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멘트, 공장 폐쇄 결정...쌍용·성신양회 1분기 적자
시멘트협회, "배출가스 저감장치 운영비만 연 7천억“ 호소
시멘트값, 2021년 이후 약 40% 인상...내달 추가 인상 예고

[ESG경제=홍수인 기자] 시멘트 업계가 ‘원가상승, 환경규제, 여론악화’라는 3중고(3重苦)에 신음하고 있다. 고려시멘트는 급기야 강원 장성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시멘트업계는 내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지난 2년간 약 40% 오른 시멘트값이 더 오르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영난 겪는 시멘트업계...원가 20% 차지하는 전기료 올해 44% 올라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올해 1분기에 각각 17.3억원, 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상황이 나빠지자 업계 1위인 쌍용C&E는 7월부터 1종 벌크 시멘트 가격을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14.1% 인상을 선언했다. 성신양회도 톤당 10만5,000원인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2만원으로 14.3% 인상하겠다고 레미콘사들에 통보했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다른 업체도 가격 흐름을 주시 중이다.
시멘트업계는 2021년 6월부터 최근 2년간 4차례 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2년 전 톤당 7만5,000원이던 시멘트값은 현재 10만5,000원 수준으로 약 40% 상승했다.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이번에 가격을 올리면 2년 새 약 60%나 오르는 셈이다.
시멘트업계는 원자재자격 상승, 유가상승, 물류비용 증가 등 원가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20%를 차지하는 전기료가 작년보다 44%나 올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멘트 가격이 올라서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자 조합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재개발 공사 현장이 멈춘 곳도 있다.
정부, 7월부터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강화...업계, 추가 설비투자 불가피
시멘트업계의 가격인상 요구는 원가상승 이외에 탄소 줄이기를 위한 설비투자 자금의 확보 측면이 강하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5년간 환경 부문 설비투자에만 약 2조315억원을 투입했으며 SCR 설치 시 운영비만 매년 약 7,000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시멘트 생산시설 주변 대기환경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설치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호소했다.
미세먼지의 일종인 NOx는 시멘트 원료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시멘트는 NOx 총 배출량 중 26%, 탄소 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NOx는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생성하는 원인물질이며 호흡기질환의 주범인데, 공기중 습기에 녹으면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당연히 환경단체와 ‘친화경인 척하는 정치인들’의 공격대상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오는 7월부터 시멘트업종에 대한 NOx 최대 배출기준을 기존 270ppm에서 118∼240ppm으로 강화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업체들이 이 기준을 맞추려면 기한 안에 SCR을 설치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시멘트협회 이창기 부회장은 "SCR을 설치하려면 생산라인 1기당 수백억 원의 설치비와 매년 설치비에 버금가는 운영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한때 우리나라보다 많았던 일본의 시멘트 생산이 급감한 것을 지적하며 "국내 시장 규모도 일본의 전례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시멘트협회는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시멘트 가격 간담회에서도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거론하며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은 대체원료 연구 활발...시멘트업계, ESG와 RE100 흐름 동참해야
현재 ESG(환경·사회적 책임·거버넌스)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글로벌 차원의 흐름이라 시멘트업계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현재 유연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폐플라스틱 등의 대체연료로만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유럽은 1990년대부터 폐기물 매립이 중단됐고, 엄격한 폐기물 처리 기준에 따라 시멘트 산업의 대체원료 활용방안이 활발하게 연구돼왔다.
유럽과 미국 등의 강화된 환경규제 흐름에 한국도 동참해야 하므로, 시멘트업계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탄소중립의 길을 가자니,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한편 시멘트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고려시멘트는 지난 13일 전남 장성 생산공장 라인 의 가동 중단과 함께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고려시멘트는 애초 경영 악화와 정부 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장성 생산공장 운영을 내달 중순께 중단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이 같은 결정을 노조에 공지했다.
사측이 폐쇄를 결정한 이달 13일 기준 고려시멘트 장성공장의 근로자는 총 78명이다. 이 가운데 10여 명은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2공장으로 이동하지만, 나머지 인원에게는 해고 방침이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협회는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 부담 속에 원가 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로 인해 초래된 일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고려시멘트 공장 폐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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