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BNP파리바 등 화석연료 대출서 발빼…북미 은행 등이 공백 메워
"금융 대체현상 제한하는 글로벌 규제 없인 유럽은행 철수 의미 없어"
소형 은행들, 신디케이트론 화석연료 대출 참여 확대...규제 더 어려워져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유럽 은행들이 ESG 규제 등으로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은행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러한 대체 금융에 대한 규제없이는 사실상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 제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일 “미국과 캐나다의 많은 지역 은행들이 석유, 가스, 석탄 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이는 화석 연료 금융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화석연료 대출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은행들은 ▲텍사스 캐피탈 은행 ▲트루이스트 증권 ▲FHN 파이낸셜 ▲케이던스 은행 ▲BOK 파이낸셜 ▲캐나다 웨스턴 은행 등이다. 이 은행들은 2021년 석유, 가스 및 석탄 대출 건수를 기준으로 화석연료 부문 세계 상위 50대 대출 기관에 랭크되었으며, 2021년 이전 대비 17~46위 상승한 순위다.
금융 대체 현상 제한하는 규제 없이는 유럽 은행들만 피해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당국의 규제로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부터 채권 인수, 심지어 무역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연합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BNP Paribas SA)와 네덜란드 최대 대출 기관인 ING그룹(ING Groep NV)은 2022년 초부터 화석연료 대출 부문에서 전세계 은행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텍사스 캐피탈의 에너지 책임자인 마크 그레이엄은 화석연료 부문 대출 경쟁의 구도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UBS그룹(UBS Group AG)과 ABN암로은행(ABN Amro Bank NV)을 비롯한 유럽 은행들의 후퇴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유럽 은행들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런던대학교 지속가능자원연구소의 맥스 팔켄버그 연구원은 지난 10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2016년 파리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금융권의 화석연료 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금융 대체 현상”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대체 현상이란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는 은행이 생기더라도, 다른 은행들이 대출을 대신해주면서 사실상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대출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팔켄버그는 궁극적으로 “대체 현상을 제한하는 글로벌 규제 없이 유럽 은행들이 (화석연료 대출에서) 철수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기업 대출도 다양화하고 있다. 팔켄버그 연구원은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금을 줄이기는 했지만 “신디케이션 네트워크(syndication network)에 대한 장악력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 대출은 여러 기관이 협력해 하나의 차입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대출 방식이다. 신디케이트 대출은 대출 금융기관들이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단독으로 참여할 때 보다 규모가 큰 사업에 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신디케이트 대출은 엄격한 자본 요건을 갖춘 대형 은행이 규제 위험을 분산하고 대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 팔켄버그는 말한다. 특히 신디케이트 대출에 참여하는 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들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대출에 더 적은 규제 부담을 안고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대형 은행에서 소형 은행으로의 분권화가 진행될수록 은행이 이 산업(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대출)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을 때 자본 대체를 막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