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TFMR 보고서 지적. 포트폴리오 금융배출량 큰 부담 느껴
파리협정 목표 달성 위해선 세계 연간 6.7조 달러 추가 투자해야
전환금융 명확한 분류체계·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인센티브 줘야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은행과 투자자들이 전환금융 제공 시 단기적으로 금융배출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환금융을 통한 산업계 탈탄소화가 국가 기후목표 달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만큼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환금융에 대한 명확한 분류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재무부, 에너지 안보 및 넷제로부, 런던 시의회는 지난해 공동 연구 태스크포스팀 TFMR(Transition Finance Market Review)을 구성하고, 17일 ‘전환 금융 시장 검토'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환금융은 철강이나 운송, 항공, 시멘트, 에너지 등 탄소집약적 기업과 산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보고서에서는 아직 모호한 개념인 전환 금융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다만 거시적 관점에서 전환 금융을 "파리 협정 목표와 일치하며 경제 전반의 넷제로 전환을 촉진하는 활동"으로 봤다. 보고서는 전환 금융의 범위가 "동적"이며 기술과 이해가 발전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출량 공시가 은행 기후 행동 판단 단일 기준…전환금융 마비 불러와
영국의 지속가능성 매체 에디(edie)에 따르면, 파리 협정 목표인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탈탄소 전환에 투입되는 자금이 연간 6조 7000억 달러 이상 추가돼야 한다. 영국만 해도 2050 넷제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2034년까지 2조 7000억 파운드(3조 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JP모건(JPMorgan Chase & Co), 바클레이즈(Barclays Plc), HSBC(HSBC Holdings Plc) 등 다수 은행의 의견을 수집해 발간한 이번 보고서는 전환 금융이 향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세계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녹색’활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 재무 공시 및 규제를 도입하여 '녹색' 활동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이제는 녹색 규제나 재생에너지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며, 경제 전반의 전환을 주도하기 위한 전환 금융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금융 기관의 경우 장기적인 탈탄소화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집약적 배출 자산이나 활동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했으며, 이는 기업들이 탄소집약적 자산을 덜 엄격한 규제 아래 있는 구매자에게 매각하도록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시장이 은행의 기후 신뢰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꼽는다. 최근 몇 년 동안 대출과 투자를 통해 은행이 배출하는 금융 배출량에 대한 공시가 점차 확대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은행과 투자자들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해왔다.
보고서는 이렇듯 당장의 배출량만을 단일 근거로 은행의 기후 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은 은행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탈탄소화를 진행하는 탄소집약적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바네사 하버드-윌리엄스 TFMR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산의 탈탄소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오염원에 자금을 제공했다는 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은행가들이 행동하지 못하는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검토의 목적이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금융 구조를 만들고, 은행가들이 전환 거래를 정의하는 데 있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환금융에 대한 분류 체계 도입 및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보고서는 영국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환 금융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인 시장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구조 개편과 새로운 금융 도구 개발 방안까지 포괄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5가지 주요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전환금융에 대한 명확한 분류 체계 도입 및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넷제로 위원회 역할을 강화 및 각 부문별 전환 경로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 마련 ▲기업의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전환 금융 연구소 설립 ▲기업들의 의무적인 전환 계획 개발 및 공개 시행ㆍ전환계획에 대한 데이터의 정확성과 검증 강화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역량 강화 및 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 금융 위원회 설립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한 특정 전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을 보유한 기업이 '범용 전환 금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고서는 특히 투자자와 금융가들은 전환금융에 대한 새로운 분류법을 고안하기 위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속가능한 금융 프레임워크 내에서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원칙 기반 접근법'을 원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클레이즈 역시 지난 17일 이번 보고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세가지 주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바클레이즈는 영국 정부가 투명한 전환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통해 전환 금융이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마련 ▲전환 금융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지원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 ▲국가 차원의 전환 계획 수립 및 정의로운 전환 보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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