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업 ESG경영과 ‘샐러리맨의 애환’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2.12 15:01
  • 수정 2025.02.12 17:41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MF 이후 ‘신(新)사오정’ 시대...4050 비자발적 실직이 51%
추락한 ‘샐러리맨의 신화’ 사라진 ‘평생 일터’ 찾기 힘든 ‘풋풋한 직장애’

ESG경영이 국내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사진=ESG경제 자료
ESG경영이 국내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사진=ESG경제 자료

그는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해 30년간 열심히 일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성공시켜, 한때는 직장에서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작년 말, 직장 내 정치적 역학으로 인해 보직을 잃었다. 하지만 자신감만은 잃지 않았고, 1~2년 후 재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보직을 맡기는커녕, 예전 팀장 시절 팀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직원 밑으로 배치가 된 것이다.

재기를 위해 밤새 가며 업무를 했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자원하는 등 정말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예전 팀원을 팀장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만 바라보는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 아내가 있다. 집에서는 아예 말도 못 꺼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보면, 노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新) 사오정’ 시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사오정(45세 정년)에 빗댄 신조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4050 실직 중 비자발적 실직이 51%다. 비자발적 실직은 사업 부진 등 사유로 ‘일감이 없어서’ 퇴사한 경우다. 4050 실직자 절반이 의사와 무관하게 ‘떠밀려서’ 직장을 그만둔다.

그는 정말 슬프다. 자신감을 잃었다. 과거에 팽팽하던 시절이 있었다. 힘(Power)이 넘쳤다. 능력, 학벌, 인맥, 대인관계, 어느 하나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삐걱거린다. 이것도 안 풀리고, 저것도 안 풀린다.

슬픔은 상실감에서 오고, 기쁨은 성취감에서 온다. 인생은 끝없는 반복이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계곡이 있으면 산이 없을 수 없다. 우리는 변화의 세계를 살아간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샐러리맨은 슬프다. 과거에는 ‘샐러리맨의 신화’가 있었다. 입사한 회사에서 임원, 사장, 회장까지 올라가는 경우다. 퇴사 후 직접 회사를 만들어, 훌륭한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경우다.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샐러리맨의 꿈을 자극했다.

샐러리맨들은 가능성에 도전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화는 사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서 1600만 직장인 중, 억대 연봉자는 3%에 불과하다. 아쉽게도, 신화는 추락하고 있다. 재계에 ‘닮고 싶은 경영자’가 줄어들고 있다.

그는 정말 비참하다. 자발성을 잃었다. 과거에 당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상사, 동료, 부하, 누구에게도 비굴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삐거덕거린다. 이렇게 꼬이고, 저렇게 꼬인다. 비참함은 비겁에서 오고, 당당함은 용기에서 온다.

어느 날, 디오게네스에게 성공한 동창생이 찾아왔다. 그는 물을 떠 팥을 씻고 있었다. 동창생이 말했다. “자네가 아첨을 알았다면, 손으로 팥은 안 씻었을 것 아닌가?”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팥을 씻을 줄 알았다면, 아첨하며 살지 않았을 것 아닌가?”

        샐러리맨치 고독하고 고통스런 은퇴 후를 맞지 않으려면? 사진=픽사베이 제공
        샐러리맨치 고독하고 고통스런 은퇴 후를 맞지 않으려면? 사진=픽사베이 제공

샐러리맨은 비참하다. 과거에는 ‘평생 일터’가 있었다. 상사를 존경하고, 동료를 신뢰하고, 회사를 사랑했다. 기업의 사명과 가치를 개인의 비전과 전략으로 동일시했다. 그런데 ‘평생직장’이 사라졌다. 역량보다 연줄이 앞서고, 정도(正道)보다 술수가 판친다. 개인의 목표와 요구는 기업의 폭력과 욕심으로 대체됐다.

돈 앞에 누구나 비참하기 쉽다. 돈은 항상 부족하다. 대부분의 갈등은 돈과 관련된다. 돈은 소중하다. 아무 의지(Will) 없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자본주의는 세속화된 종교다.”

그는 정말 고독하다. 자긍심을 잃었다. 과거에 뿌듯하던 시절이 있었다. 힘(Power)이 넘쳤다. 나를 좋아하고, 남을 좋아하고, 일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삐걱거린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고독은 소외감에서 오고, 뿌듯함은 좋아함에서 온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심심치 않다. 음악에 심취한 사람도 심심치 않다. 혼자 화초에 물을 주는 사람도 고독과 먼 표정이다. 모두 심심해야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부정적인 고독을 긍정적인 호젓함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샐러리맨은 고독하다. 과거에는 ‘풋풋한 직장애’가 있었다. 모를 때 알려주고, 힘들 때 도와주고, 슬플 때 위로했다. 잘 되면 박수치고, 안 되면 등을 두드려주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훈훈한 동료애’가 사라졌다. 무분별한 경쟁 사회는 오늘의 친구를 내일의 적으로 만든다. 개인성취 지상주의는 상대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이용한다.

