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아마존 새로운 자발적 탄소시장 이니셔티브 추진
SBTi와 달리 탄소 크레딧 사용 탄소 상쇄에 제한 없어
FT, 어스펀드 STBi에 영향력 행사 의혹 보도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아마존과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어스펀드(The Bezos Earth Fund)의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아마존은 새로운 자발적 탄소시장 이니셔티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어스펀드는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TBi)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지원하는 기관 중 하나다. STBi는 기업의 기후 행동을 지원하기 위해 파리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과학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지침과 방법론을 제공하는 이니셔티브다. FT에 따르면 H&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STBi의 지침과 방법론에 의존해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기후 행동을 뒷받침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관으로 인정 받아 온 STBi는 탄소 크레딧을 통한 탄소 상쇄를 전체 배출량의 10%로 엄격히 제한해 일부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추진하는 새로운 자발적 탄소시장 이니셔티브는 탄소 크레딧 사용을 통한 탄소 상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AI 보급 확대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빅 테크의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탄소 크레딧 사용 확대 여부는 이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논란 부른 SBTi의 행보
SBTi도 탄소 크레딧 사용에 관한 엄격한 제한에서 후퇴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SBTi는 지난 4월 기업의 넷제로 목표와 전략 인증에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용도에 한해 탄소 크레딧과 그린수소 인증서, 그린철강 인증서 같은 환경 속성 인증서(EAC)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BTi는 5년 마다 2회에 걸쳐 기업의 넷제로 목표와 전력 인증 기준을 개편하는데 내년으로 예정된 정례 개편에서 EAC 사용을 허용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SBTi는 올 4분기에 기준 개편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에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SBTi의 이런 발표는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지난 7월30일 내놓은 인증 기준 개편을 위한 기술적 검토와 연구 결과가 담긴 두 편의 보고서는 EAC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트렐리스의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이 제시한 증거의 대부분이 탄소 크레딧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보였고 기업이 탄소 크레딧을 사용하면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방해하고 기후금융의 전반적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썼다.
트렐리스는 “두 편의 보고서에는 내년 개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안이 담겨있지 않았으나, 탄소 크레딧과 관련된 주 가지 주요 결과를 시사하고 있다”며 “SBTi는 내년 기준 개정 시 탄소 크레딧을 사용한 탄소 상쇄를 포함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어스펀드, STBi에 영향력 행사?
FT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은 아마존과 어스펀드가 STBi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넷제로 달성하기에 충분할 만큼 야심찬 조치를 취한 기업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SBTi 기술자문그룹의 일원인 홀거 호프만 리엠은 “아마존과 같은 탄소 다배출 기업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탄소 상쇄를 신뢰할 만한 수단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아마존 CEO) 베조스가 기후 기준을 만드는 기관에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면 아마존은 그 기관이 내리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 상쇄는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어 기후 약속을 지키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직면한 일부 CEO들이 선호하는 탄소 감축 수단이다.
아마존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어스펀드와 아마존은 “완전히 다른”기관이라며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TBI의 전 직원은 지난 7월 영국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에 어스펀드가 기후 기준에 영향을 미친 것이 감지됐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FT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자선위원회는 SBTi에 이해관계 상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관해 조언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어스펀드는 이해상충 방지를 포함한 명확한 지배구조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어스펀드의 개입 사례로 약 2년반 전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앤드루 스티어 어스펀드 책임자는 SBTi 경영진과 이사진에 아마존과 넷플릭스, GM, 존손콘트롤즈 등 대형 상장기업들과의 회동을 요청했다.
FT와 독일의 디 차이트는 지난 2022년 이메일을 입수해 스티어가 탄소 크레딧 사용 제한을 포함한 STBi의 경직석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스티어는 이메일에서 기업들과의 회동이 “존중을 보여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른 기후 표준 기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또한 새로운 기후 기준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어스 펀드의 “막대한 재원 투입”을 언급했다.
FT는 올해 3월 어스펀드가 SBTi와의 회동에서 탄소 크레딧 사용 제한 완화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4월 SBTi는 스코프 3 배출량 감축 수단으로 탄소 크레딧 사용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스펀드는 “어스펀드가 하는 일은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스티어의 이메일도 “지원 대상 기관에 정보를 전달해 그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존 베라와 새 자발적 탄소시장 인증 프레임워크 구축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베라와 함께 추진해 온 자발적 탄소시장 인증 프레임워크 구축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바쿠스(ABACUS)로 불리는 이 프레임워크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의 대안으로 설립됐다.
아마존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ICVCM은 지난 2021년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감독과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고품질 탄소 크레딧 발행 시 준수해야 할 10가지 핵심탄소원칙(CCP)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탄소감축 사업을 평가하고 감축 실적이 검증된 사업을 통해 발급된 탄소 크레딧에 CCP 라벨을 부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ICVCM은 민간 기구로 어스펀드도 이 기구를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알파벳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는 이미 2000만톤 규모의 아바쿠스가 인증한 탄소 크레딧 구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바라타 ICVCM 전문가 위원회 부의장은 새로운 인증 기준이 등장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궁극적으로 아바쿠스와 ICVCM의 통합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각자 원하는 인증 기준을 지지하면서 시장에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CVCM은 베라의 임업을 겸한 농업과 산림복원 사업에 관한 탄소감축 활동 인증 방법론을 평가하고 있다며 ICVCM이 이 방법론을 승인한다면 아바쿠스 인증 탄소 크레딧이 ICVCM 인증 탄소 크레딧이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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