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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재벌 아람코에 ESG 투자금 흘러가다니...논란 '일파만파'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3.07.13 16:18
  • 수정 2023.07.14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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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복잡한 자금조달 방식’ 통해 ESG투자 받아
아람코는 ESG 평가등급도 낮고 ESG를 비판해온 장본인
글로벌 환경단체들, “ESG투자에 큰 허점 드러났다” 비판

사우디 아람코 로고.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아람코 로고.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이진원 기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복잡한 재무 구조 덕분에 ESG 투자를 받게 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ESG 활동과 배치되는 화석연료를 팔아서 돈을 버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ESG를 비난해온 석유회사에 ESG 투자금이 대거 유입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ESG 투자 업계에 존재하는 ‘허점’ 때문에 아람코 같은 기업들이 투자금을 받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아민 나세르(Amin Nasser)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2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모인 투자자들에게 "모든 기존 에너지 프로젝트에 무작정 편향적 태도를 보이는 ESG 위주의 정책은 세계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ESG를 비난한 바 있다.

복잡한 자금 조달 방식

블룸버그가 전하는 이번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람코는 280억 달러(약 36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이때 ESG 활동은 자금 조달 목표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람코가 ‘아람코 오일 파이프라인 컴퍼니(Aramco Oil Pipelines Company)’와 ‘아람코 가스 파이프라인 컴퍼니(Aramco Gas Pipelines Company)’란 2개의 자회사를 만들면서 공교롭게 ESG와 얽히게 됐다.

아람코는 EIG 글로벌 에너지 파트너(EIG Global Energy Partners LLC)과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두 자회사의 지분 49%씩을 매각했고, 이 컨소시엄은 지분 매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은행에서 브리지론(bridge loan)을 받았다. 브리지론이란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도입되는 자금조달 방식을 말한다.

이후 EIG와 블랙록 컨소시엄은 은행 대출을 상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 개의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SPV)인 ‘EIG 펄 홀딩스(EIG Pearl Holdings)’와 ‘그린사이프 파이프라인 비드코(GreenSaif Pipelines Bidco)’를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주소지는 룩셈부르크였다. 그런데 이 SPV들이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들이 화석연료 업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발행한 채권은 금융업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JP모건체이스의 ESG 평가점수를 평균 이상으로 획득했다.

그 덕분에 두 SPV가 발행한 채권은 약 400억 달러(약 51조 원)의 운용자산이 추종하고 있는 JP모건 ESG지수에 편입됐고, UBS그룹과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HSBC 홀딩스 등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그 채권을 매입하게 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아람코에 투자하게 된 ESG 투자자들

결국 아람코는 이처럼 복잡한 자금 조달 과정을 거치면서 두 SPV를 통해 ESG 투자금을 받게 된 것이다. 반대로 ESG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아람고 같은 화석연료 회사가 아닌 친환경 회사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다.

이에 대해 스웨덴 환경단체인 AFII(Anthropocene Fixed Income Institute)의 설립자인 울프 얼란드슨(Ulf Erlandsson)은 블룸버그에 “석유·가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단독으로 매입했을 것 같지 않은 일부 ESG 투자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거래에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아람코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SPV들이 약 150억 달러(약 19조 원) 상당의 채권을 추가로 발행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가 검토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ESG 펀드도 문제의 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사이프의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블랙록 서스테이너블 아시안 본드 펀드(BlackRock Sustainable Asian Bond Fund)와 EIG 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블랙록 글로벌 코퍼레이트 ESG 인사이트 본드 펀드(BlackRock Global Corporate ESG Insights Bond Fund)가 그들이다.

ESG 평가 시장의 허점 드러나...환경단체들 분노 

아람코 사건은 최근 각국 규제 당국이 ESG평가 시장의 허점과 모순을 더욱 꼼꼼히 살펴보기로 한 것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행동임을 확인시켜준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다른 서비스와 함께 ESG 점수를 제공하는 금융 대기업을 해체하고, ESG 평가업체가 평가 방법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등 ESG 평가 산업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ESG 평가회사들은 아람코에게 매우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어 아람코는 ESG 펀드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이 자체 ESG 지수를 구성하는 데 사용하는 ESG 데이터 제공업체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는 아람코에 '심각한' ESG 위험 경고를 부여했다.

이는 추적 대상 기업의 하위 5%에 속하는 수준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ESG 등급을 부여하는 블룸버그 통신의 모기업인 블룸버그 LP도 아람코에 동종 기업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기후 운동가들은 아람코 같은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이 ESG 투자를 받게 됐다는 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분노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캠페인 활동가인 라라 쿠벨리에(Lara Cuvelier)는 블룸버그에 "ESG 채권 지수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큰 허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아람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채권이 그러한 지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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