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CEO, 위기에 몰린 회사를 위한 '고전의 지혜'
궁(窮)하면 통하고, 허(虛)하면 통하고, 변(變)하면 통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412/9254_13042_1632.jpg)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모가 속속 드러난다. 도대체 왜? 대통령의 오판이 자신을 벼랑 끝에 서게 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국민은 주권 회복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검찰·경찰·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에 경쟁적이다. 국회는 내란 상설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탄핵 후 대선정국 장악을 위한 정권투쟁에 연연한다. 대통령은 “탄핵이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여론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정치 혼란의 와중에 서민의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치 혼란...서민의 생업 위협
나라 전체가 싸움판이다. 싸움은 본능적이다. 프로이트의 인간관은 투쟁과 도피다. 개인과 조직은 위험에 봉착할 때 투쟁과 도피반응을 보인다. 살려고 하는 자는 상대를 죽여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면 철저히 이기주의적이어야 한다. 승-패와 패-승은 결국 패-패로 떨어진다. 싸움은 필연적이다.
토인비의 역사관은 도전과 응전이다. 개인과 조직은 문제에 봉착할 때 도전과 응전으로 대처한다. 살려고 하는 자는 죽고,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산다.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려면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승-패와 패-승에서 승-승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하다. 가족 갈등, 사회 갈등, 국가 갈등…. 갈등이 있는 곳에 싸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발생한다. 싸움은 당사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다. 한 번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갈등과 싸움을 놔두면 사회가 혼란스럽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란 갈등과 싸움을 해결하는 활동이다.
인생은 투쟁이고, 투쟁은 인생이다. 적자생존,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이 살아남는다. 동물 세계에서 강한 동물만이 살아남는다. 먹이를 확보하고 짝짓기를 하려면 싸워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운다. 질서를 지켜주는 정부가 없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난다. 현대인은 전쟁터를 살아간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희생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만물은 끝없이 생성하고 소멸한다. “투쟁은 만물의 어머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한다. 먹고 마시는 것, 돈과 명예와 권력은 인간의 큰 욕망이다. 욕망을 좇다가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죽거나 잃는 것, 가난과 고통은 인간의 큰 두려움이다. 두려움에 맞서다 커다란 위기에 빠진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모든 게 다 꼬였다. 단 하루라도, 한 달이라도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다. 모든 게 꿈 같다. “환상을 가로질러 가라.”
인간 뇌는 충격적 사건을 다양하게 조작한다.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무시한다.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조작하고, 결과를 의식적으로 느낀다. 합리화는 강한 충격일수록, 빠져나갈 출구가 없을수록, 불확실할수록 크게 작동한다.
인간은 커다란 위기를 통해 성숙한다. 충격이 파국으로만 가지 않는다. 사고로 마비가 된 것이 ‘인생의 전환’이 되고, 암 투병이 ‘대단한 경험’으로 해석된다. 지난날의 아픔과 슬픔을 씻고 나면, 견고한 기초가 마련된다.
국내 기업들 여전히 주주보다 오너 중심 경영에 의지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는 거슬리기 어려운 현대 경영의 트렌드다. 친환경, 사회책임, 투명한 경영으로 요약된다.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을 위해 ESG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주주보다 오너 중심 경영에 의지한다. 최종 책임자인 CEO의 오판은 매우 위험하다. CEO는 잘못과 의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정치적·도덕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CEO의 위기는 회사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벼랑 끝에 선 CEO를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고전의 지혜를 빌려 보자.
첫째, 궁(窮)하면 통한다. “군자는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진다(君子固窮).” 역경이 닥치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온다. 실수하고도 배우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리석고 가련한 인생이다. 큰 실수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빈 쭉정이로 끝나는 인생이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상실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앞으로 무엇이 더 일어나겠는가. 소심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원점에 서는 배짱으로 임하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둘째, 허(虛)하면 통한다. “작은 생선을 굽듯이 그대로 둔다(若烹小鮮).” 비우고 낮추면 통하지 않을 것이 없다.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자. 회사도, 가정도, 재산도 모두 잃을 수 있다. 어느 하나를 얻으려다 전체를 잃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홀로 존재한다. 우리는 종당 모든 것을 상실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누구에게도 매이지 말자. 잃는다고 하는데 무엇을 잃는단 말인가. 죄의식을 훌훌 떨어버리고, 원점에 서는 가벼움으로 임하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셋째, 변(變)하면 통한다. “싸움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다(戰勝不復).” 상황에 따라 변해 나가야 통한다. 어려울 때는 전략으로 승부한다. 잠자는 동안 기적이 일어나 모든 게 해결됐다고 상상하자. “어떤 기적이 일어났나?” 거꾸로 추적해보자. 잠자는 동안 악몽이 실현되어 모든 게 망가졌다고 상상하자. “더 악화하지 않았나?” 바닥부터 올라가 보자. 문제가 생기기 이전이나 예외 상황을 상상하자. “그때는 왜 문제가 안 됐나?” 문제 와해를 도모해보자.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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