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유정 유지 허가에 반발해 소송 제기한 환경단체 승소
개트윅 공항 인근 석유 사업 승인 파기
영국 신규 화석연료 사업 추진에 영향 미칠 전망
이번 판결 철강 등 탄소집약적 산업에는 적용 안돼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영국 대법원이 화석연료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개트윅 공항 인근 석유 사업에 대한 지방 의회의 승인을 파기했다.
가디언은 20일 이번 판결이 “획기적”이라며 “화석연료 사업 승인시 미래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영국 대법원의 “획기적인” 판결로 석유와 가스, 석탄 개발 사업 승인을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레이(Surrey) 카운티 의회는 호스힐 디벨로프먼트(Horse Hill Development)가 승인을 신청한 20년간 2개의 유정을 유지하고 4개의 신규 유정을 개발하는 사업을 승인했다. 개트윅 공항 인근에 있는 이 사업에 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으나, 유정 건설과 석유 생산, 유정 해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만 이루어졌다. 석유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단체 윌드액션그룹(Weald Action Group) 소송 활동가 사라 핀치는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사업 추진으로 10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며 유전 개발의 기후 영향을 판단할 때 시추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석유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 고등법원과 항소법원은 소송을 기각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유정 유지 및 개발 사업 승인을 파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5명의 대법관 중 3명의 찬성으로 석유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석유 사업의 전반적인 환경 영향 평가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은 “일단 석유가 채굴되면 그 안에 포함된 탄소가 곧 이상화탄소로 대기에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한다고 거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유전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판결문은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는 영국 법은 그 영향이 미치는 범위를 지리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며 “원칙적으로 특정 사업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발생하든 모든 발생 가능한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사업의 환경적 영향을 사업장 인근으로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영국 대법원은 화석연료 사업은 특별한 경우라며 이번 판결의 법리가 철강과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탄소집약적인 원자재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동?
로이터에 따르면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Earth) 소속 변호사 캐티 드 카우웨는 “이번 역사적인 판결은 영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화석연료 생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싸움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영국 북부 컴브리아의 신규 탄광 개발사업과 북해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사업 등 논란이 많은 다른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로펌 애셔스트의 톰 커닝스 파트너는 “석유기업들은 이번 판결이 영국의 미래의 석유 사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결이 보류됐던 계류 중인 소송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과 진행 중인 다른 유사한 소송과의 관련성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레이 카운트 의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지역 당국이 (화석연료 사업을 승인할 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다운스트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호스필 프로젝트 승인 여부가 적절한 절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판결이 공공기관이 환경적 영향이 큰 화석연료 사업 승인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승인 거부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컴브리아 탄광 개발 사업 관련 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컴브리아 탄광 관련 소송은 호스힐 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하급법원에 계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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