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신문과 브랜드연구소 등 지자체 ESG 정례적 평가
최우수 평가받은 사이타마시, 지방소멸 시대에 인구 증가
지자체들, 스타트업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안간힘
“사이타마시가 2022년 평가에서 일본의 815개 시·구 가운데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과제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로 평가되었다. 사이타마시는 2020년 평가에서 1등을 한데 이어 2년째 1등을 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023년 1월 전국 792개 시와 도쿄(東京)도의 23개 구 등 815개 시·구의 SDGs과제 대응 실태를 평가한 <2022년 전국 시·구 SDGs 선진도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18년에 처음으로 경제, 사회, 환경 부문에서 <전국 시·구 SDGs 선진도 조사>를 실시한 후 2020년에 2회차, 2022년에 3회차 조사를 실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지역에서 급속하게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어서 보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정책과 사업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시·구가 경제, 사회, 환경 부문에서 균형 잡힌 발전을 하고 있는지를 유엔의 SDGs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평가에서는 1위 사이타마(埼玉)시에 이어 도요타(豊田)시 2위, 후쿠오카(福岡)시 3위, 교토(京都)시 4위, 사가미하라(相模原)시 5위로 평가됐다. 사이타마시는 도쿄에 인접한 사이타마현의 대표 도시이다. 사가미하라는 간토(關東)지방의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공업 도시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이타마시는 경제, 사회, 환경 등 3개 분야에서 폭넓게 SDGs정책을 실시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에서는 스타트업 기업 지원, 사회에서는 SDGs 참여 청년층 지원이나 기업 인증제도 등 새로운 정책을 충실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가치 올리고 고용 확대 위해 국제 교류도
사이타마시의 SDGs 정책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월23일 사이타마시청을 방문하였다. 사이타마시 도시경영전략부의 아라이 신타로(荒井愼太郞) 기획·SDGs 추진담당 주임은 “사이타마시는 일찍부터 SDGs과제 대응 정책을 중시했다. 2019년에는 스마트시티 추진을 통한 사이타마시의 브랜드 가치 상승, 국제 교류 증대로 비즈니스 기회·고용 확대, 다양한 SDGs 추진 전략을 제안해서 내각부의 SDGs 미래도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이타마시는 SDGs 17개 과제에서 특히 건강과 복지, 살기좋은 마을, 빈곤 해소, 질 좋은 교육, 기후변동에 대한 구체적 대책, 평화와 공정 실현, 그린 에너지 실현, 안전한 물 제공, 불평등 해소 등을 중시하면서 모든 정책에 SDGs 과제들을 연계하고 있다.
아라시 주임은 “시장 등 간부 직원이 전원 참석해서 3개월에 한 번씩 여는 ‘실적 매니지먼트 보고’ 회의가 SDGs 추진의 원동력”이라며 “이 회의에서는 SDGs정책 진척 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과제를 논의하는 등 PDCA(계획·실행·평가·개선) 사이클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타마시는 특히 시 지역 여러 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SDGs 과제 이행을 선언하는 기업과 단체 등을 ‘CS·SDGs 파트너스’로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CS는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뜻하는데, 사이타마에서는 시민 만족도를 의미한다. 2030년에는 시민만족도를 90% 이상 올린다는 것이 사이타마시의 목표다. 50여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사이타마시는 2021년에는 시내의 한 중학교 강당에서 파트너스로 참여하고 있는 링고 재팬, 이케아 재팬,도쿄 가스 등 3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SDGs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2023년6월에는 시바우라(芝浦) 공업대학과 SDGs 제휴 협정을 체결했다. 아라이 주임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의 교육자원과 인재를 SDGs과제 추진에 유효하게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시민들 일상생활에서 SDGs과제 실천하는 문화 조성
사이타마시가 또 중시하는 것은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SDGs과제를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 이날 만난 사이타마시 도시경영전략부의 나카다 다쿠토시(中田拓壽) 주임은 “SDGs과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장대한 목표이어서, 자신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쉽게 받아들여지는 행동들도 있다”며 “개인의 친밀한 대응과 행동이 SDGs의 달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이타마시는 이를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남은 식재료를 일요일 밤에는 스프로 만들어 먹는 캠페인 ‘사이타마 선데이 스프(Sunday Soup)’ 등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SDGs를 고려한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을 ‘사이타마시 SDGs 인증 기업’으로 지정하고, SDGs를 추진하려는 기업을 위한 ‘사이타마시 SDGs 추진 매뉴얼’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사이타마시의 이같은 노력으로 시민들의 SDGs에 대한 인식은 매년 높아지고, 생활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이타마시는 매년 주민 5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하고 있다. SDGs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21년의 67.5%에서 22년에는 82.4%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응답자의 55%가 SDGs를 의식하면서 행동하고 있었다.

