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술이나 금융 프로젝트로 감축한 온실가스 산정
데이터 신뢰성, 방법론 표준화 등 어려움도 산적
자산운용사들, 이미 회피된 배출량 자체 집계해 공개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탄소금융협의체(PCAF)가 스코프4로 불리는 회피배출량(avoided emissions) 측정을 위한 표준 제정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피배출량은 특정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기존의 고탄소 활동을 대체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컫는다. GHG프로토콜을 만든 세계자원연구소(WRI)는 회피배출량을 스코프 4로 명명한 바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송명은 선임연구원은 "금융기관은 회피배출량 측정을 함으로써 그동안의 기후리스크 중심의 접근 방식을 넘어 탈탄소화 효과를 수치화해 잠재력이 높은 기술과 프로젝트를 명확히 확인하고,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AF의 접근 방식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상태를 가정한 대조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들의 대출이나 채권 투자가 가능하게 한 배출 감축량을 산출할 수 있다.
PCAF는 또한 기존에 재생에너지 발전소 투자에만 국한돼 있던 회피배출량 측정 가이드라인의 대상을 모든 자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으로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철강 생산 등 다양한 투자에 대해서도 회피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PCAF는 2025년 2월 말까지 새로운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금융기관들은 2월 말까지 자신들의 의견을 제출해 규정 개정에 참여할 수 있다.
PCAF의 기술 이사인 카스파 노이치는 "시장은 부정적 배출량뿐 아니라 회피한 배출도 고려하는 지표를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어려운 분야"이며 마무리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시장에 초기 지침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PCAF의 이같은 시도에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그룹(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 IIGCC)의 투자 전략 프로그램 담당자 마헤쉬 로이는 회피된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 넷제로 전환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 신뢰성, 방법론 표준화, 그리고 발생하는 배출량과의 상충 관계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지적했다.
PCAF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특히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이치 이사는 "우리는 이를 자금 조달을 통해 발생한 배출량과 별도로 관리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숫자를 혼동하거나 그린워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는 몇 가지 핵심 보호 장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피배출량에 대한 금융기관 관심 점점 커져
금융업계에서는 회피배출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버딘(Abrdn Plc), 라자드 에셋(Lazard Asset Management LLC),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Cos.)을 포함한 여러 대형 투자자들은 회피된 배출량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브룩필드 자산운용(Brookfield Asset Management)과 제너럴 아틀란틱(General Atlantic LP)을 포함한 몇몇 기업들은 일부 펀드의 회피된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했다.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는 세계 금융기관들의 연합체인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 역시 지난해 기후금융을 촉진하기 위해 '배출 감소량 기대치(Expected Emission Reductions, EER)'라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했다.
EER은 금융회사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금융회사가 투자한 기업이나 자산이 과학 기반 전환 계획을 이행하거나 오염 자산이 폐쇄될 경우(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발생하는 배출량의 격차를 말한다.
송명은 선임연구원은 "스코프4는 현재 국내 금융산업에서 인식이 낮지만, 국제적 ESG 규제 강화와 투자 트렌드 변화에 따라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라면서 "PCAF와 같은 글로벌 표준의 영향으로 금융기관들이 스코프4를 점차 도입하고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점점 더 명확한 ESG성과를 보고하기를 요구하고 있어 스코프4를 포함한 구체적인 지표의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코프4는 점차 새로운 기회와 금융리스크 관리 도구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적 접근 방식, 데이터의 신뢰도 등에 대한 논의와 금융기관의 이해도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