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TC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SBTi 승인 힘든 '태생적 한계'
맥킨지, 2030년까지 반도체 업체 스코프 2 배출량 2배 증가 전망
탄소배출 80%는 생산과정 전력소비...재생에너지 전환이 관건

[ESG경제=김연지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가속화 등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도 날개를 단 듯 급증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들도 탄소중립 등 ESG경영을 적극 표방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에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STB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승인에는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중심의 AMD(Advanced Micro Device), 퀄컴(Qualcomm),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등은 SBTi의 승인을 받았지만, 삼성전자와 인텔(intel) 등 거대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SBTi의 승인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얘기한다.
SBTi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검증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따라서 SBTi의 승인은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가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SBTi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유엔글로벌콤팩트(UNGC)·세계자원연구소(WRI)·세계자연기금(WWF)이 연합해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독립 법인으로 전환한 뒤, 검증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인텔, 장기 감축 ‘목표’ 있지만 단기 감축 ‘달성’은 어려워
인텔은 2022년 회계연도에 약 700억 달러(약 91조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2위의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인텔은 자사의 배출 감소 전략이 SBTi가 주장하는 ‘넷제로 달성 계획 지침’과 일치한다면서도 SBTi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인텔이 세운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감축 성과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성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스코프 1과 2의 배출량을 10% 감축한다는 목표로 세웠다. 또한 2040년 스코프 1과 2에서, 2050년 스코프 3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20년 전부터 탄소 감축 활동을 시작했다. 인텔은 공정과정 개선, 화학 물질 대체, 에너지 절약, 재생 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2022년까지 10년동안 6400만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런 감축 활동이 없었다면 6400만톤의 탄소를 추가적으로 배출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인텔이 실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1600만톤이었다.
문제는 같은 기간동안 인텔의 실제 배출량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텔의 탄소배출량은 2020년 136만톤에서 2021년 154만톤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SBTi는 기업이 감축 활동을 통해 미리 예방한 탄소 배출량은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실제 배출량에만 집중한다.
인텔은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인 넷제로 목표는 SBTi가 요구하는 1.5도 목표를 위한 배출 감소 시나리오와 일치하지만, 상당한 감소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배출량에만 초점을 두는 단기 감축 요구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그린피스 선정 2030년 최다 탄소배출 예상 반도체 업체
또다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이 SBTi 승인을 못받은 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그린피스 선정 ‘2030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될 반도체 제조업체’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13곳의 탄소 감축안을 분석한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2030년 탄소배출량 전망치가 3200만 톤으로, 전세계 반도체 탄소배출량의 37.2%나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2030년 이후에도 배출량이 늘어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 DS부문이 유일했다.
맥킨지와 BCG, 반도체 산업 분야 탄소 배출 2030년까지 2배 증가할 것
컨설팅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and Company, 이하 맥킨지)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가 반도체 기업의 산업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넷제로 달성을 위해 반도체 기업들이 더 많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동안 반도체 기업의 스코프 1과 스코프 2의 배출이 약 2배로 늘어 배출량이 1억 830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최첨단 모빌리티와 다양한 컴퓨팅 및 어플리케이션을 위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아직 파리 협정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 배출량을 제한할 수 있는 궤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기업 BCG(Boston Consulting Group) 역시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0.3%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탄소 배출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어린이 장난감부터 로켓선, 가장 작은 가전제품부터 가장 큰 자동차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상 활동과 AI 제품까지 현대 산업 상당 부분이 궁극적으로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점차 고도화된 반도체 생산이 요구되면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집약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넷제로 달성 목표 이행 실적이 “매우 부족한 수준”임을 지적했다.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배출 경로와 배출 목표를 유지한다면, 2050년까지 반도체 산업의 넷제로를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배출량의 80%는 생산 과정의 전력 소비로 발생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제조된 반도체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약 500M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 중 80% 이상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사용에서 발생한 스코프 2 배출량이다.
앞선 그린피스의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핵심적인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의 확대’를 꼽았다.
그린피스는 "에너지 전환 지연이 반도체 기업들에게 더 위험한 탈탄소화 경로를 걷게 만드는 것을 이 보고서는 보여준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화석연료로부터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일을 늦출수록 환경, 보건, 규제, 재무 등 여러 면에서의 위험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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