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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CEO 승계절차 최소 3개월전 개시…이사회 독립성 강화

  • 기자명 김상민 기자
  • 입력 2023.12.12 16:05
  • 수정 2023.12.1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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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 지배구조 모범안 마련…감독·검사 가이드라인 활용
은행 CEO 후보군 관리부터 최종 선정까지 절차 문서로 공개해야
지주 회장·은행장 임기는 "지배구조 정착하면 이사회에서 판단“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상민 기자] 은행 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만료가 되면 최소 3개월 전부터 후임을 뽑기 위한 경영 승계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후임 CEO 평가 방법이나 시기는 현직이나 내부 출신에 비해 외부 인사가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체계적인 CEO 승계계획을 마련해 이를 문서로 남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직 CEO나 기관의 ‘거수기’로 비판 받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러한 내용의 '은행지주·은행(이하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모범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내년 1분기 중 규정을 개정, 모범관행 최종안을 추후 지배구조 관련 감독과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모범관행을 만든 것은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 미흡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 부족 등으로 글로벌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를 통한 성장에는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지난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범관행 수립을 논의해왔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된 모범 관행에서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10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등 4개 주제와 관련해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했다.

CEO 승계 투명화…바뀔 때마다 나오는 '잡음'에 ‘관치 논란, '황제 연임' 등 없어질까?

모범안 내용을 보면 우선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와 관련해 면밀한 평가와 검증이 가능하도록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두도록 했다. 금감원이 국내 8개 은행지주 CEO 선임·연임 사례를 살펴본 결과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후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5일에 불과했다.

외부 후보군 포함 시에도 자격요건이나 추천 경로,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이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두 차례의 인터뷰나 면접에 그치지 않도록 외부평가기관이나 전문가 참여, 심층 평판 조회 및 다면평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숏리스트(압축된 후보 명단) 후보에 대한 대면 평가는 단 1번의 인터뷰나 발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모범안은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 문서로 만들고, CEO 자격이나 평가요건은 공개하도록 했다. 적정 규모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최소 연 1회 이상 관리실태를 점검해 보완하면서 부적합 후보는 제외하도록 했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행장보는 논란이 됐던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연임 등에 관해 별도 규정하지 않은 데 대해 "지배구조 부분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이사회에서 잘하고 있는 CEO는 연임하도록 할 것이으므로, (모범관행에서) 임기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적으로 제재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정기검사에서 체크한 뒤 경영실적평가에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시기와 관련해서는 "(은행 등의) 내규에 반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다. 주총이 보통 내년 3월이니 빨리 하면 내년에 적용이 될 것"이라며 "다만 언제까지 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으니 로드맵을 받아 판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투명성·공정성 제고 한다는데?…교체 때마다 나오는 논란 잠재울지 의문

여기서 보듯 모범안의 핵심은 CEO 승계 절차를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개시해 충분한 검증을 받도록 하고, 이사회 규모와 구성도 손질해 실질적인 경영진 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것.

이번 모범안으로 CEO 선임과 관련한 자질 논란 및 시비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 성격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지닌 만큼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뚜렷한 대주주(주인)가 없는 지배구조 탓에 CEO 선임 과정 때마다 잡음과 논란을 반복해왔다. 지배주주가 없으므로 금융지주사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셀프 연임'을 이어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CEO 교체 때마다 '누구 라인에서 밀고 있다'라거나 '누구 라인에서 배제됐다'는 식의 소문들도 무성했다.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정치적 외풍에도 취약했다. CEO 후보자의 역량 검증보다는 '낙하산' 시비나 '코드 인사' 논란이 화제가 되곤 했다.

정치 외풍에 시달리면서 실제로 관료 출신이 대거 CEO가 되는 일도 잦았다. 지금도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관료 출신이다.

은행권 인사와 관련해 잡음이 커지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를 열고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사진=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사진=연합뉴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강화하고 사외이사 평가 후 재선임 연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원칙도 마련했다. 모범안은 우선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CEO 관할이 아니라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업무총괄자 임면은 이사회의 사전동의 등을 거치도록 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 뒤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만 하며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국내 은행 사외이사 수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인 게 현실이다.

모범안은 또 이사회가 은행 규모나 복잡성, 위험 프로파일, 영업모델에 적합한 집합적 정합성을 갖추고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9개 원칙을 수립했다.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 Matrix·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할 계획이다.

BSM은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 능력, 경험, 자질 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 등 다양성 정보를 표나 그림 등으로 도식화해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범안은 또 사외이사 임기가 현재 획일적인 '2+1' 제를 택해 동일 연도에 임기만료가 집중되고 임기 연장 여부가 경영진에 영향을 받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관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고 실효성 지적도

금감원은 전체 은행권에 이 같은 모범관행 최종안을 공유하고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모범관행은 말 그대로 '모범안'이기 때문에 안 지켰을 경우 제재 등 강제성 있는 수단이 뒤따르진 않는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법이나 규정에 의한 게 아니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주나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개선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모범관행이 실제 CEO 선임 절차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에게 집중되는 강력한 권한을 일부 손봐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경영실태평가에 반영"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의 강제성 여부에 대해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를 할 순 없다"면서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정기검사에서 체크한 뒤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만큼 완전한 강제는 아니지만 감독당국이 손 놓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부원장보와의 일문일답.

- 은행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를 밟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간을 늘려나갈 계획인지.

▲승계프로그램을 최소 3개월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잡았는데 태스크포스(TF)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당초 은행에서는 3개월, 저희는 6개월을 제시했다. (금감원에서는) 6개월 전부터 시작하자고 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3개월로 정했다. 은행 측에서는 기간이 길어지면 후보에 대한 논란이나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가능한 한 짧게 가져가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은행이 CEO 상시후보군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나.

▲감독당국과는 관련이 없다. 이사회에서 그 부분을 관리·감독하라는 의미다.

- 사외이사의 적정 임기 마련 원칙을 내놨지만 CEO 적정 임기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는데.

▲현재 사외이사들은 '2+1', 처음에 2년을 하고 1년씩 계속 플러스하고 있다. 1년씩 (연장)하다 보니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2' 또는 '2+3' 이렇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외이사들이 교차하는 임기 구조를 가져가라고 했다.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임기를 터치하지 않은 이유는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 이사회에서 잘하고 있는 CEO는 연임하거나 가져갈 테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사외이사의 이해상충 가능성 발생 시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나.

▲이번 모범관행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해서도 상시로 관리하도록 했다. 지주 회장이 바뀌고 사외이사를 선임할 경우에는 추천인 등을 공시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 사외이사에게 경영 전반의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이사회 책임은 언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융위에서 지배구조법 개선안을 준비 중인데 책무구조도에 이사회에 대한 책임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법이나 규정이 아니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개선하자는 취지다.

- 법상 사외이사 임기는 최장 9년이다. 이 역시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은행 사외이사는 6년까지,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9년까지 가능하다. 모 지주사의 경우는 내규로 5년까지로 정해놓고 있다. 지주나 은행 내규로 자율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데 그 부분까지는 저희가 터치하지 않는다.

- 페널티가 없는데 은행에서 모범관행을 따를 만한 유인이 있나.

▲제재할 순 없지만, 금감원 정기 검사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한 뒤 경영실태평가에 정확하게 반영할 예정이다. 완전한 강제는 아니지만 감독당국에서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경영실태평가 기준이 심화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 시행시기는.

▲보통 주주총회가 내년 3월이기 때문에 빨리하는 데는 내년에 적용될 수 있다. 언제까지 하라고 (강제)할 순 없고 대형지주사와 지방은행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으니 로드맵을 받아 판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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