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兆 신시장 열려...탈탄소 기술혁신과 글로벌 협력 촉진 기회로도 활용
글로벌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재도약 동시에...대응과 실천에 달려

탄소중립이 글로벌 경제의 필수 과제가 된 현 싯점에서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의 핵심중 하나인 탄소배출권에 대한 해묵은 과제가 해결되었다. 이행규칙 협상 시작 9년 만에 COP29(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협약 6.2조와 6.4조가 최종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제6.2조), 국제감축실적(ITMOs, 완화성과)의 허가절차, 당사국 보고내용의 불일치 식별 및 처리방안, 국제등록부 운영방법 및 세부 지침이 마련되었다.
또한 파리협정 감독기구가 관리하는 제6.4조 메커니즘 운영을 위한 배출 기준선 및 탄소제거 활동 범위에 대한 표준이 합의됐으며, 제6.4조 감축실적(A6.4ER)의 허가절차, 메커니즘 등록부 운영방법 등 추가적인 지침도 완성되었다. 사실상 국제탄소시장이 작동할 기본은 모두 갖추게 되었다.
6.4조 타결로 출범할 국제탄소시장은 기존의 규제적 탄소시장과 민간에 의해 돌아가는 자발적 탄소시장과는 다르게 국외 탄소 감축 실적 (ITMOs)을 통해 얻어진 탄소 크레딧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글로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국제탄소시장은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유럽의 산업 탈탄소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결 고리는 탄소 감축 목표 이행이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닌 투자 기회로 인식하게 만든다.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기여할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차원에서의 통합적 감축 관리 체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탄소 배출의 지리적 불균형과 국가 간 감축 비용 차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거래 플랫폼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어왔다.
배출권 남용 위험...아직 가야할 길 멀다
국제탄소시장은 국가 간 및 기업 간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파리협정 제6조 이행을 통해 국제탄소시장에서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본 흐름이 창출될 것이고, 그 중 상당 부분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 들어 탈탄소화 이상의 혜택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벌써 각국은 양자간 혹은 다자간 협력을 모색하며 앞으로 펼쳐질 국제 탄소 거래 시장에 분주히 대응을 준비중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 아세안은 지난달 19일 역내 공동 탄소시장(ASEAN Common Carbon Framework, AACF) 구축을 위한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역내 탄소시장 통합을 위한 기준 마련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극적인 타결로 인한 여러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는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6.2조의 투명성 기반이 취약하고, 배출권 남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기후 정책 기구인 카본마켓와치(Carbon Market Watch)는 이 거래가 "세계에 보안관이 필요한 시기에 카우보이 탄소 시장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이 시스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실수를 조심하지 않으면 파리 협정이 시장 실패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탄소시장은 기존의 규제 탄소시장(Compliance Market)과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을 통합하여, 국제적으로 인증된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통합 시장 태동의 첫걸음으로 볼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안착 후 진화 발전하면 나중에 모든 탄소배출권의 거래가 가능한 초대형 배출권 시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다양한 관련 서비스 산업 창출
대상 거래 시장이 UN주도이든 국가간이든 민간이든 탄소배출권은 탄소감축 사업의 발굴, 모니터링 및 검증(MRV), 배출권 등록 및 발급, 거래라는 기본틀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탄소감축 기술 개발, 모니터링 및 검증(MRV), 거래플랫폼, 리스크 관리 및 보험, 배출권 투자, 감축 사업 컨설팅 등 다양한 관련 서비스 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수백조원 규모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안착과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배출권을 만들어 내는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핵심 요소다. 국제탄소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요자와 구매자를 얻는 방법은 위 두가지 요소를 확보한 고품질 배출권이다.
첨단 기술에 기반한 탄소저감 기술, IoT기반의 디지털 MRV,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시스템 등 다양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도전해 볼만 한 스타트업 기술들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소규모 외부 사업에 치중하여 왔는데,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대규모 해외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발굴, 확보하고, 정부와 투자 기관은 적극적인 정책과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인증된 배출권을 확보하여, 국가감축목표(NDC) 달성과 기업들의 감축 비용을 줄이는데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야 한다.
국제탄소시장을 단순한 배출권 거래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탈탄소 기술 혁신과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기회로도 활용하자. 글로벌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과 활력을 잃은 대한민국의 경제의 재도약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이제 우리의 대응과 실천에 달려 있다.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박희원은 기업 및 지자체 등의 탄소중립, RE100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다. 속초 등 지자체, 다수 대기업, 중소기업의 넷제로 전략을 자문하고, 현장의 ESG 실무자들을 위한 넷제로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공학박사(에너지자원공학) 학위를 땄다. '풀뿌리 ESG'를 주제로 ‘ESG경제’에 칼럼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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