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00조원대 빚더미에 5년 간 이자 부담만 24조원
내년 부채비율 1000% 넘을 가능성 커…"책임 전가 안돼“
한 총리 인상 시사…'에너지가격·환율 고공행진'이 변수

[ESG경제=김강국 기자] 지난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 현장. 한국전력의 어마어마한 부채 문제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마디로 요약했다.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입니다."
한전 빚,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요금 동결’ 후유증…2027년 226조원까지 증가
세상에 변치 않는 진실이 있다면 그건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 한전이 그 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6월 말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겼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정치적 이유’로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게 총부채 급증의 주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요금인상 미루기’에 따른 부채폭탄을 떠안은 윤석열 정부는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다. 그래도 한전 수익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전의 전체 비용에서 전력 구입비는 88%이며, 송·변전 설비 운용비와 인건비가 12% 가량이다.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최소 10% 이상 높아져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 구조다.
한전은 올 3분기(7∼9월)에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0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4분기(10∼12월)에는 다시 6,000억원의 적자로 ‘반짝 흑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조3,000억원. 내년부터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낸다지만 막대한 부채에 따른 이자 비용으로 부채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2027년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지난해 2조8,185억원 ▲올해 4조4,000억원 ▲2024년 4조7,000억원▲2025년 4조9,000억원 ▲2026년 5조1,000억원 ▲2027년 5조1,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원 수준. 매일 내는 이자가 131억원이다.

고유가·고환율 '먹구름'…한전에게는 '울고 싶은 부정적 시나리오’
유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상승(달러 강세)하는 것도 한전에 큰 부담이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270원, 북해산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을 82.8달러로 전제하고 전제로 수립됐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30원대, 원유 가격(브렌트유)이 배럴당 90달러 내외를 돌파한 상황. 예상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한전은 당장 내년에 6조원대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한다.
한전채 발행으로 적자를 메우는 방식도 쉽지 않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한전체 발행한도는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 한전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이다.
문제는 계속되는 영업손실로 적립금이 줄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적립금보다 5배 속도로 감소한다는 것.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한전은 전기 구매 대금을 치르거나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한덕수 총리가 경고한 '한전 부도'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전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21∼2023년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아 국민들을 외부 경제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물가를 잡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기료 동결은 언젠가 국민이 지불해야 할 부담으로 돌아오고, 현재 전기를 싸게 쓴 세대가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세금으로 메우든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결국 돌고돌아 ‘국민 부담’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한전 적자는 ‘세금이든 요금 인상이든 결국 국민 부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 그렇다고 '가까운 시일 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이다.
정부는 한전이 오는 15일까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보고하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작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40% 가까이 올린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한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정부는 당초 장기적인 한전 누적적자 해소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킬로와트시(㎾h)당 51.6원으로 산정했으나, 지난 1분기와 2분기 누적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추가 전기요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내년 총선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고유가, 고환율, 폭염 등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 현상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자원을 전량 수입해 쓰는 나라에서 전기를 흥청망청 쓸 수 있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제값 내고 전기를 쓴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나 정치권에서 전기요금 인상도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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