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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 인하 전쟁...업계, 실적도 주가도 ‘빨간불’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1.30 15:29
  • 수정 2024.01.3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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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르 4분기 순이릭 40% 감소, 1월 주가 23% 빠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 선도, 올해도 계속될듯

2024년 1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모델이 BYD 전기 자동차 옆에 서 있다. AP=연합
2024년 1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모델이 BYD 전기 자동차 옆에 서 있다. AP=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시작된 전기차 가격 할인 경쟁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전기차 제조사들의 실적과 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전기차 수요 부진 속에서 가격 인하를 통한 판매 확대를 모색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향후 더욱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0억 6400만 달러와 24억 84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47.1%, 39.5% 줄어든 것으로,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밑돌았다.

1년 전부터 시작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지난해 차량 인도량이 38% 늘어났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와 세계 전치가 1위 기업 자리를 다투는 중국의 비야디 역시 30일 2023년도 실적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4.4~86.5% 증가한 최소 290억~310억 위안(약 5조 4000억~5조 7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 평균인 315억 위안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은 고전 중인 테슬라와 비야디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30일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무려 23.41% 하락 중이고, 비야디 주가 역시 9.93%가 빠지고 있다.

가격 인하 경쟁 이어지며 실적 타격 불가피

올해에도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실적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주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4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제조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오펠, 시트로엥, 지프 같은 유명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들은 비야디 실적 발표 후 발표한 리서치 노트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중국에 진출한 모든 업체의 마진과 수익성에 대해 더욱 신중해졌다”면서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확실한 승자가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인하 전쟁 1년이 남긴 상처

전기차 업체들 사이의 가격 인하 전쟁은 정확히 1년 전부터 시작됐다.

테슬라가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치가 가격을 20% 낮추자 비야디를 포함해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이에 맞서 일제히 가격 인하에 동참한 것이다.

당시 많은 업체들이 테슬라의 이 같은 전략을 ‘위험하고 무모하다(risky and reckless)’며 비난했지만,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정책을 고수해왔다.

문제는 올해도 가격 인하 경쟁이 수그러들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의 가격 인하 경쟁장은 유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이 지난해 12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판매가 냉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가격 인하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포브스가 인용한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6.9% 감소한 16만 700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됐다.

독일 정부는 지출 축소를 결의하며 예산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유럽 최고의 자동차 생산국이면서 동시에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47만 대의 전기차가 등록된 유럽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EU 국가들도 독일의 선례를 따르면서 유럽 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여러 유럽 국가에서 판매 만회를 위해 모델 Y 가격을 최대 9%까지 인하했다. 그러자 폭스바겐, 르노, 비야디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작년 가을 중국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던 테슬라는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중국에서도 모델 3와 모델 Y 가격을 소폭 내렸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도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현재 미국에서 테슬라의 재고 할인율이 10%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지표가 재고 증가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기아, 도요타자동차 등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계는 아직 전체 매출 중 전기차 비중이 작아 상대적인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역대 최대의 영업실적을 보였고, 올들어 주가가 견조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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