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F 실무그룹 33% 반영안 제시, 대다수 금융기관 찬성
PCAF 이사회 승인 거쳐야...은행 대출은 100% 배출로 인정

[ESG경제=이신형기자] 증권 인수 업무(underwriting) 관련 탄소 배출량(facilitated emission)을 금융기관 탄소배출량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탄소회계금융협회(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PCAF) 실무그룹이 33%만 금융기관 배출량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대다수 주요 금융기관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고 2030년까지 달성할 중간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금융기관의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이 정식으로 금융기관 배출량에 포함되면 금융기관 탄소중립 목표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공시하는 기준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PCAF는 당초 지난해까지 증권인수 업무 관련 탄소배출량 산정 기준을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구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간 이견이 팽팽해 아직까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PCAF는 넷제로자산운용동맹(NZAM) 같은 금융기관 단체와 ABN암로,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운영을 맡고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기구다.
로이터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들은 PCAF에 참여하는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이달 초 PCAF 실무그룹이 제시한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의 3분의 2를 금융기관 배출량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6대 은행, 금융서비스 50%가 증권인수 업무
PCAF 실무그룹에 참여하는 대형 금융기관들은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은 대출을 제공할 경우와 달리 금융기관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관련 배출량의 33%만 금융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방안을 지지하는 측은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을 100% 금융기관 배출량에 포함시키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이중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방안이 정식으로 채택되면 금융배출량(financed emmission)과 마찬가지로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을 100% 금융기관 배출량에 포함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탄소 감축을 약속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탄소 배출 기업에 투자했거나 대출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이를 자사의 탄소배출로 인정해 왔다. 이것을 금융배출(financed emission)이라 부른다. 금융기관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영업활동을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많지 않다. 따라서 스코프3 배출량에 해당하는 금융배출과, 증권인수 업무와 관련된 탄소배출의 측정과 공시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가 증권인수 업무 관련 탄소배출(facilitated emission)은 자사의 탄소배출량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금융기관의 탄소 감축 약속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증권인수 업무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 등 탄소 배출 기업의 막대한 자금 조달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에 따르면 2016~2022년 중 미국의 상위 6개 은행이 화석연료 기업에 제공한 금융서비스의 절반이 증권인수 업무였다. 비영리기구 셰어액션(ShareAction)이 43개 은행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한 결과 이중 6개 은행만이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을 자사의 배출량에 반영했다.
셰어액션(ShareAction)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유럽의 상위 25개 은행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린 상위 50대 기업에 제공한 자금의 57%는 증권인수 업무를 통한 것이다.
2개 은행은 100% 반영 주장
로이터에 따르면 다수의 은행이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의 33%를 금융기관 배출량으로 인정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으나, 2개 금융기관은 100% 반영을 주장했다. PCAF의 결정은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증권인수 관련 배출량을 100% 자사 배출량으로 반영할 수도 있다.
PCAF는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실무그룹을 구성해 증권인수 관련 배출량 산정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 왔다. 실무그룹이 제시한 안은 PCAF 이사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PCAF와 실무그룹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소식통들은 PCAF는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의 얼마를 금융기관 배출량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어떤 수치가 나와도 결정이 더 지체되는 것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셰어액션은 33%만 반영하는 것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기관의 스코프 3 배출량을 금융배출량과 증권인수 업무 관련 배출량을 묶에 산정할지, 분리해 산정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TBi)는 이 두 가지 배출량의 분리 또는 결합 문제를 포함한 금융기관 탄소중립 기준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 넷제로보험연합, 회원사 탈퇴 잇따르자 회칙 완화
- 국내 금융기관 화석연료 자산 118.5조원...재생에너지 자산 37.2조 불과
- 국민연금, 주식 투자 따른 금융배출량 주의보...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
- 일본 3대 은행도 화석연료 산업 지원 축소 압력 받아
- 화석연료 산업 투자 문제로 '넷제로 투자자 연합' 내홍
- 금융사 증권인수 업무의 탄소배출량 어찌 계산할꼬?
- [COP27] 유엔, 기업과 금융권 탄소중립 약속에 '주마가편'
- EU, 유연성 높인 ESRS 공시기준 확정..."ISSB와 상호운영성 확보“
- 미국 SEC, 자산운용업계의 ESG 편법 마케팅 조사
- [ESG경제 포럼] 신한금융, 내년부터 전환금융 배출량 공시
- IBM, 기업 스코프 3 배출량 수집 시스템 출시
- 국내 측정 탄소발자국 유럽서 통할까...생기원, 伊 검증기관과 MRI 추진
- 한은 "금융배출량에 집약도 포함하고 ESG공시 조속 확정해야"
- 바젤위원회, 기후 위험 관련 은행 공시기준 제시하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