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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환금융으로 기업 탈탄소 지원...세계 첫 전환국채도 발행

  • 기자명 이신형 기자
  • 입력 2024.02.19 16:44
  • 수정 2024.02.2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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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전환금융 가이드라인’ 제시, 전환금융 정책 추진
8000억엔 규모 10년물 기후전환국채 최초 발행
이달말 8000만엔 5년물, 3월 1조4000만엔 추가
한국도 전환채권 탄소중립 달성에 유용한 수단될 것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신형기자] 일본 정부가 고탄소 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전환금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민간의 기후전환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후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향후 10년간 20조엔(약 177조9000억원)의 기후전환국채 발행 계획을 내놓았고, 14일 세계 최초로 8000억엔(약 7조1000억원) 규모의 기후전환국채를 발행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10년 만기로 발행된 기후전환국채는 0.74%의 낮은 금리가 적용됐다.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나, 현재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0.7555% 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됐다.

일본 재무부는 올해 두 차례 기후전환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27일 8000만엔 규모의 5년만기 기후전환국채가 발행되고 3월에도 1조4000만엔 규모의 기후전환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전환채권은 철강이나 운송, 항공, 시멘트, 에너지 등 저탄소 전환이 어려운 산업의 탈탄소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권이다. 전환채권은 친환경 산업에만 투자하는 녹색채권과 다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용도를 녹색사업으로 제한하는 녹색채권과 달리 전환채권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탄소감축 사업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전력회사가 석탄발전설비를 대체할 설비를 구축하거나 해운사의 선박연료를 변경하는 사업 등이 해당한다.

또한 전환채권은 사업 단위가 아닌 발행자의 저탄소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녹색채권과 구별된다. 녹색채권은 택소노미 부합 여부 등 사업의 적격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전환채권은 발행기업이 녹색화하고 있는지, 저탄소 경로를 따라 녹색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전환채권 발행에서는 발행기업의 저탄소 전환 입증이 중요하다. 지난 2020년 국제자본시장연맹(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ICMA)이 발간한 ‘기후전환금융 핸드북‘은 전환채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기관에 ▲파리협약에 부합하는 발행기관의 기후전환 전략 및 거버넌스 ▲사업모델의 환경적 중요성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정량적 감축 실적 측정을 포함한 저탄소 전환 전략 ▲자금 사용 내역과 성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의 4가지 사항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일본 정부, 전환금융 정책 적극 추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집약산업의 탄소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기업의 탄소 감축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환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전체 전력 발전에서 석탄과 천연가스의 비중이 60% 이상에 달하는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일본은 국제자본시장연맹의 ‘기후전환금융 핸드북‘을 기반으로 ’기후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탄소 감축이 어려운 항공과 시멘트, 화학, 발전, 가스, 철강, 석유, 펄프 및 제지, 해상운송의 9개 산업을 주요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선정하고 탄소중립 목표와 일치하는 이들 산업의 저탄소 로드맵을 작성했다.

일본의 기후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전환금융상품이 충족해야 할 요건으로 ▲녹색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나, 저탄소전환에 기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자금 ▲발행자의 전환계획과 일치하는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여부와 연계된 인센티브 조정이 가능한 일반 목적의 금융상품 ▲저탄소 전환에 기여하는 기존 녹색금융상품의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이런 정책적 지원으로 기업의 전환채권 발행이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화력발전 기업 JERA는 기존 발전 설비를 청정 발전 설비로 전환하기 위해 2022년 5월 120억엔 규모의 전환채권을 발행했다. 해운기업인 NYK Line은 저탄소 연료 선박으로의 전환 등을 위해 2021년 7월 200억엔 규모의 전환채권을 발행했고 철강회사 JFE스틸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2022년 6월 300억엔 규모의 전환채권을 발행했다.

월가도 전환금융에 주목... 채권 발행 실적은 아직 적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이 에너지 발전과 운송, 제조업 등 고탄소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고탄소 산업의 탈탄소전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따른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환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월가에서도 전환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전환금융 시장 규모가 수조달러(수천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올해 기후투자의 핵심은 전환금융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기관도 전환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미 1000억달러 규모의 전환투자 플랫폼을 구축했고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자사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사업부내에 에너지전환팀을 신설하고 100명의 인력을 이 팀에 배치하기로 했다. 바클레이스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금융과 전환금융 규모를 1조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새로운 금융수단인 전환금융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전환채권의 발행실적은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스페인 에너지 기업 렙솔이 최초로 5억유로 규모의 전환채권을 발행한 이후 2022년 6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건 내외의 전환채권 발행 사례가 기록됐다. 2017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누적 발행액은 90억5000만달러(약12조원)에 그쳤다. 2022년 상반기의 녹색채권 발행금액이 2181억 달러(약299조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규모다.

2022년 상반기에 전환채권 발행 건수가 11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다.

2022년 상반기까지 발행된 전환채권의 발행기관별 누적 발행액을 보면 비금융기업이 8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가스공급과 전력, 가스 유통, 석유 및 가스 개발, 철강, 운송 등 고탄소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주로 전환채권을 발행했다.

보고서는 전환채권 발행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전환채권에 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어 발생하는 전환 워싱 리스크와 기존의 녹색채권이나 지속가능연계채권과의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전환채권은 탄소감축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적격 녹색 프로젝트를 찾지 못해 녹색채권 발행이 어려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기업들은 전환채권 발행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 및 설비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고탄소 산업에 대한 의존도 높은 국가에서 전환채권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전환채권의 원활한 국내 도입을 위해 전환채권에 대한 기준 설정, 전환워싱 방지를 위한 공시 체계 정비, 기존 녹색채권 및 지속가능연계채권과 차별화된 별도의 상품으로서의 가치 제고 노력 등이 활발히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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