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해...이해해 보고, 기대 버리고, 단호히 대처
평판 활용하고 처벌도 고려...도덕심 악화 역효과, 복수심 역풍 맞을 수도

훼방꾼은 남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다. 잘 되어가는 일을 망가뜨리고, 다 된 일을 그르친다. 주변 사람들을 자기 멋대로 조종하려 한다. 훼방꾼은 어디에나 있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상대를 골탕 먹인다. 가정에서 불화와 갈등을 일으키고, 학교에서 학업 분위기를 망치고, 사회에서 공익과 질서를 파괴한다. 훼방꾼은 스스로 훼방꾼인지 모른다. 일부러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의도하지 않는다. 악의 없는 무의식적 행동이기도 하다.
어느 조직이나 훼방꾼이 있기 마련이다. 훼방꾼은 인간관계를 해친다. 앞에서 대놓고 아첨하고, 뒤에서 몰래 험담한다. 프라이버시를 침범하고, 서슴지 않고 협박한다. 훼방꾼은 조직의 활력을 빼앗는다. 강자에게 온순하고, 약자에게 잔인하다. 겉으로 조직을 위하는 척하고, 속으로 자기 이익만을 챙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상사 중에 훼방꾼이 있다면 조직이 멍들고, 팀원 중에 훼방꾼이 있다면 팀이 병든다. 조직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팀원은 불안, 우울, 무기력에 빠진다.
건강한 조직은 서로 협력한다. 협력은 이타심에서 온다. 인간이 서로 돕지 않았다면 자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협력 행동은 전체에 유익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진화됐다. 배신은 이기심에서 온다. 조직에선 누군가가 노력 없이 무임승차할 가능성이 있다. 배신 행동은 개인에 유리하지만, 관계를 깨뜨린다. 이기적인 사람이 협력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처벌은 협력을 유도한다. 아주 이기적인 사람도 처벌로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꺼려 협력한다.
우리는 ‘사회적 딜레마’ 속에 살고 있다. ‘사회적 딜레마’는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과 사회의 이익은 늘 충돌한다. 예를 들어, 팀원 중의 훼방꾼이 밉다고 모두가 일을 안 하면 그 팀이 망하게 된다. 사회관계에서 사람들은 배신보다 협력을 선택한다. ‘사회적 딜레마’의 해법은 협력이다. 사람들은 관계가 장기적이고 반복적일 때 협력하지만, 단기적이고 일회적일 때 쉽게 협력을 깬다. 배신에 대한 복수가 두려울 때 협력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없을 때 쉽게 협력을 깬다.
상생상극(相生相剋)이란 말이 있다. 상생은 서로 돕는 것이고, 상극은 서로 억누르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생(生)과 극(剋)의 조화를 통해 발전한다. 생이 부족하면 움츠려 들고, 생이 넘치면 팽팽해진다. 극이 넘치면 주눅이 들고, 극이 부족하면 나태해진다. 협력자는 생(生)에 해당하고, 훼방꾼은 극(剋)에 해당한다. 상대가 강한 경우 억누르는 게 좋고, 상대가 약한 경우 돕는 게 좋다. 지나치게 강한 경우, 기운을 달래어 순응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약한 경우, 약한 기운을 없애고 강자끼리 상생하는 게 좋다.
훼방꾼은 ESG 내재화를 망가뜨린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한다. 이러한 훼방꾼 팀원과 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조금 더 이해해 보자. 누구나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그는 처음부터 훼방꾼은 아니다. 열정이 넘치던 시절, 소명에 불타던 시절, 펄펄 날던 시절이 있었다. 승진·보직에서 누락되어 쌓인 원망, 어린 팀장 밑에서 일하는 불만, 같은 일만 반복하여 쌓인 불평 등이 작용한 탓이다.
이해하다 보면, 의도가 파악된다. 의도를 알게 되면 대처할 수 있다. 예측불허의 태도에 대응할 수 있다. 이해하다 보면, 연민감이 생긴다. 연민감은 적대감의 반대 감정이다. 미움이 사라진다. 밉지만 않아도 성공이다. 이해하다 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누구나 훼방꾼 기질이 있다.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자기 발전과 성숙의 기회가 된다.
둘째, 기대를 버리자. 긍정적인 기대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좋아지려니 생각하다 뒷북 맞는다. 그는 화가 나 있다. 분노는 방향이 바뀐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오히려 내가 타겟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기대는 더 위험하다. 나빠지려니 생각하면 더 나빠진다.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은 늘 이렇게 말했다. “의심되는 자는 쓰지 마라. 일단 쓰게 되면 의심하지 마라.”
그에게 맞는 역할을 찾아보자. “사람과 쪽박은 있는 대로 쓰인다.”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왕따도 전시엔 영웅이 된다. 최소 역할도 없다면 그냥 놔두자. 몸속에 적당한 세균은 면역력에 기여한다. 희생양이 아닌 촉매자로 활용하자. 잘 극복하면 팀장 역량이 증가하고, 팀 경쟁력도 커진다.
셋째, 단호하게 대처하자. 훼방꾼은 근본적으로 미성숙한 인간이다. 그로 인해 고통과 악몽에 계속 시달릴 수는 없다. “처음부터 뽑지 말고, 뽑았으면 바꾸고, 안 바뀌면 쫓아내야 한다.” 그렇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일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주변의 힘을 사용하자. 사내 힘 있는 자의 도움을 받아보자.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사내 힘 있는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보자. 집단압력을 가할 수 있다.
다음, 평판을 활용하자. 누구든지 평판에 민감하다. 겉으로 큰소리를 쳐도 나쁜 소문을 무시하긴 어렵다.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 있다. 끝
으로, 처벌도 고려하자. 처벌에는 인사고과, 왕따, 악평, 징계 등을 포함한다. 처벌은 항상 효과적이지 않다. 도덕심의 악화로 역효과를 가져오고, 복수심의 조장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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