발한 인증 기준에 따른 인증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IOSCO의 권고에 따라 인증 의무화 여부와 인증 수준 등을 결정할 것이다.

문) 국내에서 ISSB 기준을 도입해 사업보고서와 동시에 보고(공시)하기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가? 현재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5~7월에 내는 것은 환경부의 탄소배출량 인증이 5~7월에 이루어지기 때문 아닌가?

답) 동시 보고 시점까지 외부 검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을 때 ESG 공시와 사업보고서 공시를 동시에 하려면 추정에 좀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측정 방법의 변경이 필요하다. 이때 ISSB는 어떤 방법과 가정으로 어떻게 추정했는지 상세하게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추후 다른 측정 방법으로 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면 이후 연도에 비교 정보 공시 시 더 정확한 정보로 수정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

문) ESG 정보는 재무정보인가?

ESG 정보를 비재무정보로 지칭하기도 하고 재무정보로 지칭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화폐적 표기가 가능하면 재무정보, 화폐적 표기아 안 되면 비재정보로 표현했다. 따라서 ESG 정보는 비재무적 정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TCFD와 SASB, ISSB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재무정보로 부른다. 이런 정보가 재무적 중대성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영향에 대한 정보이기 때문에 다른 ESG 정보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ISSB는 공시 정보를 재무적 정보로 보고 재무보고서의 일부로 간주해 재무제표와의 통합보고를 지향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