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범주와 정의에 대한 글로벌 합의나 규제 부재...은행들 자체 프레임워크 개발
은행들, 그린워싱 의혹 피하고 전환금융 투명성 높이려는 의도
영국 정부 보고서, 전환 금융의 범위가 "동적"...시간 지나며 변화할 수 있어
금융당국 감시 체계 필요 지적 나와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Plc), 바클레이즈(Barclays Plc)에 이어 웰스파고(Wells Fargo & Co)와 시티그룹(Citigroup Inc)도 자체적으로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일 보도했다.
전환금융은 철강이나 운송, 항공, 시멘트, 에너지 등 탄소집약적 기업과 산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그러나 여전히 전환금융의 명확한 정의와 범주에 대한 글로벌 합의나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전환금융 시장 검토'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전환금융을 "파리 협정 목표와 일치하며 경제 전반의 넷제로 전환을 촉진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영국 정부는 전환금융의 범위가 "동적"이며 기술과 이해가 발전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 은행들이 자체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설계해 전환금융의 투명성을 높이고,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지난 2021년 최초로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자체 개발하며 포문을 열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 및 프레임워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걸링은 3000억 달러의 지속 가능한 금융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거래를 식별하기 위해 프레임워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전환금융을 "고객이 비즈니스 운영을 (파리협정의)1.5C 경로와 일치시키도록 지원하는 모든 금융 서비스"로 정의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부터 화석연료 자산의 조기 퇴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분류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전환 금융 책임자인 벤 달리는 "에너지 전환은 저탄소 및 무탄소 인프라로의 글로벌 전환을 필요로 한다"며 "이는 수조 달러의 자본을 필요로 하며, 전환 프레임워크는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투자를 보여주고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자체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공개한 바클레이즈(Barclays Plc)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전환금융에 대한 정의와 범주를 내놓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의 지속 가능 및 전환 금융 그룹 책임자인 다니엘 한나는 "전환 활동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명확성과 합의 부족으로 업계 전체가 발목을 잡혔다"면서 "특히 그린워싱 비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환경 싱크탱크 RMI의 연구 및 영향 전문가인 리지 하넷은 블룸버그에 전환금융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다는 것이 금융 업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은행들은 완벽한 표준과 데이터를 기다릴 수 없다"면서 "전환 금융은 정의하기 어렵고,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충분하지 않지만, 은행들이 일단 실행하고, 프레임워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들이 "실행을 통해 배우면서" 조화로운 업계 표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에너지 전환에 향후 수십년동안 50조 달러의 투자 기회
블룸버그는 기업의 탈탄소화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거대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인되었으며, 미국의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Inc)의 분석을 인용해 에너지 전환이 향후 수십 년 동안 50조 달러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웰스파고와 시티그룹 등이 자체적인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지난해부터 전환금융 프레임워크 개발을 시작했으며, 8월에 "광범위한 활동"을 프레임워크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5000억 달러의 웰스파고 지속가능한 금융 목표에 무엇을 포함할 수 있는지 정의하는 것이다.
시티그룹 역시 자체적인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체 전환 금융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인 유럽 은행으로는 UBS 그룹(UBS Group AG)과 유니크레딧(UniCredit S.p.A.)이 있다.
기후금융 싱크탱크 기후안전대출네트워크(Climate Safe Lending Network)의 지속가능한 금융 전문가인 제임스 바카로는 은행들이 각기 다른 전환 금융의 정의를 갖는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통합 경로"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전환금융이 신뢰할 수 있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는 "누가 은행의 과제를 검사하고 (그린워싱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을 때)어떤 종류의 벌칙을 줄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의 전 리스크 책임자인 데이비드 칼린도 블룸버그에 "전환 프레임워크는 은행의 저탄소 전환 약속을 실현하는 중요한 단계를 반영한다"면서도 "탄탄한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통제없이는 전환 프레임워크는 그저 종이에 적힌 글자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