SDGs 실행하자 시민들 거주 만족도 높아져
사이타마시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사이타마시가 살기 좋다’는 응답자가 2021년의 85.6%에서 2022년에는 87.2%가 높아졌다. ‘계속해서 사이타마시에 살겠다’는 응답율 역시 2021년의 85.3%에서 2022년에는 87.1%가 증가했다.
그 결과 사이타마시의 인구는 2005년 117만6000명에서 2020년에는 129만5000명으로 늘었고, 2030년에는 131만80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월23일 도쿄에서 만난 우종원 호세이(法政)대학 공공정책연구과 교수는 “일본 지방의 많은 지자체들이 인구 감소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타마시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이타마시가 SDGs과제에 적극 대응해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SDGs과제들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들이어서 이들 과제 해결이 지자체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이타마시 인구 추이>

일본 지자체 ESG 행정, 전국으로 꾸준히 확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 2022년 전국 시·구 SDGs 선진도 조사>의 특징에 대해 “SDGs정책은 여러 분야에서 대도시가 유리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 평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탄소제로, 재활용, 지속가능한 거리 만들기, 성평등 등 SDGs를 의식한 정책이 일본 전역 대부분의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도쿄도의 이타바시(板橋)구는 2020년 평가에서 2회 조사 때보다 한 단계 높은 전국 8위로 평가되었다. 도쿄도의 23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였다.
이타바시 구청의 이시카와 쓰토무(石川努) 정책기획과 브랜드·SDGs계장은 지난달 8월23일 구청을 방문한 기자에게 “이타바시구는 SDGs 총괄 부서 설치, SDGs 액션 프로그램 수립, SDGs 관련 정책과 사업 실시, 빈곤대책을 포함한 아동육아지원책 실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실질 제로 정책 발표, 구청 건물과 공공시설의 에너지 절약 대책 수립, 식품 손실 대응방안 수립, 플라스틱 재활용 향상 노력, 지역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등 SDGs 17개 과제에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충실하게 수립하고 실천한 결과”라고 밝혔다.
도쿄도의 도시마(豊島)구는 2020년 18위에서 2022년에는 9위로 크게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마구는 2014년 일본정부의 지방재생회의로부터 ‘도쿄도의 23개 구에서 유일하게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은 후에 소멸 가능성 도시 긴급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지역 활성화와 저소득층 아동 대책, 거리 조성에 여성 참여 기회 창출 등 SDGs 과제 실천에 힘쓴 결과 회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모든 정책을 SDGs 17개 목표에 연결한 곳도
도시마구는 2022년에는 구의 모든 정책을 SDGs의 17개 목표에 연결시켰다. 2022년 7월에는 2050년에는 탄소제로를 실현하겠다는 <2050 도시마구 탄소제로 전략>을 수립하는 등 SDGs 추진을 가속하고 있다.
아이치(愛知)현의 오부(大府)시은 인구 9만여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12위로 평가되어 2020년에 이어 계속 20위권에 들었다. 인구 5만 명 미만의 지자체에서는 효고(兵庫)현의 니시와키(西脇)시가 가장 높은 72위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부시와 니시와키시는 규모가 작지만 SDGs정책 추진체제가 공고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연계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개 시 모두 SDGs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를 두,고 시의 정책과 사업을 SDGs의 17개 목표와 연계시키고 있으며, 시장이 스스로 시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브랜드종합연구소, 17년째 지자체 브랜드 평가 명성
일본에서 지자체의 SDGs 추진 상황을 평가하는 또 다른 기관은 브랜드종합연구소이다. 이 연구소는 2006년부터 매년 전국 지자체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주하는 지자체의 인지도, 매력도 등 89항목을 조사해서 지자체의 브랜드를 평가해왔다.
그러다 지자체의 SDGs 정책이 중요해짐에 따라 2019년부터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의 SDGs과제 대응실태를 주민설문조사 형태로 매년 실시해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지난 8월24일 도쿄의 브랜드종합연구소 사무실을 방문해 다나카 아키오(田中章雄) 대표를 만났다. 다나카 대표는 “2023년에는 6월에 광역자치단체에서 각각 1000여명씩 총 5만517명을 대상으로 SDGs인지도, 거주 광역자치단체의 SDGs 대응정책과 17개 과제별 성과 평가 등으로 조사해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4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SDGs과제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된 곳은 돗토리(鳥取)현이었으나, 올해는 야마가타(山形)현이 1위를 차지하였다. 다음으로는 나가노(長野)현 2위, 후쿠시마(福島)현 3위, 돗토리(鳥取) 4위로 평가되었다.

# 특별취재반=김광기ㆍ홍승일ㆍ이신형ㆍ김상민ㆍ권은중ㆍ이가은 기자, 손종원ㆍ허창협 연구위원, 오대영 가천대 교수
# ESG 전문미디어인 <ESG경제>는 ‘대한민국 지방정부 ESG 정책 및 행정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전국 현장 심층취재 시리즈를 10월 한달 간 게재한다. 이를 위해 취재팀은 17개 광역시도 시청과 도청, 모범이 되는 기초지자체와 사업현장을 방문해 성공사례를 모았다. 막 꽃을 피기 시작한 ESG행정이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도 따져봤다. 지자체 기관장 및 ESG책임자 인터뷰은 물론 일본 지자체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우리나라 지자체 ESG행정의 올바른 방향타를 제시하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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