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2년 내 배터리 가격 50% 인하 전망
CATL 등 배터리 제조사들 가격 인하 경쟁 본격화
배터리 가격 내려도 고가 저가 전기차 혜택 다를 전망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술 발전과 배터리에 들어가는 금속 가격 하락으로 향후 2년 안에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배터리 가격 급락이 반드시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저가 전기차들이 가격 하락의 혜택을 보는 반면 고가 전기차들은 혜택 폭이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면 전기차 가격도 따라서 내려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수익성을 높이려고 전기차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유럽의 사례처럼 고가 전기차 세그먼트에서는 배터리 가격 인하가 실제 전기차 가격 인하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골드만, 2년 안에 배터리 가격 반토막 전망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2026년까지 최대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이 언급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골드만은 지난해 12월 2025년경까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40% 정도 급락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낸 데 이어 10개월 만에 더 강한 하락을 예상하는 전망을 다시 제시한 것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의 CATL를 중심으로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다.
골드만은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배터리 제조의 핵심 금속인 리튬과 코발트 가격이 낮아지면서 2022년 kWh당 153달러(약 20만8000원)였던 전 세계 평균 배터리 가격은 2023년 149달러(약 20만3000원)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말에는 111달러(약 15만10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2년 뒤인 2026년까지 배터리 평균 가격은 kWh당 80달러(약 10만9000원)로 2023년 대비 50% 가까이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골드만은 지난 2월 별도의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인기를 끌면서 리튬 수요가 급격히 늘자 공급은 오히려 그 이상으로 늘면서 올해와 내년에 리튬 공급이 수요를 34% 초과해 리튬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전망대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한다면 미국의 경우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휘발유 차량 사이의 가격이 비슷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인 가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골드만은 약 30%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더 낮은 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배터리 제품이 여러 개 출시되고 있고, 배터리 원가의 거의 60%를 차지하는 리튬과 코발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격 하락을 전망하는 두 가지 중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불꽃 뒤는 배터리 가격 인하 경쟁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배터리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배터리 가격 인하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이미 연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원가를 최대 50%까지 절감하겠다고 발표했고, CATL에 이어 2위 제조사인 비야디의 배터리 사업부 핀드림스도 원가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LFP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26일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LFP 배터리 양극재 제조 시 전구체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LFP 배터리 기술 개발’ 과제로 향후 4년 동안 진행된다.
전기차 배터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빠른 충전이 가능하며 니켈과 코발트 등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LFP 배터리는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럽이 주는 교훈
배터리 가격은 급락하고 있지만 전기차 평균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유럽의 사례는 배터리 가격 인하가 일부 세그멘트에서는 반드시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된다.
15일(현지시간)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은 ‘배터리 가격 급락에도 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이 오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같은 자동차들이 전기차 가격을 50% 이상 올리는 바람에 배터리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사상 최저치를 찍을 만큼 하락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유럽의 배터리 가격은 33% 하락하여 현재 kWh당 151달러(약 20만6000원)로 떨어졌다.
이 매체가 인용한 유럽 환경 전문 비영리기관(NGO)인 T&E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유럽의 전기차 평균 가격은 세전으로 약 4만유로(약 5940만원)였으나 현재는 약 4만5000유로(약 6680만원)로 오히려 11% 상승했다. 독일 자동차 가격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평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형 프리미엄 전기차의 시장 지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C-세그먼트 SUV 및 D-세그먼트 이상의 고급 전기차 모델 판매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2020년 28%였던 이들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4년에는 64%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전기차 가격을 각각 55%와 50% 인상했다.
반면에 볼보와 스텔란티스는 보다 저렴한 모델을 선보이면서 전기차 가격을 각각 31%와 4% 낮췄지만 비싼 모델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배터리 가격은 내렸더라도 전기차 평균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는 결국 다른 나라 전기차 업체들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유럽의 사례를 따른다면 전기차 시장은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양분되고, 고가 차량 구매자들은 배터리 가격 하락의 수혜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가 유럽 소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차 구매자의 35%는 2만5000유로(약 3700만원) 이하의 저렴한 전기차 구매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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