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보고서 분석, 2021년 이후 104조원 투자
미국·영국·중국 등 8개 국가가 기후테크 선두그룹
기후테크 세계화가 산업 전반의 비교우위 변화시킬 것

[ESG경제=김연지 기자] 세계적인 회계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최근 ‘기후테크의 지형도(The geography of climate tech)’ 보고서를 발행하고, 기후 변화가 글로벌 핫이슈가 되면서 기후테크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세계 기후테크 기업 수는 2600개 이상에 달했다.
딜로이트는 보고서 서문에서 “기후테크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2021년 이후에만 기후테크에 800억 달러(한화 약 104조)가 투자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가, 투자자 및 정책 입안자들은 기후테크의 지리적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투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사 발간 취지를 밝혔다.
여전히 미국 주도적이지만, 지리적 다양화도 급격히 이뤄지는 추세

기후테크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예컨대, 2004년 이전까지 미국 소재 회사는 전세계 기후테크 투자의 76%를 차지했지만, 2020년부터는 그 비율이 50% 아래로 감소했다. 미국 기업의 투자 비중은 2000~2004년 76%에서 2020~2023년 49%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투자 비중은 6%에서 22%로 늘었다.
감소 추세는 명확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2022년 기준 37%의 기업이 위치한 선두 국가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8개국(캐나다, 영국, 중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인도)의 시장 점유율이 전세계 기후테크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다른 국가들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8개국 이외에도 50여개 국가에 포진된 기후테크 기업들은 2000~2004년 전세계 기후테크 기업 설립 비중의 15%만을 차지했지만, 2020~2023년까지 24%로 증가했다. 투자 비중 역시 2000~2004년 사이 3%에 불과했지만 2020~2023년에는 15%로 5배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추세는 다른 산업들에서도 발견되었던 ‘Rise of the Rest(후발국들의 약진)’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러한 현상은 현지상황에 맞게 개발되는 기후 솔루션이 더 기능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기후테크 전문기술 달라...중국과 인도는 전기차와 태양열에 매진

딜로이트는 기후테크 선진국 8개국 각각의 상위 5개 전문 기술을 살펴봤다. 미국과 호주는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반면, 중국과 인도의 경우 소수의 핵심 기술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호주는 상위 5개 기술이 전체 기술의 40% 미만의 점유율을 지닐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우위를 보였다. 미국은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9.4%) ▲단기간 에너지 저장기술(7.5%) ▲대체 단백질(7.2%)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6.3%) ▲장기간 에너지 저장기술(6.2%) 순으로 전문성을 보였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80% 이상이 상위 5개 기술에 편중돼 있었는데, 단기간 에너지 저장기술과 전기 차량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8개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과 인도만이 태양열 기술을 상위 기술에 포함하고 있었다.
기후테크 메가딜 증가추세, 전체 시장 크기도 커질까

한편, 기후테크 시장은 2013년을 기준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기후테크 관련 기업 설립과 투자금액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후 2021년을 지나면서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금은 1억 달러(한화 약 1300억) 이상의 메가딜이 3분의 2 이상이 됐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큰 금액이 오가는 메가딜은 기술과 시장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메가딜의 규모가 확대됐을 뿐 아니라 아니라 지역도 다양해졌다. 2021년 이전까지는 12개국에서만 발생한 메가딜은 2021년 이후 19개국으로 확대됐다. 메가딜이 이뤄진 기술 분야를 보면 ▲전기차 ▲원자력 에너지 ▲단기 에너지 저장기술 ▲스마트팜 ▲온실가스 저배출 농업 순으로 많다.
보고서는 "기후테크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 산업의 비교우위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그동안 철강 생산산업을 저비용의 대규모 석탄 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던 중국이 지배하고 있었다면, 친환경 철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소규모 전력 기업들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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