고독이란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혼자지만, 집에서도 혼자다. 함께 있어도 혼자라면, 더욱 고독하다. 비인간성은 슬픔을 넘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한다.

샐러리맨은 봉급생활자다. 전문경영인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해당한다.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입사 시험, 첫 출근, 반복되는 출퇴근, 승진, 퇴사를 겪는다. 결혼, 육아, 부모 부양도 맡는다. 인생은 녹록지 않고, 일상은 고단하다.

최근 공연한 ‘샐러리맨 칸타타’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담았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샐러리맨들, 주머니에 사표를 가지고 다니지만, 사표를 낼 수 없는 용기 또한 아주 큰 용기다.”

‘샐러리맨의 애환’은 ESG경영의 걸림돌이다. ‘지속가능성장’을 방해한다. 샐러리맨의 신화는 추락하고, 평생 일터는 사라지고, 풋풋한 직장애는 찾기 힘들다. 샐러리맨이 슬픔과 비참함,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관점 바꾸기를 해 보자. 거지가 볼펜을 천 원에 팔며 동냥하고 있었다. 지나던 한 신사도 남들처럼 천 원은 주고 볼펜은 받지 않았다. 갑자기 그가 돌아와 거지에게 말했다. “볼펜 하나 주시오!” 거지는 의아해하며 볼펜을 건넸다. 그는 말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거지가 아니고 사업가요!”

관점 바꾸기는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같은 20°라도 한겨울에는 덥고, 한여름에는 춥게 느낀다. 동냥이 순간 사업으로 바뀐다. 관점 바꾸기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반 잔밖에 없는 물이, 반 잔이나 남은 물로 보인다. 거지가 순간 사업가로 변한다. 관점 바꾸기를 하는 순간, 힘(Power)이 넘치고 의지(Will)가 생긴다. 자신감, 자발성, 자긍심이 들어선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굴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좋다.”

둘째, 정체성을 잃지 말자. 나는 나의 주인이다. 남을 탓하지 말자. 잘 나갔던 원인도, 못 나가는 원인도 나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남의 생각에 이끌리지 말자.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다. 나는 나의 노예가 아니다. 나를 탓하지 말자. 잘 나갔던 이유도, 못 나가는 이유도 내가 아니다. 남에게 주눅 들지 말고, 남 눈치도 보지 말자. 모든 것이 나도 모르는 어떤 구조에서 온다.

인생살이는 변화무쌍하다. 마치 사계절 같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친다. 상황이 나빠지면, 아무리 좋은 상황을 그려봐도 잘 안 떠오른다. 상황이 좋아지면, 아무리 원인을 찾아봐도 나의 노력 때문은 아니다. 회사인으로서 팽팽함을 잃지 말자. 남편으로서 당당함과 아버지로서 뿌듯함을 잃지 말자.

셋째, 행복과 불행을 모두 누리자. 행복할 때는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요리를 맛보고, 불행할 때는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우동을 즐기자. 진미로 혀를 기쁘게 하나, 주린 배를 한껏 채우나 꿀맛은 한가지다. 낮에는 햇볕을 고마워하고, 밤에는 별들을 노래하듯, 행과 불행을 모두 누리자. 삶이 깊어진다.

“그는 태어났고 살았고, 그리고 웃었다.” 태어난 것에 기뻐하자. 지금-여기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제로에서 시작했으니 잃어봐야 본전이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자.

우연한 기회로 태어났으니 무엇을 이루겠는가? 잃을 것도 이룰 것도 없다. 별과 나무를 그리며 꽃을 노래하고, 잠시 인연을 맺은 인생끼리 사랑하자.

언제 웃음이 터지는가? 일생 산에서만 살던 사람이 바닷가에 서서 확 트인 수평선을 바라볼 때 터진다. 나와 남의 까닭이 아닌 이름 붙일 수 없는 제3의 계획에 눈을 뜰 때 터진다.

직장인들은 생각하고 계획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아름답고 행복한 '앙코르 인생' '앙코르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 기업과 조직도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의 은퇴 후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바로 또다른 ESG경영이자 사회적책임이기도 하다.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