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과 에너지생산 동시에...국가차원의 기술개발 지원 필요

총선 이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앞서 4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중위)는 향후 영농형 태양광의 정의, 사업 주체 및 사후관리 등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를 2025년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는 칼바람이 불어왔지만,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의 기조와 재생에너지 조달 불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태를 우려하는 기업의 시름을 외면할 순 없었던 듯싶다.
그간 재생에너지 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왔던 농림축산식품부도 전향적으로 지난 4월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주체로 설정하고 ▲비우량농지 중심으로 집적화를 유도하며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으로 부실 영농을 방지하는 것을 3대 전략으로 설정하였다. 산업부와 탄중위 또한 재생에너지 우선적 확산의 과제로 ‘영농형 태양광’을 꼽고 있어 영농형 태양광 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영농형 태양광은 에너지와 식량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지원 특별법과 농지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된 바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적절히 활용하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환경에 농업이 ‘적응'할 수 있고, 발생하는 온실가스 또한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핵심은 ‘농업’
영농형 태양광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으로 떠오름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법적 근거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활성화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먼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의 취지가 오도되지 않고 목적이 전도되지 않도록 정책방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정의 규정이 우선이다.
비교적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되고 있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영농형 태양광의 정체성을 ‘농업'에서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 정의에 앞서 농지의 정의를 보아야 하는 이유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지위에 설치되어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의 1차 용도를 농업 생산으로 규정하였으며 이탈리아의 영농형 태양광 정의도 농업 활동의 연속성 보장을 포함한다. 프랑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 농업 생산량 증가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정의하며,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용 시설로 간주하였다.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을 농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며 에너지 발전을 꾀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각국의 영농형 운영 및 관리 요건도 ‘농업’을 강조하며 농업과 에너지 생산의 조화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독일의 경우 농업 생산량이 기준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 감소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해당 토지의 9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70% 이상의 농경지와 40% 미만의 태양광 발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일본도 태양광 설치 재허가를 위해 작물의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하지 않고 품질 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지역과 농민이 주체가 되는 활성화 사례 나와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모범적인 영농형 태양광 사례의 확산이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이 농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그간의 농촌 태양광 사례로 인해 형성된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개선될 만큼의 좋은 선례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주민합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게되고 농업 피해는 물론 생물다양성 손실 등으로 지역의 반감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도입에 주민들의 반감이 커져 도입을 제한하는 주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도입에는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지역사회에 맞춘 관점으로,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일관된 영농형 태양광 정책 및 법적 정의 수립이 우선돼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단계적으로 접근하자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인이 농업을 영위하며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로 전기사업을 병행하는 형태다. 어디까지나 농업이 1차 목적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단계별 목표 및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자경농 또는 마을을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되는 사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국내에 적합한 하부작물이 무엇인지, 영농형 태양광이 미래농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농촌에서 생산하는 에너지가 농촌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업의 전기화'를 위한 제반 조건들을 갖춰나가야할 것이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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