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로드맵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서 곧 결정
전문가들, "도입 시기 1년 이상 연기는 너무 물러선 것"

[ESG경제=김강국 기자] 정부가 당초 2025년 상장 대기업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하기로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시 시점의 연기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됐고, 국내 참고 기준인 IFRS-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이 지난 6월에야 확정된 점 등을 꼽았다.
ESG 공시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정부 관계 부처 협의와 기업·금융회사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민관합동 ESG 정책 협의회'에서 11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기업 준비 상황을 고려해 대형 상장사부터 도입하고 국제 동향과 국내시장 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대상 기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입 초기에는 한국거래소 공시 형태를 취하면서 제재 수준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례 사업보고서 상 재무제표와 통합 공시하는 방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지난 15일 'ESG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ESG 공시 의무화를 3~4년 연기해 달라고 금융위원회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금융위, "ESG 공시 꼭 필요하지만, 기업 부담도 감안"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ESG 공시 규율을 강화하고 이를 자국 시장 발전과 보호를 위한 레버리지로 이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돼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이 해외 주요국의 규제 강화에 적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전환, 저탄소사회로의 이행 등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기에 ESG 공시제도 도입은 우리 기업의 기술 혁신 유인을 제고하고 ESG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도입 자체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만큼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ESG 공시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또한 “공시 가이드라인과 인센티브 등으로 기업의 ESG 공시를 지원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기업 컨설팅을 확대하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정책금융 연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ESG 공시 의무화에 대응해 온 전문가들은 "ISSB 최종안이 6개월 늦게 발표된 점 등을 감안해 국내 공시를 1년 정도 유예할 수는 있겠지만, '1년 이상'으로 과도하게 열어놓은 것은 실망스럽다"며 "국제 사회에 한국의 ESG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ISSB 등 국제 기준과 상관없이 스스로 ESG경영을 선포하고 제대로 실행하는 기업들은 뭘 공시해야 할 지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시험 공부를 안하고 놀다가 시험 날짜를 연기해 달라고 때 쓰는 일부 기업의 목소리에 정부가 너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정부, ESG 공시 의무화 1년 유예...법정공시 전환도 최대한 늦추기로
- 美 캘리포니아주, 스코프3 포함 탄소 배출량 공개 법제화...사업보고서 통해 공시
- ISSB, SASB 기준 국제화 연내 마무리...ISSB 기준 보완
- ISSB의 '기후' 다음 공시 기준...유럽ㆍ미국은 '생물', 아시아는 '사회' 선호
- 글로벌 기업 75%, ESG공시 준비 "아직 안 됐다"
- EU 금융당국, 은행 최소자기자본비율 산정에 ESG 위험 적용
- ESG 공시 의무화 1~2년 연기 실효성은?
- 탄소배출 국내 검증 시동...3개 검증기관 선정
- [주간 ESG] 10월 3주, 금융위 ESG 공시 의무 1년 유예 보도 많아
- 호주, ESG 공시 의무화 기준 발표...내년 7월부터 적용
- 브라질, ‘26년 ISSB 기반 ESG 공시 의무화
- [ESG경제 포럼] ISSB 백태영 위원, "KSSB 법정공시 전환 시간 걸릴 것"
- 은행 CEO 승계절차 최소 3개월전 개시…이사회 독립성 강화
- 한경협 "올해 ESG 경영 키워드는 시스템 구축, 활용, 성과 가시화"
- 500대 기업, "작년 사회공헌지출 업체당 153억원…역대 최고치"
- 금융회사 '책무구조도' 내일 도입…"책무 겹치면 상급자에 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