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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카본, 탄소중립의 새 해법...'한국형 탄소감축 전략' 핵심축으로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5.14 15:24
  • 수정 2025.05.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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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자원 풍부...자연자산기반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주목
바다와 갯벌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블루카본 자원 사업화 추진...관련 스타트업 지원·육성 필요

완도 해역에 이식된 잘피.   사진=완도군
완도 해역에 이식된 잘피. 사진=완도군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했다. 그러나 기존의 에너지 전환, 산업 효율화, 수송 부문 개선만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블루카본(Blue Carbon)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은 삼림이 육지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듯이 해양 생태계, 특히 갯벌, 염습지, 해조류 등이 대기 중 흡수 저장하는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육상의 산림이 연간 약 110억톤을 흡수하는데 반해 면적이 육상 숲의 0.1%에 불과한 바다숲(블루카본)은 약 100억톤 탄소를 매년 흡수한다하니 블루카본의 가성비는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해양과 연안 생태계는 전 세계 해양 면적의 2% 미만을 차지하지만, 해양 퇴적물에 저장된 탄소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맹그로브와 염습지는 열대우림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단위 면적당 3~5배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해조류의 경우에는 해수에서 햇빛과 천연 영양소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하기 때문에 따로 먹이를 주거나 비료를 줄 필요도 없다. 양식 과정에서 탈락한 해조류나 다시마 등이 죽으면 그 안에 있던 탄소는 갯벌에 묻히거나 영원히 격리되어 심해의 퇴적물이나 1000m 수심 아래에 용해된 유기탄소(Organic Carbon)로 묻히게 된다.

유기탄소란 생명체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탄소로서 식물, 동물, 미생물, 조류(海藻) 같은 생물체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이를 몸체나 조직 속에 저장한 탄소이다. 이 탄소는 공기 중에 있던 탄소가 바다 속 식물로 옮겨진 것이므로,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야말로 ‘생물학적 탄소포집저장(biological CCS)’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서, 세계적인 갯벌 생태계와 풍부한 해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과 염습지는 연간 약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연간 약 11만 대의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효과와 같다. 또한, 한국의 해조류 양식 산업에서 약 2만3000헥타르의 면적에서 연간 약 27만 6000톤의 유기탄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 해조류 군집의 평균보다 3배 높은 생산성이다.

잘피(seagrass), 1ha당 500톤의 탄소 흡수 능력 자랑

김, 파래 등 해조류와 달리 뚜렷한 잎, 줄기, 뿌리를 가지고 해저면에 뿌리내려 서식하는 종자 식물인 잘피(seagrass)의 경우 탄소 흡수와 더불어 건강한 해양 생태를 구성하는데 매우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PCC의 연구에 의하면 1ha당 무려 500톤의 탄소 흡수 능력이 있다고 한다. 

잘피는 우리나라에 총 8종이 서식하며 서해안의 백령도에서 태안반도 변산반도, 남해안의 완도 광양만 남해도 진해만 가덕도 제주도, 동해안의 경북 울주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해역의 니질 또는 사니질로 조성된 얕은 내만의 파도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 큰 무리를 이루어 서식한다. 식물 자체로는 염분이 없어 수생 동물의 먹이가 되고, 서식처나 산란장이 되어 연안의 수산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질소 인 등 영양염 흡수 등 수질 향상과 연안 안정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 자원을 탄소감축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블루카본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잘피만 봐도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지 불과 몇 십년 밖에 안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연구 자체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인식도 부족하여 어렵사리 심은 잘피가 주변의 양식업자들에 의해 훼손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블루카본 자원, 탄소감축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결 과제

블루카본 자원의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탄소 감축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능력을 과학적으로 정량화하고 이를 국제 탄소시장에 연계할 수 있는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 더 나아가 디지털 기반의 dMRV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둘째, 김과 같은 해조류를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닌 탄소감축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방법론 개발과 기초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은 필수이다.

셋째, 수산업 종사자들로 하여금 각종 탄소리터러시 교육을 통한 블루카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블루카본 자원에 대한 사업화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바다숲.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 제공
바다숲.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 제공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인구와 산업, IT 인프라가 집중되고 동시에 탄소배출량이 매우 큰 수도권 연안 지역에서 블루카본 자원화 연구, dMRV 기술 개발, 국제 공동연구 및 해양 탄소 협력, 전략 수립 등 블루카본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인천은 좋은 후보지로 보인다. 갯벌과 연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송도와 같은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 첨단 IT기업, 국제기구와의 연계 가능성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카본 스타트업 지원과 육성도 중요하다. 폐어망의 IoT 기반 관리나 유기탄소 저장 기간을 늘리고 해조류 탄소 흡수의 모니터링 등 다양한 스타트업 기술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얼마전 해조류의 유기탄소 저장 주기를 늘리는 기술로 MS 등에서 투자를 받은 러닝타이드(Running Tide) 같은 회사는 좋은 본보기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새로운 방식과 자원을 발굴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다. 블루카본은 해양 자원이 풍부하여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연자산기반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이제는 바다와 갯벌을 단순한 식량 자원이나 산업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할 때다. 블루카본을 한국형 탄소감축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 

[박희원 넷제로 홀딩스 대표]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박희원 넷제로홀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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