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논문 ‘오버슈트’ 허용 문제점 지적
기술 보급 지체 우려, 엄청난 감축량은 숙제
기온 다시 떨어져도 지구생태계 ‘상처’ 남아
지금부터 온실가스 최대한 줄이는 게 ‘정답’
미래 저비용 CO2 제거 기술 적극 활용해야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난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특별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보고서의 핵심은 21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35~2052년 중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2021년 IPCC는 '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1.5도 돌파가 2021~2040년 중에 일어날 수 있다고 수정했다. 저지선 돌파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IPCC는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다시 1.5도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제시했다.
국제사회, 1.5도 목표 일시 초과 기정사실화
희망대로라도 최소한 일시적이나마 지구 기온이 1.5도 저지선을 뚫리고 억제 목표를 초과하는 상황, 즉 오버슈트(overshoot) 상황은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후 국제 사회는 단기적인 오버슈트를 염두에 두고 지구 기온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어떻게 하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버슈트 후에 뒤늦게 온실가스를 줄일 게 아니라 지금부터 최대한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나중에 기온이 다시 내려오더라도 한번 기온이 오르면 지구 생태계는 알 수 없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 있고, 그 후유증이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독일 베를린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클라이미트 어낼리틱스(Climate Analytics, 기후 분석)’를 비롯해 영국·스위스·노르웨이·호주 등 국제연구팀의 전문가들은 최근 ‘네이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난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과신”이라며 “오버슈트에 바탕을 둔 지금의 기후 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처는 이 문제를 다룬 사설과 특별기고도 같이 실었다.

2100년까지 CO2 4000억톤 제거해야
감축 정책에서 오버슈트 이론이 주목받게 된 것은 온실가스 감축 비용 문제와 관련 있다. 지금 온실가스를 비싼 값으로 감축하는 것보다는 미래에 개발될 기술로 온실가스를 싼값에 감축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개발될 기술 중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negative emission)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CO2를 흡수해 대기 중 CO2 농도를 낮추면, 1.5도를 초과해 상승할 지구 기온도 다시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기후 모델을 통해 예측한 결과, 예상보다 많은 탄소를 흡수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까지 최대 4000억 톤(2060년 이후 연간 최대 100억톤)의 CO2를 흡수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이 80년 동안 내뿜은 것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더욱이 개발된 CO2 제거 기술을 여러 가지 이유로 채택과 보급이 늦어질 수도 있고, 온도가 더 높아질 경우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CO2를 2000억 톤(연간 50억 톤)을 더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기술적인 걸림돌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조림과 재조림 외에 CO2를 제거하는 양은 연간 200만톤 수준에 불과해서, 2050년까지는 1000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한번 제거한 CO2가 영구적으로 격리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미래에 대규모로 CO2를 제거하는 일이 결코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후 시스템의 즉각적 가역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IPCC에서는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 목표보다 최대 0.1도 초과하는 시나리오, 최대 0.3도 초과하는 시나리오 등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온난화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오버슈트가 한번 일어나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오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초과조차도 이후 수십 년 동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했다.
기온이 크게 상승한 다음에는 다시 낮아져도 지구 기후시스템의 즉각적인 가역성(可逆性), 즉 신속하고 완전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오버슈트 후 온실가스를 제거해 지구 전체의 기온이 다시 떨어지더라도, 일부 지역의 생태계 변화, 지역적 기후변화 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작물 수확량 등 농업과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해양 생물 종다양성, 육상 생물의 종다양성, 탄소 저장량도 포함된다.
오버슈트 동안 영구동토층이 녹고 북부 습지가 온난화되면서 CO2와 메탄(CH4)이 방출된다. 오버슈트가 100년 지속하면 영구동토층과 습지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 기온은 2300년까지 0.02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해수면은 수세기에서 수천 년 동안 계속 상승한다. 오버슈트가 100년 지속된다면 2300년까지 해수면이 약 40㎝ 추가로 상승할 전망이다.
대서양의 거대한 해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의 온도 회복은 온난화가 피크에 도달한 뒤 100년 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
그린란드 빙상의 완전한 붕괴나 아마존 열대우림의 고사 등과 같이 일부 시스템에서는 한번 무너진 생태계가 다시는 회복이 안 되는, 이른바 티핑포인트(변곡점 혹은 임계점)를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취약계층 피해, 미래 세대 부담도 고민해야
기술적인 면 외에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피해를 더 많이 입는 계층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오버슈트가 일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취약한 국가와 취약한 지역사회, 취약한 계층에게는 기후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기상 재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저소득 국가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추가적인 기후 관련 손실과 피해를 견뎌야 할지에 대한 심대한 윤리적 문제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미래 세대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 조치에서 비용-편익 접근 방식을 적용하게 되는데, 이때 어떤 시간적 할인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할인율이란 미래의 현금 흐름이나 비용, 혜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데 사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미래의 금액은 현재보다 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현재 비용으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높이면, 즉 미래보다 현재의 이익을 중시하면 현재 세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래 세대는 더 큰 피해를 보고 더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할인율을 높이면 경제적 적응 의사 결정에서 적응 대책 시간 범위를 20~30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게 제한하기 마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난화를 예방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 대처에 급급하게 만든다.

대규모 CO2 제거 기술 도입 현실성 없어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술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CO2 제거 기술의 도입은 제한될 수 있다”면서 “오버슈트 이후의 온도 하강이 오늘날 예상되는 시간 척도 내에서 달성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은 단기적인 빠른 배출량 감소뿐이라는 것이다.
오버슈트 동안의 지구를 일시적으로 냉각시키는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SG) 기술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피크 셰이빙'(peak-shaving, 면도하듯이 피크를 잘라낸다는 의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SG 기술을 채택하려면 강력한 거버넌스가 필요하고, 기술 도입시 나타날 물리적 기후 반응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적용까지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 소속 나딘 멩기 연구원은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나중에 CO2를 대규모로 제거한다는 오버슈트 계획은 현재 배출량을 줄이는 인센티브를 낮출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미래에 CO2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은 헛된 약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 역시 사설에서 “나중에 대기를 정화하겠다는 것은 사람과 지구에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급증하는 배출량을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은 삭감, 삭감, 삭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이처는 지난 9월 30일 마지막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향후 25년간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약 220억 파운드(약 38조844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영국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버슈트 스토리 재구성해야”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 정의 관점에서 볼 때, 오버슈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심각한 사회경제적 영향과 기후 관련 손실·피해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 배출 감소를 통해 오버슈트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따질 때에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 오버슈트를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은 피해야 한다"면서 "단기 및 장기적으로 기후 위험 감소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오버슈트에 대한 과학 및 정책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지구 기온 상승을 늦추고 피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배출량 감소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상하지 못한 고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CO2 제거 기술을 확보하되,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감축량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보한 감축량은 산업공정에서 감축하기 어려운 부분을 상쇄하는 데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기온 상승 목표를 돌파하는 오버슈트는 기간, 즉 기온이 치솟는 시기가 짧을수록 좋고, 오버슈트에 이르는 피크 온도가 낮을수록 피해가 줄어든다. 지구 생태계든, 사람이든 '화상(火傷)'을 피하는 원리는 마찬가지다.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envire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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